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과 함께 읽는 소설 여행 10
2. 배따라기(김동인) 줄거리
따뜻한 봄날이었다.
‘나’는 평양 대동강 기슭의 모란봉을 보면서, 봄의 아름다운 풍경에 도취하여 유토피아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배따라기의 노랫가락이 들려 왔다. 그 가락이 들려 오는 곳은 기자묘 부근이었다. 나는 무심코 귀를 기울였다. 그것은 ‘영유 배따라기’였다. 그것도 웬만한 광대나 기생은 그 근처에도 가 보지 못할 정도로 기가 막히게 잘 부르는 배따라기 가락이었다. 나는 기자묘 쪽으로 갔다. 기자묘 치고는 그 중 하늘이 넓고 또 밝은 곳에 가까이 가 보았더니, 어떤 뱃사람이 ‘배따라기’를 부르고 있었다.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나는 그가 20년 동안 고향인 영유에는 가지 않았노라고 하는 말을 듣게 된다. 궁금증이 생긴 나는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영유 근처의 어촌에서 아내와 아우와 함께 살았다. 그는 아름다운 아내와 아우의 사이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시샘을 많이 냈다. 때문에 아내와 다투는 일이 잦았다.
추석 명절을 쇠려고 장에 간 그는 아내가 사 달라던 거울을 사 가지고 집에 돌아왔다. 그가 방 안에 들어서자 방 가운데 떡상이 있고, 그의 아우와 아내는 떡상을 가운데 두고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가 깜짝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아우는 저고리 고름이 모두 풀어져 있고, 아내도 머리채가 모두 뒤로 늘어지고 치마가 배꼽 아래로 처져 있다. 세 사람은 한참 동안 어이가 없어서 서 있다가, 아우와 아내는 쥐를 잡으려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그들의 말을 믿지 않고 분풀이로 아내를 흠씬 때려 주었다.
집을 나간 아내는 밤이 되돌고 돌아오지 않았다. 뒤늦게서야 방 안에 쥐가 있음을 보고 둘의 변명이 사실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때는 이미 아내가 바다에 빠져 자살한 뒤였다. 동생도 아내의 장례를 치른 뒤 곧 집을 떠난다.
그는 아내에게 용서를 빌고 아우를 찾기 위해 뱃사람이 되어 바다를 떠돈다. 오랫동안 헤매면서 동생을 만난 것은 오직 한 번이었다고 한다. 그가 탄 배가 파선했을 때, 눈을 떠 보니 곁에는 동생이 있었고, 어떻게 된 영문인가를 묻자 동생은 “형님, 거저 운명이외다.”라고 대답하더라는 것이었다. 그는 따뜻한 불기운에 혼혼히 잠이 들었다. 그리하여 두어 시간 동안 꿀보다도 더 단잠을 푹 자게 되었다. 형이 잠에서 다시 깨어 보니 아우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우를 본 것이 마치 꿈속에서 일인 듯 가물가물거리는 기억으로만 남았다. 그 후 형은 20년 동안 배따라기 노래를 부르면서 동생을 찾아 끝없는 방랑의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뱃사람의 이야기를 다 들은 나는 그와 헤어졌다가, 다음날 아침 일찍 그를 찾아갔다. 그러나 그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핵심 정리
▷갈래 단편 소설, 본격 소설, 액자 소설
▷배경 시간적 - 일제 강점기
공간적 - 평양과 영유를 중심으로 한 서해 중․ 북부 지역
▷경향 낭만주의, 유미주의
▷시점 외부 이야기 - 1인칭 관찰자 시점
내부 이야기 - 전지적 작가 시점
▷표현상 특징
상실과 찾음의 구조를 통하여 인간의 근원적인 삶의 모습을 제시함
▷주제 오해가 빚은 형제 사이의 비극적인 삶
구 성
▷발단 그의 형체가 영유에서 삶
▷전개 형, 아우, 아내의 삼각 관계
▷위기 아내와 아우의 관계를 의심하는 형
▷절정 아내의 죽음과 아우의 가출
▷결말 형의 비탄과, 아우를 끝없이 찾아다님
등장 인물
▷그 아내를 사랑하나 의심이 많고 편협하여 아내를 죽게 하고 아우를
가출케 함. 자신의 과오를 속죄하기 위하여 뱃사람이 되어 동생을
찾아 떠돌아다님
▷아내 시동생에게 친절하여, 남편의 오해를 사게 되고, 그로 인해 자살
하게 됨
▷동생 ‘배따라기’ 노래를 인근에서 가장 잘 부르는 호남형의 인물. 형의
오해와 형수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고 일생을 떠돌아다님
이해와 감상
‘배따라기’는 1921년 「창조」5월호에 발표된 작품으로서, 액자 소설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작품 전체로 보면, 현재에서 과거로, 다시 과거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구성법을 취하고 있지만, 뱃사람의 인생 역정에 이 작품 전체의 비중이 실려 있다. 그리고 인생의 역정은 담담한 듯하면서도 격동과 파란으로 점철된 운명의 명암을 보여 주고 있다. 뱃사람이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므로 전형적인 서사 구조(설화적)를 발견할 수 있다.
중심 내용은 원초적인 애욕의 문제이다. ‘배따라기’의 ‘그’는 도덕이나 윤리, 이성의 규제를 의식하기보다는, 충동적인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와 동생이 의심할 만한 행동을 보였을 때,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도덕적인 징벌을 가하기보다는 감정적인 분노의 모습을 보인다. 그의 분노는 아내의 죽음이라는 결과를 불러 온다. 그가 보여 주는 이러한 야수성은 소설에 나타나는 자연주의적 특질에 닿는 것이다.
자연주의는, 특히 소설에서 ①객관성, ②솔직성, ③사상에 대한 비도덕적 태도, ④결정론, ⑤비관주의, ⑥야수성 혹은 병리적 본성이라는 강렬한 성격, ⑦유전 등과 같은 특징으로 나타난다. ‘배따라기’는, 인간의 원초적 애욕이 불러일으키는 파괴적 결과가 솔직하게 그려지며, 근친상간이라는 비도덕적 모티브(비록 주인공의 상상 속에서만 현실성을 획득하는 형태이기는 하지만)가 등장하고, 감정적 충동에 지배당하는 인간형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자연주의적 특질을 지닌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의 ‘나’ 앞에 서 있는 지금의 ‘그’는 과거에서처럼 감정과 충동에 지배당하는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의 ‘야수적 인간’으로서의 그는 뉘우침의 대상이다. 이 작품의 ‘현재’를 지배하는 것은 배따라기의 구슬픈 곡조이며, 동생을 찾는 형의 안타깝고도 절절한 심정이다. 따라서, 동물적인 순박함과 애욕, 충동으로 살아가며, 그것이 비극적 결과를 낳는 (과거의) 자연주의 의 세계는, 현재의 낭만적 색채 아래 깔려 있는 것이다.
이 작품에 사용된 방언과 비어는 작품의 사실성을 높이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대화 과정에서 나타난 비어는 하층민의 생활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과거형의 서술로 바뀌어 있으며, 인물의 대화도 현실감 있게 제시되어 한층 구어체에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액자 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내부 액자의 내용을 검토해 보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 느껴지는 사건 처리 방식이 드러난다. 특히, 아우의 가출 후에 이어지는 형제간의 만남은 너무 작위적이다. 형이 강가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상황에서 아우가 갑자기 나타난다든가, 형이 우연히 들른 곳에서 아우의 뒷모습을 알아보고 쫓아가나 이내 사라지고 만다는 식의 사건 처리가 그 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만남은 작위성보다는 만남을 위한 노력과 이루지 못하는 아픔에 주목하게 하는 데에 액자 구조의 장점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