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눈동자를 보는 내 눈동자
정끝별
눈동자는 보이는 것을 따라 움직인다 우리는 눈동자가 잠시 머문 것을 본다 그런데 안 보이는 것은?
행불된 생각을 볼 땐 눈꺼풀이 바삐 깜빡이고 늘 다르게 부는 바람을 볼 땐 눈썹부터 들썩이고 오리무중 마음을 볼 땐 눈꼬리가 먼저 올라간다 눈동자가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너를 보려면 내 눈동자부터 가려야 한다 눈동자는 가까이 있는 것만을 보려 하니
네가 없는 밤을 지날 때도 두 눈꺼풀을 닫아야 한다 그림자가 그러하듯 밤이란 있고도 없는 거라서 안 보거나 못 보아야 건널 수 있으니
잠에 먼저 든 너를 만나러 갈 때도 두 눈을 질끈 감아야 한다 바삐 가느라 깜빡 잊고 눈동자를 열고 있으면 살며시 닫아주길! 남은 눈물은 노자에 보태라고
중력 없는 삶을 살려면 눈동자에 든 눈독부터 덜어내야 하고 다른 삶을 살려 꿈에 들 땐 눈꺼풀을 내린 후 눈동자의 뒤편을 봐야 한다 꿈에 눈동자는 우주의 앞면과 맞서지 않고 뒷면으로 돌아든다
안 보이는 것을 보려면 보이는 것을 안 보아야 한다
보이지 않는 네 눈둥자를 볼 때 내가 눈을 감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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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눈동자를 보는 내 눈동자
이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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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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