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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담(野談)은 길거리에서 떠도는 이야기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지식인들이 듣거나 겪은 일들을 한문으로 기록한 문학 갈래를 일컫는다. 그 내용이 사실에 토대를 둔 간략한 일화에서부터 상상력을 발휘하여 흥미롭게 소재들을 덧붙여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전해지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그 가운데 적지 않은 분량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역어내는 이야기들은 지금으로 치면 한편의 단편소설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처럼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모아서 번역하여 엮은 작품들을 ‘한문단편’이라고 일컫기도 했으니, 그러한 명명법에는 야담 가운데 일부 작품들은 현대의 ‘단편소설’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전제되었다고 이해된다.
조선 후기에 집중적으로 등장하는 야담집이 적지 않고, 논자에 따라 이러한 작품들을 ‘패설’이나 ‘잡록’ 혹은 ‘한문단편’이나 ‘야담’ 등으로 지칭했다. 야담집들은 조선 후기에 특히 많이 편찬되는데,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러한 이야기들에는 당대의 현실 상황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아울러 야담이 한문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기록자들은 대체로 당대의 지식계층이라고 여겨진다. 이전가지 과거 공부에 전념하던 지식인들이 과거제의 문란으로 관직에 진출할 길이 막히자, 흥미로운 이야기를 수집하여 글로 적어 책으로 엮어낸 것이 바로 야담집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애담은 조선 후기의 사회를 읽을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은 련재 전해지는 야담들 가운데 100편을 선정해서 현대어로 번역하여, 모두 2권으로 나누어 주제별로 엮은 책이다. 그 가운데 1권은 ‘야담으로 읽는 세상사’라는 부제가 덧붙여져 있는데, 5개의 주제로 구분하고 이를 다시 10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모두 50편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그 분류 항목의 제목을 통해서, 편역자가 바라보는 조선 후기 사회의 면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1부는 ‘전란과 정쟁’이라는 제목으로, 모두 10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은 조선시대 역사에서 당대 민중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전란이다. 또한 이른바 ‘사색당파’로 지칭되는 당파 사이의 정쟁은 한 가문 혹은 일군의 집단을 흥하게도 몰락시킬 수도 있었던 사건으로 비화되기도 하였다. 이런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인물 군상들의 다양한 이야기와 그에 얽힌 사연들이 여기에 소개된 작품들에 반영되어 있다고 하겠다.
이처럼 하나의 항목에 모두 10개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돈을 벌어 부자가 된다는 내용이 중심이 된 ‘치부와 만석꾼’(2부), 그리고 양반과 평민으로 엄격하게 구분했던 조선시대의 ‘신분과 사회 현실’(3부) 역시 그 시대를 읽어낼 수 있는 좋은 주제라고 하겠다. ‘역병과 귀신’(4부)이라는 항목에서는 당대 사람들에게 공포를 안겨주었던 역병(전염병)을 겪거나 귀산을 만난 이들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마지막 ‘신선과 별세계’(5부)에서는 현실 세계와 다른 이상향을 꿈꾸는 이들이 만들어낸 특별한 공간에 관한 내용들이 펼쳐지고 있다. 내용 자체가 흥미롭기에, 재미있게 읽으면서 그 이면에 담긴 조선시대 사회상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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