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3월을 위해
윤보영
3월입니다.
산에 들에 꽃이 피듯 가슴에도 꽃을 피워 행복을 선물 받는 3월입니다
내가 행복하듯, 3월에는 당신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나보다 당신이 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슴 가득 사랑이 돋아나는 3월! 돋아난 사랑을 나누면서 행복한 3월을 만들겠습니다 내가 만들겠습니다.
3월에는 내가 준 사랑으로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한 3월에는 내 3월에는.
아직 추위가 있을 수 있고 기다림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3월은 이것마저 행복한 달입니다 마음까지 따뜻한 달입니다.
나의 3월에는 내가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멋진 한 달을 만들겠습니다 3월 내내 사랑하겠습니다.
봄날
김용택
나 찾다가 텃밭에 흙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다시 오는 봄
도종환
햇빛이 너무 맑아 눈물납니다 살아있구나 느끼니 눈물납니다
기러기떼 열지어 북으로 가고 길섶에 풀들도 돌아오는데
당신은 가고 그리움만 남아서가 아닙니다
이렇게 살아있구나 생각하니 눈물납니다
3월에서 4월 사이
산서고등학교 관사 앞에 매화꽃 핀 다음에는 산서주조장 돌담에 기대어 산수유꽃 피고
산서중학교 뒷산에 조팝나무꽃 핀 다음에는 산서우체국 뒤뜰에서는 목련꽃 피고
산서초등학교 울타리 너머 개나리꽃 핀 다음에는 산서정류소 가는 길가에 자주 제비꽃 피고
(안도현·시인, 1961-)
봄은 왔노라
박인환
겨울의 괴로움에 살던 인생은 기다릴 수 있었다 마음이 아프고 세월은 가도 우리는 3월을 기다렸노라
사랑은 물결처럼 출렁거리며 인생의 허전한 마음을 슬기로운 태양만이 빛내주노라
戰火에 사라진 우리들의 터전에 페르스 네즈의 꽃은 피려니 '세계가 꿈이 되고 꿈이 세계가 되는' 줄기찬 봄은 왔노라
어두운 밤과 같은 고독에서 마음을 슬프게 피로시키던 겨울은 울음소리와 함께 그치고
단조로운 소녀의 노래와도 같이 그립던 평화의 날과도 같이 인생의 새로운 봄은 왔노라
*1954년 戰火의 폐허속에서 시인 박인환이 '신태양'에 발표했던 시이다. *박인환(朴寅煥 1926~1956, 강원도 인제 출신, 경성제일보통고등학교
*페르스네즈: 희고 작은 백합과의 꽃, 이른 봄에 핀다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서·남·북으로 틔어 있는 골목마다 수국색(水菊色)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무슨 일을 하고 싶다. 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날개가 양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
(박목월·시인, 1916-1978)
3월은 말이 없고
얼음이 풀린 논둑길에 소리쟁이가 두 치나 솟아올랐다. 이런 봄 어머님은 소녀였던 내 누님을 데리고 냉이랑 꽃다지 그리고 소리쟁이를 캐며 봄 이야기를 하셨다.
논갈이의 물이 오른 이웃집 건아 애비는 산골 물소리보다도 더 맑은 음성으로 메나리를 부르고 산수유가 꽃잎 여는 양지 자락엔 산꿩이 3월을 줍고 있었다.
흰 연기를 뿜어 울리며 방금 서울행 기차가 지나가고 대문 앞에서 서성이며 도시에서 올 편지를 기다리는 정순이의 마음은 3월 아지랑이처럼 타고 있었다.
이 3월이 두고온 고향에도 찾아왔을까 천 년 잠이 드신 어머님의 뜰에도 이제 곧 고향 3월을 뜸북새가 울겠구나.
고향을 잃어버리면 봄도 잊고 마느니 우리들 마음의 봄을 더 잃기 전 고향 3월로 돌아가리라. 고향의 봄은 나를 기다리고 있다. (황금찬·시인, 1918-)
3월
어차피 어차피 3월은 오는구나 오고야 마는구나
2월을 이기고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넓은 마음이 돌아오는구나
돌아와 우리 앞에 풀잎과 꽃잎의 비단방석을 까는구나
새들은 우리더러 무슨 소리든 내보라 내보라고 조르는구나
시냇물 소리도 우리더러 지껄이라 그러는구나
아, 젊은 아이들은 다시 한번 새 옷을 갈아입고 새 가방을 들고 새 배지를 달고 우리 앞을 물결쳐 스쳐가겠지
그러나 3월에도 외로운 사람은 여전히 외롭고 쓸쓸한 사람은 쓸쓸하겠지
(나태주·시인, 1945-)
3월의 꿈
3월 달이라면 해도 30리쯤 길어져서 게으른 여우가 허전한 시장기 느낄 때다
오 함경도의 산 첩첩준봉에 흰 이빨 드러낸 눈더미 아직 찬바람에 코끝이 시린데 끝없이 흐르는 두만강의 숨소리 너무 가깝다
느릅나무 검은 가지 사이로 멀리 바라보이는 개울가 버들꽃 늘어진 눈물겨움,
마른 풀 사르는 냄새 나는 신작로 길을 홀로 걷고 있는 저분은 누구의 어머님인가
외롭고 어여쁜 걸음걸이 어머님이시여 어머님이시여 햇빛이 희고 정다우니
진달래도 피지 않은 고향산천에 바람에 날리는 봄이 왔나 봐요 봄이 왔어요.
(김규동·시인, 1925-)
봄이 오는 길목에서
이해인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이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3월에는
어디고 떠나야겠다
제주에 유채꽃 향기 늘어진 마음 흔들어 놓으면 얕은 산자락 노란 산수유 봄을 재촉이고
들녘은 이랑마다 초록 눈, 갯가에 버들개지 살이 오르는 삼월에는 어디고 나서야겠다
봄볕 성화에 견딜 수 없다.
(최영희·시인)
3월
흐르는 계곡 물에 귀기울이면 3월은 겨울옷을 빨래하는 여인네의 방망이질 소리로 오는 것 같다.
만발한 진달래 꽃숲에 귀기울이면 3월은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함성으로 오는 것 같다.
새순을 움 틔우는 대지에 귀기울이면 3월은 아가의 젖 빠는 소리로 오는 것 같다.
아아, 눈부신 태양을 향해 연녹색 잎들이 손짓하는 달,
3월은 그날, 아우내 장터에서 외치던 만세 소리로 오는 것 같다.
(오세영·시인, 1942-)
<옮겨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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