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구워진 메아리가 접시 위에 앉아 있다(김선우)

[날아(捏娥)]

잘 구워진 메아리가 접시 위에 앉아 있다

식탁에 앉아 숟가락을 드는데 딸깍,
저 위에서도 누가 숟가락을 든다
일부러 국물을 소리나게 삼켜본다
저 아래서도 누군가 후루룩,

첩첩 쌓인 직사각형 상자들
텅, 탕, 퉁, 팅,
오가는 메아리
숟가락을 내려놓고 절벽 끝으로 간다 아파트 12층
절벽을 쿵, 굴러본다
메아리는 빠져나가지 않고 딱딱하게 증폭된다

식탁으로 돌아와 숟가락을 든다
잘 구워진 냄새들을 데코레이션하며 생각한다
언제부터 사람이
사람 위에 사람 위에 사람 위에 살게 되었나

수직의 시계추가 퉁......탕......텅......
쿵!
오 메아리여, 절벽에 갇힌
우리들의 시계를 위해 울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