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살면서 누구나 선택의 순간에 직면한다. 중요한 선택일수록 결정은 어렵다. 선택에 의해 개인의 삶이나 기업의 운명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의지와 기대대로 미래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각자의 선택이 모여 미래가 만들어진다. 하여 "사람은 평생을 후회할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고, 다시 그 순간이 와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자신의 신념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미래는 여전히 결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오로지 성공이 목적이라면 자기 주도적인 결정보다는 점술에 의존하게 나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성공적인 결과를 보장하는 선택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선택에는 타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가 매 순간 발생한다. 충주시 공식 유튜브 충TV는 사법고시에 여러 번 낙방한 바 있는 어느 9급 공무원에 의해 만들어졌다. 충주시는 인구가 20만 명인데, 충TV의 구독자 수는 2024년 말 현재 충주시 인구의 네 배에 이르는 76만 명이다. 그의 유튜브를 보고 대기업과 공기업 등에서 스카웃 제의가 왔지만, 그는 자신이 전권을 맡지 않으면 자신만의 독창성을 살릴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해서 좋은 제안들을 거절했다고 한다.
충주시보다 먼저 SNS로 성공한 “부산 경찰 페이스북”은 어느 순경에 의해 탄생했다. 방송국 PD를 꿈꾸며 서울시립대 국문과를 다니다가 검도 동호회에 들어가 검도 3단을 따게 된 그녀는 자신에게 무인(武人)의 기질이 있음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녀는 경찰에 지원했고 합격했지만, 자신이 기대했던 정의사회 구현 업무와 다른 홍보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녀는 부서 이동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윗선의 간섭 없이 SNS를 할 수 있는 조건으로 홍보 업무를 맡았다. 이후 부산 경찰이 하는 일을 많은 사람들에게 우호적으로 알리는 데 성공적으로 기여했고, 그녀 자신도 파출소장과 경찰서장급 사이의 직급에 해당하는 경감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충주시와 부산경찰 SNS는 말단 공무원이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재능을 잘 살려 훌륭한 스토리텔링으로 승화시킨 사례지만, 단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다가 스토리텔링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국산 등산 브랜드인 블랙야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블랙야크의 마케팅 부서로 이직한 김정배 당시 부장은 한국의 100대 명산 목록을 만들고 등산 마니아 동호회를 구성해 주요한 산들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100대 명산을 탐방하는 것이 유행으로 번지면서 등산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과거에는 학벌과 시험이 성공의 주요 열쇠였지만, 많은 사례에서 보듯 오늘날에는 ‘스토리’가 새로운 성공 방정식이 되고 있다. 사람들이 스토리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좌뇌로 사건을 분석하지만, 정보 자체는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우뇌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쉽게 인지할 수 있고 감동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스토리는 오늘날 세상을 바꾸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강릉의 어느 정자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다가 순직한 소방관”에 대한 팩트성 기사보다는 “문화재를 지키려다”, “퇴임 1년을 앞둔 베테랑”과 “임용 1년도 안된 새내기”가 남긴 “주인 잃은 소방 장비”에 대한 기사와 사진이 소방 공무원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지방직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었다.
오늘날 좋은 스토리는 개인적인 성공과 사회적인 감동을 넘어 국가 전체의 산업으로도 확산된다. 예컨대, “여신강림”을 비롯한 인기 웹툰은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 해외로 수출되고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영화 등으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이 긍정적인 영향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요 순위 경쟁 프로그램에 불우한 가정사를 포함시켜 사실상 순위를 바꾼 사례에서 보듯 스토리텔링은 오남용될 우려도 있다. 하지만 진정성과 품격을 갖춘 스토리텔링은 (사회적인 성공이나 실패라는 세속적 잣대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자신만이 만들 수 있는 독창적인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다.
추신 : 아는 사람의 후기는 언제나 신경 쓰이고, 어렵습니다. 현장에서 듣지 않으면 재미있게 옮기기 어려운 사례들은 모두 뺍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