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단맛으로 쓰디쓴 현실 가운데로
"그때에 '너는 많은 백성과 민족과 언어와 임금들에 관하여 다시 예언해야 합니다.' 하는 소리가 나에게 들려왔습니다.”(10,11)
사도 요한은 당시 박해받던 초대교회들의 대표자로서 '다시 예언해야 합니다'라는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말씀을 주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가서 말씀을 증언하라는 것입니다. 당시 초대교회 신자들이 복음을 전해야 하는 그들을 박해하고 죽이고 있는 로마제국입니다. 음란과 폭력과 황금만능주의로 가득한 곳입니다.
박해가 너무 심해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는 힘든 상황에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주신 메시지가 요한 묵시록입니다. 이들을 박해하는 세상을 향해 부어지는 무서운 하느님의 심판을 보여주시고, 흰옷을 입은 하느님의 백성들은 하늘 나라에서 위로하시는 환상을 보여주셨습니다. 거기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그래도 세상 속으로 다시 들어가서 교회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극심한 고난의 현장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시 초대교회 신자들에게 납득하기 힘든 명령이었을 것입니다. 치열한 전쟁터에서 열심히 싸우고 돌아왔는데, 후방으로 보내주는 게 아니고, 다시 전쟁터로 돌아가라고 하니 얼마나 기가 찼을까요?
"주님,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다시 돌아가라니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다시 전사가 되라니요? 도대체 얼마나 많은 고난과 박해를 더 견디라는 것입니까?"
그런데 납득할 수 없는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의외로 가까이에 있습니다. 주님께서 요한에게 말씀을 먹이라고 명령하시는 데에 그 비밀이 있습니다. 구약성경의 에제키엘에게도 똑같은 명령을 주셨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입을 벌리자 그분께서 그 두루마리를 입에 넣어 주시며, 나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아, 내가 너에게 주는 이 두루마리로 배를 불리고 속을 채워라.' 그리하여 내가 그것을 먹으니 꿀처럼 입에 달았다. 그분께서 다시 나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아, 이스라엘 집안에 가서 그들에게 내 말을 전하여라.'"(3,2-4)
여기서도 보면 하느님께서 에제키엘에게 '이 두루마리를 먹고 가서 이스라엘 집안에 가서 말을 전하라'고 하십니다. 말씀을 먹는 이유는 선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말씀을 전하기 전에 네가 가서 배불리 말씀을 먹으라는 것입니다. 단순히 배만 채우는 게 아니고 그 말씀이 꿀처럼 단 것을 체험하라는 것입니다. 말씀이 주는 은총, 그 즐거움과 감동을 네가 먼저 충만하게 체험하라는 것입니다.
모든 민족에게 말씀을 전하는 복음 전파와 선교의 사명은 의무감이나 죄책감으로 억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먼저 우리 자신이 영적으로 충만해야 하고 기뻐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이스라엘 집안에 말씀을 전하라는 사명을 주시면서, 우리가 먼저 배불리 먹고 꿀처럼 단 말씀의 체험을 하게 하십니다. 은총의 기쁨이 우리를 지배하게 하십니다. 주님의 일은 독하게 결심하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은총으로 충만해져서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원수 사탄이 지배하는 세상 속으로 복음을 들고 가야 합니다. 이 복음 전파와 사명은 많은 저항과 박해와 어려움을 견뎌내야 하는 힘든 일입니다. 인간적인 의지로는 오래 하지 못합니다. 먼저 우리 자신이 영적으로 충만하고 행복해야 합니다. 말씀이 먼저 우리 삶으로 들어와서 녹아내린 경험을 가지고, 계속 그 기쁨을 누리는 자만이 복음을 전하러 세상 속으로 갈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지금 우리에게 세상 속으로 가라고만 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깊이 복음의 맛을 보아서 아는 자가 가라는 것입니다. 복음의 단맛을 아는 자만이 그것을 전할 때 생기는 고난의 쓴맛을 견딜 수 있다는 뜻입니다.(이것이 10절에서 나온 '입에는 꿀같이 달았지만 먹고 나니 배가 쓰렸습니다'는 말씀의 또 다른 의미이다.) 세상의 쓴맛을 능가하는 은총의 단맛이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세상이 알 수 없는 기쁨과 만족과 감격이 우리 안에 충만하다는 사실을 믿으십시오. 복음 전파나 선교는 의무감이나 죄책감으로 억지로 쥐어짜는 게 아닙니다. 받은 은총이 흘러넘쳐서 하는 것입니다.
에제키엘에게는 '이스라엘 집안에게 가서 그들에게 내 말을 전하여라'고 하셨는데, 요한 묵시록에서는 '많은 백성과 민족과 언어와 임금들에 관하여 다시 예언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말씀을 받은 자는 반드시 그 말씀을 주위 사람들과 온 세계에 흘려보내야 할 거룩한 책임이 있습니다. 말씀의 힘을 제대로 체험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전하고 싶은 열정이 생깁니다. 마지막 때가 가까울수록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복음 전파와 선교의 경계선을 더 크게 넓히기를 원하십니다. 온 세계를 품기 원하십니다. '많은 백성'에게 전하라고 하셨는데, 지구상에는 중요한 종족만 따져도 1만 7천 개 정도의 종족들이 있고, 이중에서 한 번도 복음을 들어보지 못한 미선교 종족들만 해도 3,4천에 달한다고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촘촘하게 온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실행하고 계십니다. 말씀을 먹고 내 안에 하느님의 성령이 충만하게 되면 하느님의 마음이 내 마음이 됩니다. 그러면 나는 자연스럽게 주님의 손과 발이 되어 세상으로 나가게 됩니다. 그렇게 한 명 두 명 헌신하는 하느님의 백성들이 세상 속으로 퍼져나갈 때, 하느님의 영광이 온 세상에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