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야독, 이것이 최선일 것이다. 천리포수목원을 세우신 민병갈원장님도 49세에 시작했는데, 나는 아직 그보다 약간 어리지 않는가?
늦게 한종나에 들어온 홍성의 '맑은 아침님'은 무슨 나무만 보면 설명이 줄줄 뒤따랐다.후배지만 많은 것을 배웠고, 그 중에서 '나무를 공부하는 방법'을 배웠다. 책을 사다가 주경야독했고, 나중에는 이 집 저 집의 책을 빌려다 머리 나쁜 관계로 계속해서 보니 '하! 우리나라에 이런 나무도 있었구나'
중대가리나무, 젓꼭지 나무, 사람주나무, 찝빵나무, 히어리, 시로미, 다정큼나무, 대팻집나무....
상록수로 가시나무, 황칠나무, 센달나무, 생달나무, 녹나무, 애기동백, 참식나무, 광나무, 초령목......
그래 수목원을 위해선 상록수가 많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남쪽으로 가자! 설 명절을 쇠자마자 그 때 남은 떡을 싸들고 남쪽으로 갔다. 보성, 고흥, 장흥, 해남, 강진 등의 농장을 다 뒤지고, 땅끝과 완도 섬을 몇 번 완주하니, 남부 수종이 보였다. (농장 견학은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 아주 좋은 분도 계시고, 나쁜 분도 계시고 다 그렇지요)
그 때부터 남부수종을 다치는 대로 구입했다. 가시나무, 뿔남천, 호랑가시나무, 목서, 상록매발톱, 꽝꽝나무 품종, 스란베아시아(중국원산으로 관목, 상록이며 열매와 수형이 정말 아름답다)......
극성을 떨어 호랑가시는 30여종, 목서류 10여종, 꽝꽝나무 품종 10여종 등이 종자목으로 들어왔다. 2월이지만 하필이면 강추위가 닥쳐 하우스에 화분작업으로 심게 되었다.
농장에 있는 화분을 다 쓰고 시내 화분가게 두 곳을 모두 털어도 부족해 나무를 주고 선배네 화분을 모두 가져왔다. 마사토 한 트럭과 화분 10차분이 모두 투입되었다. 나중엔 마사까지 떨어져 후배네 농장에 가서 마사를 꿔왔는데, 그 후배왈 "형은 이 겨울에 마사만 파먹고 사나"하였다
네 동의 하우스가 상록스로 꽉 차니 수목원이 실감났다. 나중엔 통로까지 점령했다. 매일 밤이 새는 줄 모르고 심었는데, 나중엔 손이 얼어 화분을 놓치기가 일수였다. 며칠 작업이 계속되어 잘 몰랐는데, 추위로 처음 심은 나무들의 잎이 점차 시들어 갔다. 2월에 무슨 한파가 그리 심했는지.
다시 시내 가전회사를 모두 뒤져 전기난로를 설치 했는데, 그래도 부족해 집에 있는 것 모두 투입했다. 이정도면 되겠지 "잘 자라 아그들아"하고 새벽에 나가보니 차단기가 내려가 다시 얼기 시작했다. 농업용 3kw를 사용했는데 용량부족!
구리 철사로 연결하여 응급조치하면 다시 선이 녹고, 그래서 집에 있는 모든 전선을 투입했다. 아이들 컴퓨터 코드까지 뽑아 썼으나 하루를 버티질 못했다. 결국 시내를 들락거리며, 간신히 연명했는데, 열흘 정도가 지나자 날이 풀리기 시작했다. 워낙 건강해서 그렇지 식물보다 내가 먼저 죽을 판이었다.
추위때문에 가지들이 많이 고사했으나 완전히 죽은 것은 별로 없이 1천여개의 나무들이 버텨줘 봄에 새싹을 밀고, 뿔남천이 개화를 시작했을 땐 정말 아름다웠다. 큰 나무들은 대충심고 하우스에 파종을 위해 날이 풀리자마다 밭으로 옮겼다.(그 바람에 굴거리나무는 밭에서 모두 동사했다)
지금은 비록 작은 나무들이지만, 푸른 잎으로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볼 때 보기가 좋았다. 일을하다가 그 심은 나무들을 보며 한바퀴 돌 때 과거 영지를 순시하던 영주의 기분을 알 것 같았다. 씨로 심은 녹차들이 병사처럼 밭뚝마다 줄지어 서있다.
"춥지만 힘내라 아그들아, 날 풀리면 조합에 가서 비료 사다가 줄께"
첫댓글 스란베아시아 이름이 자주 나오네요 정말 이쁜가요 나중에 구경갈께요
허걱..오타..스트란베아시아 언둘라타입니다. 밑으로 누워서 그런 이름이 얻은 것같은데, 검지님 정말 예리하시군요...
제 가슴까지 저려 옵니다. 푸르메님 박수를 보냅니다.
미쳐야 ..미친답니다 화이팅 입니다 .
푸르메님수목원을 만들기 위하여 애쓰신 이야기... 저의 가슴에 감동을 주네요이제 오늘의 수목원을 둘러보시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으시는 푸르메님께 늘 평안과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늘부터 폭설과 강추위가 온다하니 바다와 숲님의 따뜻한 보금자리가 부럽습니다.
한종나에는 천사들만 사는것 같습니다." 나무를 심는 사람" 책을 보듯 여기계신분들은 모두 도를 넘으신듯 도인같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남의 글과 말은 크게 믿을 게 못됩니다. 쓰다보니 좀 고생한 것같아 보입니다.
구구절절이 고생그때 그날들이 새로워지겠군요
ㅎㅎㅎ 어째 제얘기를 대신 써 놓으신것 같습니다.
네..산천님께 많은 것을 배웁니다..남부수종은 정말 아름다운 품종들이 많이 있습니다. 상록수가 아니더라도 '이나무'와 '멀구슬나무'등은 제가 좋아합니다(아직 작은 묘목뿐이지만요)..산천님은 하우스에서 안고 사시지만 저는 조심스럽게 한 두가지씩 밖으로 나갑니다.
좌충우돌, 용감무쌍...저는 무협소설의 주인공을 대하는 기분입니다.
무협지도 좋아하는데, 빌려오면 각시한테 빼앗깁니다. 그래서 두 질을 한꺼번에 빌려다보니 어떤 때는 스토리가 뒤죽박죽, 제 하우스안과 똑같을 때가 많습니다.
엄청나게 일을 많이 하셨네요. 저 같이 게으른 놈은 언감생심이네요. ㅎㅎ
저도 게으른 놈이었는데, 취미에 맞는 일을 하니 부지런 떨고 있습니다.
아휴~~~!!!, 대천 푸르메님은 완전 제 스타일이시네요~ 한번 만나뵙고 싶어지네요~ ㅎ ㅎ ㅎ. 언제나 강건한 푸르메님 되시길 축원 드림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목서류를 좋아합니다. 아마 상록수를 좋아하게 된 동기가 목서향을 맡고부터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희 집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님의 용기와 열정과 수고에 탄성이 절로 납니다. 후회 없는 삶을 사시는 푸르메님으로부터 초인적인 에너지가 느껴집니다요. 감동~감동~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