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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驪興閔氏 大宗會 카페 원문보기 글쓴이: 민병권[閔丙權]
여흥민씨 집안에서 집안 대대로 전해 오는 약주 가야곡왕주[可也谷王酒]
충청남도 논산시 가야곡면 육곡리에서 만드는 전통 약주.
가야곡왕주는 조선 말기 곡주의 규제가 완화되자 명성왕후의 친정인 여흥민씨 집안에서 집안 대대로 전해 오는 곡주와 조선시대 중엽에 성행했던 약술을 접목시켜 왕실에 진상하던 술에서 유래되었다. 후일 가야곡왕주는 여흥민씨 민재득이 딸인 도화회에게 전수하였고, 도화회는 현재 제조자인 딸 남상란에게 전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민재득은 가야곡왕주에 들어가는 약재가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의해 궁중에서 만병치료제로 사용되는 것을 알고 가야곡왕주에 사용되는 재료를 『동의보감』 처방에 맞게 제조하였다. 가야곡왕주에 사용되는 재료는 논산에서 나는 쌀, 논산 가야곡 150m 암반수, 야생국화(일명 구절초), 구기자, 참솔잎, 홍삼, 매실 등과 집에서 직접 띄운 자가누룩 등이다. 특히 가야곡왕주에 들어가는 누룩에는 매실을 넣어, 누룩 특유의 퀴퀴한 맛을 없앤다.
제조는 지에밥에 자가누룩 위에 각종 약재를 섞어 덧술을 빚고, 그 덧술과 밑술을 혼합시켜 상온에서 100일 동안 숙성한다. 가야곡왕주 특유의 은은한 약재 향과 누룩의 향이 어우러져 향긋하면서도 혀끝을 감도는 감칠맛이 난다. 예전에는 술을 걸을 때 보자기를 사용하였으나, 요즈음은 영하 5°C에서 얼려 48시간 뒤에 여과하는 냉동 여과 방식으로 제조한다. 이렇게 제조하면 숙취의 원인물질(아세트알데히드)이 제거되어 많이 마셔도 숙취가 덜하다.
가야곡왕주는 표준화된 제조법으로 만들어지며, 규모를 갖춘 제조장에서 상업생산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유 전통주로 인정을 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으며,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제57호 종묘대제에 제주로 지정되어 매년 제례의식에 사용되고 있다. 2000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서울2000) 공식 지정 만찬주로 사용되었다.
[참고문헌] |
• 『논산시지』(논산시지편찬위원회, 2005) |
가야곡 왕주
▲분류 : 식생활분야
▲지역 : 논산시
▲명명 : 가야곡 왕주
가야곡 왕주, 명칭의 유래
술은 오랜 옛날 대자연을 숭배하던 제례의식중 신과의 만남을 위한 매개체로 태어나 인간의 희로애락과 더불어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 사회를 반영하면서 제각기 그 민족의 고유한 전통술로 성장해 왔다. 여러 가지 비법으로 한국민족의 얼을 담아 누구나 할 것 없이 즐겨오던 우리의 술은 민족문화 유산임에 틀림없다. 가야곡은 조선시대 가야실의 이름에서 유래되었고 현재 행정구역이 14개 리(里)로 나뉘어져 있다.
가약곡면은 옛부터 산세와 물세가 좋고 넓은 들판도 소유하고 있어 왕주 생산의 최적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궁중에서 내려오는 명주라 하여 궁중술이라 불리워지는 왕주는 가야곡(可也谷)청정지역의 지하 150m 암반수를 사용하여 한약재를 첨가하고 땅의 기운으로 백일동안 정성스럽게 익혀 짜릿하고 새콤달콤하며 은은한 약초내음이 나는 술로, 본래 백제 의자왕에게 진상되어 백제인의 얼과 한이 서려있는 전통술이다.
조선시대 중엽까지 명맥을 유지하여 오다가 조선중엽 금주령이 내려진 이후 곡류로 술을 담그는 것이 엄격히 규제되어 산에서 채취한 약초로 술을 담그기도 했으며, 조선시대 말 곡주의 규제가 완화되자 민씨 집안(명성왕후 친정)에서는 곡주와 조선시대 중엽에서 성행했던 약술을 접목시켜 다시 빚어 왕실에 진상하였다고 한다.
향토지적재산의 형성배경과 경위, 형성배경(창안동기)
이용훈씨는 32년째 양조업을 하던 중 언제부터인가 국민들로부터 맥주와 소주가 사랑을 받아 민속주가 외면당하는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더 이상 이런 민속주 제조업을 방치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해 10년 전부터 유래와 전통을 문헌에서 찾아 재현하게 되었다.
경위(전개 또는 발전과정)
옛부터 충남 논산평야는 4대 곡창지대의 하나로 풍부한 곡류를 사용하여 집집마다 술을 빚어 즐겨 마셨다. 이 중에는 솔잎, 야생국화, 구기자 등의 약초와 곡류를 잘 혼합하여 발효시킨 약술도 있다. 왕주의 본격적인 제조는 1990년 이후 논산에 있는 약주공장(반야주조장)을 인수하면서부터 이다. 물 좋은 가야곡에 생산시설을 갖추어 맛 좋은 술을 생산해오고 있으며, 민속주 중 유일하게 충남도추천 농특산물로 지정 받았다.
가야곡왕주 기능보유자인 남상란씨는 논산에서 대를 이어 살아오고 있는 의령 남씨의 장녀이자 전주 이씨 집안의 종부로서 18세에 시집온 후 이때까지 시아버지가 운영하던 양조장을 남편에게 물려주어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가야곡 동동주"로 공주, 부여, 금산, 완주 등지에 판매하여 왔으나 전통토속주가 양주에 점차 밀리면서 가업에 위기를 맞게 되자 남상란씨는 친정어머니(도화희)으로부터 전수받은 왕주 담그는 비법을 재현하여 약 30여 년간 왕주를 담그어 오고 있다.
또 남상란씨 친정 외할머니(민재득)가 왕실에 진상하던 왕주를 담그는 비법을 습득하게 되었는데 민씨는 궁중에서 동의보감이 만병치료법에 응용되는 것을 알고 왕주에도 동의보감의 처방을 응용하여 약초를 가미 제조하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장기보관이 어렵고 기술적 노하우가 없어서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했으나 그 후 건양대 유태종, 이종혁 교수님들과 공동연구하여 민속주의 단점을 보완하고 기술적 가치를 배우고 익혀서 오늘날 왕주로 발전시키게 되었다.
왕주의 주재료인 야생국화, 구기자, 솔잎은 뛰어난 약효성분과 효능, 누구나 즐겨 마실 수 있는 특유의 감칠맛을 가지고 있으며, 지속적인 연구와 끊임없는 노력, 타민속주에 비교하여 저렴한 가격, 1년간의 유통기간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전국 군납, 체서회 주관 우편주문판매, 전국농협판매, 국제 인터넷 통신판매 등 세계 어느 곳에서나 우수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지역의 부가가치를 올리기 위하여 지역특산물 살리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충청남도에서는 지역특산물 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시행된 충청남도지사 추천특산품으로 품목별 각각 한 제품씩만을 지정하였는데 엄격한 심사결과 민속주 중에는 유일하게 왕주가 지정되었다. 남상란씨는 명절이면 전국에서 왕주의 맛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분들을 보며 남다른 자부심을 느낀다고 하며 여전히 전통방식 그대로를 고집하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왕주의 제조법
왕주의 제조법은 우선 술을 만들기 전에 먼저 누룩을 만든다. 밀을 씻고 일어서 깨끗하게 한 다음 맷돌에 잘게 갈아서 밀기울을 만들고 물을 8:2 정도로 알맞게 섞은 다음 누룩틀 속에 삼베보자기를 넣고 물과 섞은 밀기울을 싸서 발로 차근하게 밟아서 꺼낸다. 이것을 여름에는 밖에서 비에 맞지 않도록 잘 펴서 말리되 서늘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나 겨울에는 따뜻한 방안에서 누룩을 잘 띄운다. 수분이 없고 따뜻한 곳에 잘 펴서 20일 정도 띄우면 완성된다.
다음에는 절구에 넣어 빻아서 햇볕에 2일 정도 말린다. 그렇지 않으면 썩는 냄새가 난다.바로 쓰지 않을 누룩은 큰 독에 담아 두고 습기가 있는 곳을 피해 보관한다. 보통 누룩을 만드는 시기는 약 6∼7월이 가장 좋은데 잘 만들어진 누룩은 엷은 황금색을 띠며, 구수하면서 특유의 향을 낸다.누룩에 어떤 재료를 섞어서 만드느냐에 따라서도 술맛에 차이를 보인다. 수수, 보리쌀, 찹쌀, 쌀 가운데 어떤 곡식이든 술밥을 해서 빚으면 술이 되나 그 중에서도 찹쌀이 가장 좋은 술밥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술은 대부분 냉한 성질을 갖는다. 찹쌀이 이를 보완한다고 한다. 더운 음식은 인체내의 기(氣)를 북돋는 역할을 한다. 야생국화, 일명 구절초는 두통을 낫게 하고 눈과 귀를 밝게 하며 몸이 마비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 등 백병을 없앤다고 기술되어 있다. 국화에는 크리산테민, 용뇌양방향정유, 시네린 등이 함유되어 있어 예로부터 불로장수의 약으로 애용되어 왔는데 식욕증진, 건위, 정장, 피로회복 및 녹내장에도 효과가 있다. 국화는 청혈해독의 약리작용을 하는데 말초혈관을 확장하고 혈관운동 중추를 억제하는 혈압강화작용이 있어 고혈압 방지에도 효능이 있다.
예로부터 불로초로 널리 알려진 구기자는 東醫寶鑑, 醫學入門 등 전통 한약서에 의하면 독이 없고 뼈와 근육을 튼튼히 하며 피로회복과 정력증진에 특효가 있고 위장, 신장, 간장, 심장 등 주요기관의 병을 치료하는데 약효가 뛰어난 것으로 소개되어 있다. 또한 최근 연구에 의하면 구기자가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저하시키고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성인병 예방에도 효능이 있다는 결과가 있다. 솔잎은 매일 먹으면 중풍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솔잎은 보혈, 강장, 진해 등이 효과를 발휘해서 중풍, 동맥경화증, 당뇨병 등에 큰 효과가 있다고 전하고 있다.
또한 양기가 쇠퇴하지 않으며 모든 내장병을 제거하고 일체의 독소를 풀어주며 몸이 가볍고 걸음이 빠르며 신경통을 치료해준다고 한방에서 전하고 있다. 적당한 음주는 야생국화, 구기자, 솔잎 등의 효과로 보신기능을 겸할 수 있고, 아무리 마셔도 전혀 숙취현상이 없다.
전국 민속주 중에서 내실이 가장 완벽하고 매실과 전통소주를 조화시키고 가야곡의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민속주보다도 훨씬 뛰어나다. 왕주의 알코올 함량은 일반적으로 13도 정도로 그리 약하지도 높지도 않아 누구나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왕주의 외관은 약주 특유의 색깔로 밝고 투명한 황금색을 띠고 있으며 그윽한 왕주만의 은은한 향과 부드러우면서도 혀끝을 감아도는 감칠맛이 일품이며 끈적끈적한 진기가 있고 뒤끝은 깨끗하다.
저장기간은 너무 따뜻한 곳에 두거나 15℃의 상온에서 15일 이상이 지나면 식초가 되어 버린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저온살균처리기법을 연구하고 이를 활용하여 1년간 맛과 향, 색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함으로써 소비자들로 하여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가야곡 왕주(可也谷王酒)
▲ 지역 충청남도 논산시 가야곡면 육곡리 144-1
▲ 시대 현대/현대
▲ 집필자 성봉현
[정의]
충청남도 논산시 가야곡면 육곡리에서 만드는 전통 약주.
[연원 및 변천]
가야곡왕주는 조선 말기 곡주의 규제가 완화되자 명성왕후의 친정인 여흥민씨 집안에서 집안 대대로 전해 오는 곡주와 조선시대 중엽에 성행했던 약술을 접목시켜 왕실에 진상하던 술에서 유래되었다. 후일 가야곡왕주는 여흥민씨 민재득이 딸인 도화회에게 전수하였고, 도화회는 현재 제조자인 딸 남상란에게 전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제조방법 및 특징]
민재득은 가야곡왕주에 들어가는 약재가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의해 궁중에서 만병치료제로 사용되는 것을 알고 가야곡왕주에 사용되는 재료를 『동의보감』 처방에 맞게 제조하였다. 가야곡왕주에 사용되는 재료는 논산에서 나는 쌀, 논산 가야곡 150m 암반수, 야생국화(일명 구절초), 구기자, 참솔잎, 홍삼, 매실 등과 집에서 직접 띄운 자가누룩 등이다. 특히 가야곡왕주에 들어가는 누룩에는 매실을 넣어, 누룩 특유의 퀴퀴한 맛을 없앤다.
제조는 지에밥에 자가누룩 위에 각종 약재를 섞어 덧술을 빚고, 그 덧술과 밑술을 혼합시켜 상온에서 100일 동안 숙성한다. 가야곡왕주 특유의 은은한 약재 향과 누룩의 향이 어우러져 향긋하면서도 혀끝을 감도는 감칠맛이 난다. 예전에는 술을 걸을 때 보자기를 사용하였으나, 요즈음은 영하 5°C에서 얼려 48시간 뒤에 여과하는 냉동 여과 방식으로 제조한다. 이렇게 제조하면 숙취의 원인물질(아세트알데히드)이 제거되어 많이 마셔도 숙취가 덜하다.
[현황]
가야곡왕주는 표준화된 제조법으로 만들어지며, 규모를 갖춘 제조장에서 상업생산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유 전통주로 인정을 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으며,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제57호 종묘대제에 제주로 지정되어 매년 제례의식에 사용되고 있다. 2000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서울2000) 공식 지정 만찬주로 사용되었다.
‘왕의 술’ 그 맛이 황공하오
‘가야곡 왕주’ 명인 남상란씨와 아들 이준연씨
지난 11월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09 서울국제식품산업전’에 참여한 ‘가야곡 주조’의 남상란 대표(왼쪽)와 그의 둘째아들이자 마케팅실장을 맡고 있는 이준연씨가 술 빚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가야곡 왕주는 가야곡 주조의 대표 상품이다.
이준연(38)씨가 전통주 사업에 발을 담근 건 1997년 12월이었다. 우리나라에 외환위기가 찾아왔던 그때 이씨는 경영학 공부를 하러 미국에 가 있었다. “어머니께서 ‘명인’으로 지정된 게 계기가 됐습니다. 할아버지대부터 양조장을 운영해 어릴 적부터 술 빚는 일이 익숙하기도 했고….” 아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가야곡 주조’(www.gayagok.net) 남상란(62) 대표가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기능 보유자(제13호 명인)가 되고 보니 너무 바빠지고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서 (유학 생활 접고) 오라고 했던 거지요. 술 사업 크게 안 하려고 했는데, 명인 지정을 받자 일이 많아져서 자연스레 (아들이) 같이 하게 된 겁니다.” 남 대표 모자 인터뷰는 ‘2009 서울국제식품산업전’ 기간 중인 지난 11월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행사장에서 이뤄졌으며 그 뒤 전화로 몇 차례 보강 인터뷰를 거쳤다.
남 대표는 1994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식품명인제도’에 따라 지정돼 활동중인 30명의 명인 가운데 한 명이다. 전통주 명인은 남 대표를 비롯해 16명뿐이다. 남 대표 모자가 명맥을 잇고 있는 ‘가야곡 왕주’는 전통주 제조업체인 ‘가야곡 주조’의 대표 상품이며, 유네스코(UNESCO)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종묘대제(조선왕조 역대 임금께 올리는 전통 제례)의 ‘공식 제주(祭酒)’ 자리에 올라 있기도 하다.
왕주의 본래 이름은 ‘어주’였다고 한다. 조선시대 말 쌀로도 술을 빚을 수 있도록 규제가 풀리면서 명성황후의 친정인 민씨 집안에서 곡주와 약주를 접목한 독특한 술을 만들어 왕실에 진상돼 어주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 민씨 집안의 일원이 남 대표의 외할머니(민재득)였고, 어머니(도화희)를 거쳐 남 대표로 전수됐다. “딸이 있었다면, 당연히 딸에게 물려줬을 텐데, (슬하에) 3형제뿐이라 어쩔 수 없이 아들(둘째인 이준연씨)에게 전수하는 것입니다(웃음).” 가야곡 주조의 마케팅실장직을 맡고 있는 이씨의 명함에는 ‘기능전수자’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어주 만들기 노하우를 일찌감치 터득한 남 대표는 21살에 결혼을 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시집이 충남 논산의 막걸리 양조장 집안이었다. 남 대표의 표현대로 ‘참으로 질긴 술 인연’이었다. 한때 번창하던 시집의 막걸리 양조장은 1970년대 들어 곤경에 빠졌다. 맥주와 소주가 주류 시장을 파고들기 시작한데다 정부에서는 주식인 쌀 부족 사태를 막는다며 밀가루로만 막걸리를 만들라고 제한하던 때였다. “밀가루로 막걸리를 만들게 되니 제대로 맛을 낼 수 없었고,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 겁니다. (농민들이) 새참으로 열말, 스무말씩 받아 먹고 했는데, 소주·맥주에 (손님을) 다 뺏겼지요, 뭐.”(남 대표)
정부 규제 탓에 막걸리 장사가 어려워지자 남 대표는 어려운 고비를 넘기기 위한 목적으로 고급술을 만들어볼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대여섯살 때부터 외가에서 외할머니께서 술 빚으시는 걸 봤고 그 기억을 살려낸 것입니다. 술 이름을 어주보다 쉬운 ‘왕주’로 바꾼 게 그때였습니다.” 남 대표의 집안은 1990년 논산 가야곡면 육곡리에 있던 약주공장을 인수해 왕주 생산에 본격 나서게 된다. 술 이름에 ‘가야곡’이란 지명이 붙은 계기였다.
맏아들을 두고도 둘째를 왕주의 전수자로 선택한 데 대해 남 대표는 “첫째는 착한 선생님 스타일”이라 장사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업하려면 장사꾼 기질이 있어야 합니다. 착하기만 해서는 (사업을) 못 합니다.” 다행히 둘째는 사업가 기질이고, 사업을 잘하는 것 같다고 남 대표는 자랑했다. 가야곡 주조는 올 들어 많은 변화를 겪고 있으며 그 중심에 이 실장이 서 있다. 가야곡 주조는 올해 4월 들어 주식회사 체제로 바뀌었다. 이 실장은 “외부 자금을 끌어들여 사업을 더 키워보고자 하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돈을 댄 쪽은 지역민들이라고 한다.
이 실장은 사업에 뛰어든 뒤 가장 어려웠던 때를 2003~2004년으로 기억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2003년 2월) 뒤 와인 가격이 싸졌고 이에 따른 와인 바람으로 비슷한 도수의 전통주가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이 실장은 “요즘 와인 바람이 주춤해진 틈에 전통주가 활기를 띠는 것을 봐도 전통주와 와인은 완전히 대체 관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와인 바람이 불 당시 술병 디자인을 새롭게 하고, 도자기·유리병 선물세트로 만들어보기도 했는데..”
가야곡 주조는 올해 매출을 5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때 100억원을 넘긴 적도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많이 위축돼 있는 셈이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가 주류 시장에서 와인을 밀어내면서 호전된 실적이다. 경쟁 업체들이 많아진 것도 전통주 업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새로운 술을 만들어 내놓으면 이를 금방 흉내내서 만드는 데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요즘엔 다시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어 내후년쯤이면 매출 100억원을 넘길 것 같다”고 밝게 전망했다. 평상시엔 25명 안팎, 명절을 앞두고는 임시직을 포함해 40~50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사정을 고려할 때 매출 100억원 기록은 결코 적은 액수로 여겨지지 않는다.
이 실장이 내년 사업 전망을 비교적 밝게 보는 배경에는 가격 경쟁력에 대한 기대도 한 자락 깔려 있다. 가야곡 주조의 비용 가운데 30% 정도를 차지하는 쌀 구입 대금이 예년 5억원에서 내년엔 3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쌀 소비 진작책의 하나로 양조장에도 국산 쌀을 값싸게 공급할 방침임을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11만원 수준인 80㎏짜리 쌀의 정부 공급가는 6만~8만원 수준에 맞춰질 것으로 이 실장은 예상하고 있다.
내년에 이 실장은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술 사업에 나설 뜻을 품고 있다. 이미 3년 전부터 준비해온 ‘고급 막걸리 프랜차이즈’ 사업이다. 이미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사업설명회를 한 차례 열기도 했단다. 가야곡 주조 쪽에서 쌀을 쪄서 만든 ‘술밥’과, 역시 쌀로 만든 비장의 ‘누룩’을 프랜차이즈 점포에 공급하는 방식이라고 이 실장은 귀띔했다. “프랜차이즈점에서는 물만 부으면 표준화한 맛을 (온전히) 살려내 소비자들은 신선한 술맛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생막걸리의 특성상 완제품을 유통망에 공급하면 신선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한 구상입니다.” 가야곡 왕주를 제대로 만들려면 100일 정도 숙성하는 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탁주(막걸리) 상태의 술은 1주일이면 빚을 수 있다고 한다.
고급 막걸리 프랜차이즈 사업은 ‘크라운제과’나 ‘뚜레쥬르’ 같은 제빵 프랜차이즈 사업과 마찬가지라고 이 실장은 덧붙인다. “옛날엔 빵 공장에서 방부제를 넣어 만든 완제품 빵을 유통시키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프랜차이즈점에서 (표준화한) 빵을 직접 만들어 신선한 상태로 팔고 있지 않습니까. 막걸리도 이런 형태의 사업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 8월에 발표된 정부의 ‘우리 술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따라 내년 7월부터 양조장 발효 탱크에 대한 시설·환경 기준이 완화되는 게 막걸리 프랜차이즈 사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실장의 눈은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향하고 있다. 어머니의 손맛을 전수받아 명인 반열에 오르는 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꿈이다. ‘전주이씨 효령대군 24대손’의 명맥을 잇는 뜻에서 언젠가는 사업 터전을 전주로 옮기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도 전통을 이어간다는 뜻에서다. 그는 전통의 힘을 바탕으로 국내에 500~1000개의 프랜차이즈점을 열고, 나라 밖으로 진출한다는 미래 목표를 아울러 세우고 있다. “나파밸리(미국 캘리포니아 와인 집산지)와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에 ‘왕주 깃발’을 꽂고, 어머니 얼굴 사진을 내걸 겁니다.”
충남 논산 가야곡면 지역의 전통술이다. 찹쌀, 누룩, 야생국화, 구기자, 참솔잎을 넣고 100일 동안 익혀 은근하게 약초 내음이 난다. 가야곡 왕주를 빚고 있는 ‘가야곡 주조’에 따르면 왕주는 백제시대 때부터 전해 내려온 술로 백제인의 얼과 한이 담긴 전통의 술이다.
본래 곡주였는데, 조선 중엽 곡류로 술 담그는 것이 규제되자 산에서 캔 약초를 이용해 술을 담그게 되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말 곡주 규제가 완화되고 나서 명성황후의 친정인 민씨 집안에서 곡주와 조선 중엽 성행했던 약술을 접목시켜 빚은 것을 왕실에 진상했다고 해서 가야곡 왕주는 ‘궁중술’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술따라 맛따라 - 가양곡왕주
해마다 5월이 되면 서울 종묘에선 조선조 역대 임금의 신위를 모시고 제례를 올렸던 종묘대제가 재현된다.
이 종묘대제에서 쓰이는 제주(祭酒)가 바로 충남 논산의 ‘가야곡 왕주’다.‘가야곡’은 논산시 가야곡면에서 따왔고,‘왕주’는 왕실에서 마시던 술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술도가의 안주인 남상란(57)씨를 가야곡면 육곡리 가야곡왕주 전시장에서 마주했다.명인 제13호로 지정돼 있는 남씨는 외할머니,친정어머니에 이어 왕주를 빚어왔다.
“외할머니(민재득)는 명성황후(민비) 친정인 민씨 집안 분이셨어요.당시 민씨 집안에선 대대로 빚어 마시던 곡주에다 조선 중엽 성행했던 약주를 접목시켜 술을 빚어서 왕실에 진상했다고 해요.그 비법을 친정어머니(도화희)가 이어받아 제게 물려주셨지요.”
지금 ‘가야곡왕주’는 술 이름인 동시에 사업체 상호이다.원래 남씨 시댁은 60년대부터 동동주,막걸리를 생산하는 양조장(반야주조장)을 운영해온 술도가집.한때 ‘가야곡 동동주’‘뻑뻑주’로 충남 일대에서 이름을 날리기도 했으나,90년대 들어 토속주가 외면당하면서 사업이 위기에 몰렸다.
이때 남씨는 남편(이용훈·57)에게 친정의 가양주를 빚어볼 것을 권유해 91년 ‘가야곡왕주’란 이름으로 빛을 보게 됐다.술이 기대 이상의 호평을 얻고,97년엔 종묘대제의 제주로 쓰이게 되자 부부가 상의해 아예 상호를 가야곡왕주㈜로 바꿨다.왕주는 소곡주처럼 덧담근 약주다.멥쌀떡에 누룩을 섞어 발효시킨
밑술에 찹쌀밥과 누룩,야생국화,홍삼,구기자,오미자,솔잎 등을 혼합해 덧술을 빚는다.재료 하나하나가 예로부터 질병 예방이나 치료에 효능이 탁월한 것만 모아 놓았다.여기에 임금의 입맛과 건강을 생각하며 빚던 정성이 들어있으니,그 맛이 예사롭지는 않을 터.
남씨가 시음용으로 내온 술을 한 잔 권한다.혀끝에 감도는 감칠맛과 그윽한 향은 우리 전통 약주의 맛 그대로인데,무언가 특이한 느낌이 하나 온다.머릿속을 씻어주는 듯한 상쾌함이 그것.누룩 특유의 냄새가 주는 묵직한 맛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저온 숙성과 급속 냉각 여과법을 쓰기 때문이에요.술을 빚어 숙성시킬 때 10도 이하에서 발효시키고,떠낸 술은 특수한 냉각여과기를 이용해 불순물을 깨끗이 걸러냅니다.”
이 방법은 누룩냄새를 싫어하는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도입했는데 상당히 반응이 좋다고 한다.또 외국인으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미국,일본 등에 수출도 한다.
불순물을 깨끗이 걸러냄으로써 보통 상온에서 보름 정도인 저장기간을 2년으로 늘려,보관에 따르는 문제점도 사라졌고,숙취도 거의 없다고 한다.
가야곡왕주㈜가 생산하는 술은 약주인 가야곡왕주와 증류식 소주,막걸리격인 뻑뻑주 등 3가지.남씨의 세 아들인 이정연(36)·준연(33)·규연(30)씨가 각각 하나씩 맡아 왕주의 계보를 잇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이들은 일대에서 ‘누룩 3형제’로 유명하다.
남씨는 요즘 가야곡왕주와 찰떡궁합을 이룰 만한 음식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일본의 청주인 ‘사케’가 생선회(스시)와 결합해 세계시장에서 대 성공을 거두었듯이 전통주와 고유의 음식 결합을 통해 외국인들의 입맛을 잡아보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