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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민주주의, 세계를 망쳐놓다’라는 부제를 붙인 이 책은 현재 가장 보편적인 민주주의 제도로 알려진 ‘대의제’를 ‘가짜 민주주의’라고 규정한다. 선거를 통해서 대표를 뽑는 대의제를 일컬어, ‘스스로 민주적이라고 주장하더라도 선거로 선출된 대표자는 민주주의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민주주의의 뜻’은 ‘민중이 통치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선거대의제는 민주주의의 정반대의 것으로 여겨졌’으며, 소수의 인원이 대신 권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선거과두정’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투표제가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것처럼 인식된 것은 19세기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서 스스로 민주주의자임을 내세운다는 발상’에서 시작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후 선거대의제가 마치 민주주의의 본질인 것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강조한다. 실상 저자의 이러한 주장을 21세기 한국 사회의 정치 현실에 비추어 보면, 과연 선거로 선출한 대표자들이 그들을 뽑아준 유권자의 이익을 대변하는가라는 문제에 회의적인 답변을 할 수밖에 없다고 여겨진다. 특히 선거구당 1명씩만 뽑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단 한표라도 많은 이가 당선이 되고, 불과 1%도 되지 않는 차이로 당선된 대통령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당선된 이후에는 선거 과정에서 내세웠던 공약은 사라지는 경우가 많고, 오로지 권력 유지를 위해 혈안이 되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는 중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은 대의제가 민주주의라는 착각을 이제는 버릴 때가 되었다는 것을 논증하고, 조금이라도 진정한 민주주의를 가져오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행 대의제 선거에서는 어떤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대표자들 역시 인간에 불과하고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일을 하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전체 7장으로 구성된 목차에서 ‘1~6장에서는 우리 문명의 부정적인 모습들이 단편적으로 제시되어 있’으며, 마지막 7장에서는 ‘민주주의가 실제로 가능하며, 그것도 잘 기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내용으로 꾸몄다고 한다.
각 항목의 제목을 통해서 저자의 의도가 어느 정도 드러난다고 여겨지는데, 제1장은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정말로 민주주의인가’라는 제목으로 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해서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대의 민주주의라는 환상을 구축하기’라는 제목의 2장에서는 대의제가 소수의 대표자들에게 권력이 집중된 과두제에 불과하며,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그러한 제도의 폐해를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3장에서는 ‘영국에서의 대의 정부’가 형성되는 과정을 서술하고, ‘부채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나’라는 제목의 4장에서는 현재의 금융제도가 정착되기까지의 과정과 장부의 수치만으로 이윤을 독점하는 불합리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세계로 수출된 대의정부’라는 제목의 5장에서는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미국에서 시작된 대의제가 민주주의 제도라는 외피를 쓰고 전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6장의 ‘현대의 과두제-기업과 정부’에서는 현재의 대의제가 실상은 기업과 정부에 의해 권력이 집중된 과두제에 불과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분명 현재의 대의제는 문제가 많음에도 새로운 제도로 대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역사를 돌아보면 실상 파시즘과 독재정권 역시 형식적으로 대의제를 통해서 민중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끝내는 자신들의 권력욕을 채우는 것으로 변화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7장에서는 ‘민주주의와 좋은 정부’라는 제목을 통해서, 다양한 보완제도를 제시하고 있지만 조금은 추상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민주주의의 의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현재의 선거제도는 다시 문제점을 양산하며, 대중들의 비판과 무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21세기 한국의 현실은 대중들의 요구가 아닌, 거대 정당들의 이익에 의해 제도가 운용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역자 후기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렇듯 정치적 무관심, 무감각, 냉소주의의 형태로 공모가 일어나고 있는 메커니즘을 하루빨리 종식’시킬 수 있는 것은 결국 개개인들의 각성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결국 대의제를 파기할 수 없다면, 민주주의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방식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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