입하(立夏) / 박성우
새너디할매가 마늘밭 풀을 맨다
일자도 장소도 틀림없이
지난해와 똑같은 날, 똑같은 밭이다
참 신기하기도 하지,
미숫가루 한 그릇 타드리고
쑥떡 한 덩어리 얻어먹는데,
해 지기 전에 비가 칠 것 같다는
한 소식 전해주신다
이런 날 모종이 잘된단다
그래요?
부랴부랴 읍내 종묘상 다녀와서
고추 모종을 한다
가지 모종을 한다
수박 모종을 한다
호박 모종을 한다
단호박 모종도 단단히 한다
어라, 진짜네?
해 지기 전 비가 쳐서
강변에 매어놓은 염소 먼저 들인다
굵은 비 아까워서
물외 모종 심는다
참외 모종 심는다
토마토 모종 심는다
빗방울도 방울방울
방울토마토와 같이 심는다
참 신기하기도 하지,
저녁 무렵 입하 비가
마늘쫑 뽑는 소리처럼 온다
- 박성우,『자두나무 정류장』(창비, 2011)
첫댓글 정말 이렇게 좋은. 시가
있군요.
생명력이 전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발 좋은 사람 .
함께 가서 같이하는 사람들.
발로 직접 가서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
신영복님. 친서
육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