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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노래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들의 음악을 즐겨 들으면서 가사를 음미하곤 한다. 대부분 작사와 작곡을 직접 하는 이른바 ‘싱어 송 라이터’들이기에, 그들이 직접 작사와 작곡을 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좋아하는 시에 곡을 붙여 만들기도 하고, 지인들의 글을 살짝 수정하여 자신의 노랫말로 삼기도 한다. 내 전공이 국문학이다 보니 그들에게 간혹 가사를 써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고 시도를 해보았지만, 지금까지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시를 좋아하고 읽고 분석하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그렇다고 시를 잘 쓰는 능력을 지니지는 못한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더욱이 노래 가사는 그에 걸맞은 멜로디를 머릿속에 상상하면서 쓰는 것이 필요한데, 음악 역시 듣기만 좋아하지 그 악상을 떠올리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다. 그래서 혹시 나중에라도 노랫말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읽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결과적으로 책의 내용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책으로 듣는 K-Pop 작사 수업’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이 책은 최근 유행하는 이른바 K-Pop 음악에 맞춘 전문 작사가들을 위한 수업 교재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나처럼 아마추어의 입장에서 노랫말을 한번쯤 만들어보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한 내용이라고 할 수 없었다. 저자는 그동안 적지 않은 아이돌 그룹의 노래에 작사가로 활동한 이력을 내세우면서, 지금도 학원 등에서 작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 이전에도 비슷한 성격을 책을 전작으로 출간했던 경험을 밝히고 있다. 최근 유행의 노래를 듣기는 하지만, 그 노래의 작사나 자곡을 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는 못했다.
한 곡의 노래가 대중들에게 널리 사랑받기 위해서는, 그 노래에 리듬을 부여하고 노랫말을 붙이는 작곡가와 작사가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학원이나 혹은 개인 교습을 받으면서까지 작사가로 데뷔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의 성격을 ‘현실적인 작사 수업 커리큘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작사가이기도 하지만 작사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강사’의 입장에서, ‘강의의 커리큘럼을 최대한 책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한 ‘실전 연습서’라고 하겠다.
크게 두 단계로 진행되는 저자의 커리큘럼은 먼저 ‘작사 실전편: 작사와 친해지기’와 ‘작사 심화편: 작사 즐기기’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실전편’에서는 모두 8개의 항목으로 각자가 ‘작사를 하고 싶은 이유 생각해 보기’에서부터 계획표 짜기와 작업 공간 등 작사가로서 필요한 요소들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7단계에서는 ‘작사 독학 공부법 네 가지’라는 제목으로 필사와 가사 분석법, 습작과 수정연습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노랫말들을 제시하여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여기에 ‘신화편’에서는 노래를 부를 가수나 노랫말의 ‘캐릭터 분석’이 필요함을 강조하면서, 실제 노래 가사들을 활용해서 ‘가사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의 다양한 표현들’을 익힐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심화편의 마지막 항목은 ‘다양한 콘셉트의 가사’라는 제목으로 3곡의 노랫말을 대상으로 제시하면서, 그에 대한 수강생들의 생각들을 적용시켜 보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저자는 현직 작사가로 활동하면서, 여전히 새로운 노랫말을 쓸 때마다 겪을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토로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아쉬웠던 부분은 저작권 문제로 다양한 노래들의 가사들이 소개되지 않고, 단지 제목으로만 제시된다는 점이었다. 모든 공부법이 그렇듯이 ‘작사 공부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며, ‘이 책에서 제시한 방법 또한 유일하거나 완벽하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작사를 하려는 이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저자의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내가 지인들에게 노랫말을 써주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접게 되었지만, 작사에 대해서 더 큰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에는 성과가 있었다고 하겠다. 저자와 같이 전문 작사가로 활동하고자 하는 이들이 읽는다면, 분명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리라 여겨졌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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