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큐브릭 특집을 기다리면서, 세 번째 추천작 투척합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큐비어천가 한 소절 부르겠습니다.
스탠리 큐브릭은 영화감독 명예의 전당이 있다면 (세대는 다르지만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존 포드, 알프레드 히치콕과 더불어 첫 해에 100%의 특표율로 입성해야 할 감독입니다.
(그 다음 세대의 감독으로는
마틴 스콜세지, 스티븐 스필버그,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조지 루카스, 리들리 스콧, 클린트 이스트우드 정도가 떠오르네요.)
앞서 언급한 두 감독에 비해 (44년이나 극영화 감독으로 활약했음에도) 큐브릭의 필모는 너무나 짧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가 얼마나 완벽주의자인가를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죠.
여담이지만 '봉테일'로 불리는 봉준호 감독이 자신은 큐브릭에 비하면 발톱의 때라는 농담을 했을 정도이니 말 다했죠.
참고로 인터넷에 찌라시처럼 돌아다니는 배우들과의 불화는 좀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그가 44년 동안 만든 총 13편의 장편 극영화 중 자주 언급되는 작품은 5편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계테엽 오렌지>, <배리 린든>, <샤이닝>.
이 5편은 시쳇말로 '죽기 전에 반드시 봐야 할' 같은 수식어가 어울리는 작품들입니다.
(순서대로) 블랙코미디/전쟁. SF/드라마. 범죄/드라마/SF. 시대극/로맨스. 공포/스릴러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감독을 찾기란 극히 어렵습니다.
이외에 아쉽게 탈락한 <풀 메탈 재킷>은 같은 해에 개봉한 올리버 스톤의 <플래툰>에 밀린 비운의 작품이고,
유작인 <아이즈 와이드 셧>은 톰 크루즈만 아니었다면 훨씬 좋은 작품이 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oivxZ__FZc
<샤이닝>을 추천하는 이유는,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영화사적으로 보면 <2001년...>이 최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만, <샤이닝>을 훨씬 자주 보게 되네요.)
저는 피가 난무하는 슬래셔물보다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심리적인 공포(<로즈마리 베이비>, <겟아웃>)를 선호합니다.
<샤이닝>은 당연히 후자쪽입니다. 전자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은 연출 방식이죠.
그래서 첫 번째 이유는, 공포감을 유발하는 방식입니다.
잭 니콜슨의 광기가 폭발하는 후반부까지는 잔인한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잔인한 장면 없이도 지속적인 긴장감이 유지될 수 있는 두 가지 이유는,
오버룩 호텔이라는 미스터리한 공간과 세 가족을 포착해내는 카메라의 시점과 구도 변화에 있습니다.
(오프닝) 전지적 시점 --> (중반부) 유령의 객관적 시점 --> (후반부) 미쳐버린 잭의 시점 --> (절정) 미로 추적씬의 스태디캠 시점.
이렇듯 공간이 주는 공포와 인물의 심리를 절묘하게 포착해내는 카메라 워킹에 따라 위기감과 스릴이 극대화됩니다.
이 작품의 개봉시기는 존 카펜터의 걸작 <할로윈>이 나온지 2년 후인 1980년.
이때가 슬래셔 장르가 우후죽순 쏟아지던 시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트렌드에 정면으로 역행해서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원작자가 빡쳐서 드라마 각본까지 쓰게 만들었을 정도로) 과감한 각색입니다.
할리우드식 스토리텔링을 포기하고, 비주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에 매혹됐습니다.
무려 스티븐 킹의 원작에서 핵심적인 오컬트 요소를 전부 드러내고, 잭 니콜슨의 광기에 집중하는 선택.
이것은 큐브릭만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나중에 원작을 읽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f2_pRfCti_s
끝으로, 잭 니콜슨의 신들린 연기는 볼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납니다.
(물론 셜리 듀발의 연기도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촬영장에서 학대당했고, 나중엔 정신이상자가 됐다는 사실을 알고는 차마....
기사 링크 : https://m.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324059)
이 작품을 보기 전까지 <배트맨>, <어퓨굿맨>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입덕했다고나 할까요? ^^
<이지 라이더>, <차이나타운>,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애정의 조건>은
시대를 대표하는 걸작입니다.
이중에서 개인적인 최고작은 로만 폴란스키가 연출한 <차이나타운>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37QkBc4IGY
모든 작법서에서 인용되는 로버트 타운의 완벽한 시나리오와 충격적인 엔딩으로 기억되는 걸작입니다.
샘 스페이드, 필립 말로 스타일의 사립탐정이 등장하는 고전적인 범죄/누아르를 좋아하신다면 강추입니다.
오늘도 주저리주저리 떠드느라 길어졌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추천 감사합니다!
ㅎㅎ
밑줄 쫙 리뷰네요 감사합니다 ^^
보람을 느낍니다. ㅎ
큐비어천가라 ㅎㅎ 재밌네요.
샤이닝은 공포영화다 라는 선입견때문에 접할 생각을 안했는데
리뷰덕에 기회가 되면 도전해 볼 로 바뀌었네여~^^
꼭 보세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