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진의 소설 ＜자전거 도둑＞

[루시아]

▣ 줄거리

자전거 도둑이 생겼다. 누군가 나의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동네 꼬마로 생각하였으나 내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은 동네 에어로빅 강사였다. 이 일을 계기로 나와 그녀는 서로 친구처럼 지내게 된다. 나는 자전거 도둑인 그녀를  보면서  영화 '자전거 도둑' 을 생각했다. 네오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이 영화의 주인공인 브루노는 나와 많이 닮아 있는 인물이었고, 그래서 볼 때마다 기억하기 싫은 나의 어린 시절을 환기 시켜 준다.

 주인공인 나는 어린 시절 구멍 가게를 꾸려 나가는 아버지를 도와 도매상으로 물건을 떼러 다녔다. 어느 날 계산 착오로 소주 두 병이 빠져 있음을 알게 되나, 혹부리 주인 영감은 결코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 후 아버지는 소주 두 병을 슬쩍 담음으로써 그 손해를 보상받으려고 한다. 그러나 오히려 주인 영감에게 그 사실이 발견되고, 그 순간 나는 겁에 질린 아버지를 대신하여 도둑이라는 희생양이 되고 만다. 실제 도둑질을 한 아버지는 혹부리영감의 교육 정신에 격려 받아 내 뺨을 갈긴다. 이 일을 겪은 나는 죽는 한이 있어도 애비라는 존재는 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혹부리영감에게 복수를 하기로 한다. 혹부리영감의 가게가 문을 닫았을때 하수도를 통해 가게에 침입하고 그 곳에 오물을 뿌려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러한 나의 복수로 인하여 혹부리영감의 집은 파산을 하고 혹부리영감은 죽게된다.

 내가 어릴적의 어두운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그녀도 어릴 적 어두운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제 어른이 된 나의 자전거 도둑인 그녀는 어린 시절, 간질 때문에 정상적인 성장을 멈춘 오빠에게 성적 상처를 받은 존재이다. 그녀는 엄마가 집을 비우며 부탁했던 오빠의 식사 심부름이 두려워, 며칠 동안 그를 방치한 나머지 간접 살인을 하게 된 아픔을 지니고 있다.

 나와 그녀는, 현실의 그림자이자 아픈 환영인 '자전거 도둑' 이라는 영화를 통해 서로의 상처를 확인하게 된다. 서로의 상처를 확인한 후 나는 그녀와의 만남을 회피한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우연히 그녀를 만났으나, 그녀는 다른 사람의 자전거를 훔치고 있는 중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서둘러 허둥지둥 자전거 전용 도로를 벗어나 달아나기 시작했다.

▣ 이해와 감상

 나는  아버지에게 수모를 준 혹부리영감의 가게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아 결국 그를 죽게 했다는 죄의식을 갖고 있고, 서미혜는 간질환자인 오빠를 방치함으로써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은 비슷한 상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상처는 그 성격이 다르다. 둘 다 간접살인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지만 강자인 혹부리영감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나' 와 달리 서미혜는 약자인 오빠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나' 의 상처는 어느 정도 치유가 되었음에 비해 서미혜의 상처는 치유되지 못한 채 끊임없는 죄책감을 유발한다. 서미혜는 자신이 죽음으로 몰아 넣엇던 오빠의 죽음을 상기하며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으로 자전거를 몰래 타고 있는 것이다.

 <'나' 와 브루노>

나' 와 브루노는 둘다 가난 때문에 아들 앞에서 무참히 무너진 아버지의 모습을 목격하고 이로 인한 유년기의 상처를 지니고 있다.

 <안토니오 리치와 서미혜>

안토니오는 자신의 자전거를 훔친 이가 간질을 앓고 있는 가난한 청년인 것을 알게되었으나 자전거를 찾지는 못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자전거를 훔치다가 브루노의 앞에서 수모를 당한다. 서미혜는 오빠와 자전거를 타다가 오빠의 발작을 경험함으로써 오빠가 간질환자인 것을 알게된다. 두사람은 모두 자전거와 간질에 대한 쓰린 기억을 갖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