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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부터 지구를 휩쓸었던 ‘코로나19’로 인해서, 바이러스의 무서운 전염성과 그를 대비하는 건강 관리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특정 종교와 특정 지역에서 무서울 정도로 환자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매일 뉴스를 보면서, 그 사태가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기원했을 것이다. 그리고 의료인들과 투명한 정보를 공개하는 당국의 노력으로 인해서, 이제는 다소 진정되는 추세에 놓여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건강을 자신하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 서울 특정 지역의 클럽을 중심으로 또다시 확산되기도 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서 2차 혹은 3차 이상의 감염이 나타났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기도 했다. 물론 처음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당시보다는 방역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의 자세로 인해, 폭발적인 확산이 되지 않는 현실이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이 책을 접하면서, 문득 코로나19의 전염의 원인을 특정 환자에게 지우는 대중들의 인식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누군가로 인해서 전염이 되고, 그 책임을 해당자에게 전가하고 비난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 물론 부주의한 행위로 인해서 감염이 되고, 때로는 자신의 동선을 거짓으로 말하여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을 옹호할 수만은 없다. 아마도 자신의 언행으로 인해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난 것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더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일 거라고 예상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의 개인 정보를 만천하에 공개하고, 각종 댓글로 비난하는 것이 올은가의 문제는 또한 별개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러한 행동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 대중들과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절실한 대비책이 아니겠는가.
‘마녀라 불린 요리사 ‘장티푸스 메리’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을 읽으면서, 최근의 코로나19로 인한 우리 사회의 문제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의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병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무증상 보균자’라는 개념이 확립되기 이전인 20세기 초반 미국이 시대적 배경이다. 여전히 장티푸스가 생명을 위협하는 병이었던 시절, 의사가 아닌 ‘위생 공학자’에 의해 그 구체적인 사례가 조사되기 시작하였다. 휴가철에 빌려주었던 지신의 집에서 장티푸스 환자가 발생하자 염려가 되었던 집주인의 의뢰를 받아, 위생 공학자인 '소퍼'에게 병의 원인을 추적하게 된다.
단서를 쉽게 찾을 수 없었던 소퍼는 조사 범위를 확대하여, 환자가 발생했던 곳마다 요리사로 취직했던 한 여성을 주목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확증이 아닌 추정만으로, 요리사 '메리'가 전염의 원인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민자 출신의 한 여성 요리사가 ‘무증상 보균자’라고 추정되자,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그녀를 격리시켜 임상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이러한 소퍼의 주장에 의료 당국도 동조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단지 그것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첫 번째 사례라는 이유만으로, 법정에서조차 그녀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몇 차례의 재판을 거치지만, 그 때마다 절망적인 결과가 내려지게 되었다. 아마도 21세기의 미국 사회라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 가족도 없는 이민자 출신이기에, 그녀는 아무런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한 채로 격리되어야만 했다. 더구나 이후에 그녀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사례들이 발견되었지만, 아무도 격리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의 임상을 담당했던 이들은 ‘무증상 보균자’의 사례를 통하여 학문적으로 대단한 권위를 획득했고, 그 과정에서 그녀의 이름과 신분이 노출되어 평생 ‘장티푸스 메리’라는 낙인을 지고 살아야만 했던 것이다. 저자는 비록 과거의 일이었지만, 그녀의 사례를 통해서 ‘의학 발전’이라는 명분과 ‘개인의 인권’이라는 문제를 환기시키고 싶어 이 책을 저술했다고 여겨졌다.
거창한 명분 아래 개인의 인권이 철저하게 무시되었던 그녀의 삶을 기록하면서, 저자는 ‘만약’이라는 단서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만약 메리가 세균론의 불가피성을 이해했더라면, 만약 메리가 과학을 믿었더라면, 만약 보건국이 메리에게 재교육 기회나 다른 생업을 제안했더라면,만일 메리가 슬론 여성 병원 조리실의 일자리를 마다했더라면, 만약 보건국이 남성 건강 보균자들과 메리를 똑같이 대했더라면...” 결국 ‘무증상 보균자’의 첫 번째 발견 사례이기에 ‘메리’는 사회로부터 격리를 당하고, 그저 의학적 임상 수단으로 취급을 받으면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던 것이다. 분명 질병의 원인을 발견하여 치료법을 마련하는 것은 소중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개인의 인권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언론의 기사와 유튜브, 그리고 각종 SNS와 인터넷 댓글이라는 형태로 누군가에게 '낙인'을 찍는 행위가 반복되고 있지 않은지 우리 사회의 현실을 깊이 성찰해보아야 한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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