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거짓같다
내가 느끼는 나 내가 생각하는 나 내가 말하는 모든 것 다 그저 지어낸 나처럼 느껴진다.
어릴 때부터 나는 내가 사랑이 많은 아이, 사랑으로 가득 찬 아이로 자랐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며 자랐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모든 게 거짓으로 느껴졌다.
나 스스로를 착하다 생각하는 것, 나 스스로를 사랑이 넘치다고 생각했던 것, 그 모든 게 사람들에게 하는 기만으로 아니 나의 대한 기만으로 느껴졌다.
나를 못 믿겠다. 내가 하는 말들이 다 나를 세뇌 시키는 것 같다. 내가 이 사람들을, 아니 내 친구들을, 아니 내 부모님을 진심으로 사랑할까? 내가 하는 말 다 그 사람들이 주는 온기가 좋아서, 그 사람이 그저 필요해서 하는 꾸며진 말이 아닐까… 의심이 된다. 됐다가 아닌 지금도 다 거짓말 같다.
사랑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 남들이 나에게 주는 사랑을 느끼는게 아닌 내가 하는 사랑을 느껴보고 싶다.
사랑을 해보고 싶다. 연인과의 사랑을 느끼면 내 생각들이 정리가 되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하게된다.
그럴 리 없지, 그런 기적이 일어날 리 없지. 당연한 것인데도 느껴보고 싶다.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이내언니와 얘기하다 이 얘기를 꺼냈다.
언니는 사랑이라는 존재를 정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다. 나도 안다. 정의 할 수 있을리가 없다.
국어사전에도 추상적이게 적혀있는 이 단어를 어찌 정의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정의하고 싶다. 알고 싶다. 궁금하다. 제발 한 번이라도, 누구에게라도, 연인이 아니더라도, 그저 그냥 제발 느끼고 싶다. 의심할 필요없는 그 감정을 알고 싶다. 사실 내가 지금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무슨 생각으로 이 줄줄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제는 이 궁금증마저도 거짓같다. 누구에게 특별해 보이고 싶어하는 그런 관종짓하는 거 같다. 아 제발로 누군가 내 생각을 정의해줬으면 한다.
이 내가 쓴 글 중에 제일 더러운 글, 제일 솔직한 글.
제발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이 나를 정의해줬으면 좋겠다.
이 추잡한 나를 누가 좀 해석해줬으면 좋겠다
아 나 뭐래니. 나 도대체 무슨 생각 하는 거니 지금.
처음으로 생각해서 쓰지 않은 글, 처음으로 다듬어내지
않은 글, 처음으로 내가 뭐하는 새끼인지 알 수 있는
글을 썼다. 아… 후련하다. 아무것도 안풀렸지만 후련하다. 기쁘다. 이 글을 읽은 다들 내가 무슨 생각하는 지 이 글 흐름이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는지 이해가 되지 않겠지.
내 기준에서도 이 글은 망한 글이겠지. 그럼에도 너무 좋다. 나조차도 내일 일어나면 무슨 뜻인지도 모를만한 이 글이 너무 좋다. 나 왜이러니.
첫댓글
좋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와지고 자기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즐거웠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