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끼와 원숭이> 이야기를 처음 읽었던 것은 초등학교 때입니다.
어느 출판사인지는 모르겠지만 마해송 동화 모음집이라고, 파란 표지의 책으로 읽었어요.
오랜만에 서점에 내려가서 그냥 눈에 띄는 책을 아무거나 집어들었는데, 그게 마침 새 옷을 입고 단장해 나온 <토끼와 원숭이>였습니다. 멋진 새 표지와 그림(옛날에 제가 읽었던 판에는 그림도 몇 개 없었어요)으로 만나볼 수 있었는데, 어렸을 때 읽었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라 놀랐습니다.
내내 '이게 이렇게 노골적인 이야기였나...?' 하면서 읽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그냥 별 생각 없이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은데, 지금 읽으니까 뭐가 뭔 내용인지 단번에 알겠더라고요.
어린이 동화에 이런 노골적인 정치적 메세지를 넣어도 괜찮은가, 하는 생각까지 들기도 하긴 했는데 저 자신이 어렸을 때 별로 그런 느낌 없이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떠올라 그 생각은 접어두게 되었습니다. 해석은 독자 나름이지요!
그러나 이 이야기가 '동아시아 아동문학 시리즈'라는 타이틀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야기로 꼽힌 점에는 약간 아쉬움이 따릅니다. 물론 일제강점기가 우리 근현대사의 가장 큰 사건이자 정체성에 큰 영향을 준 사건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동문학 딱 하나를 뽑는다면 좀더 보편적인 성격이 있는 이야기를 고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보고 하나 꼽으라면 바로 나오지는 않겠지만, 더 재미있었던 다른 이야기들이 많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위에서 말했던 마해송 동화 모음집의 제목이 '떡배 단배'였는데, 저는 토끼와 원숭이보다는 떡배 단배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근데 그것도 지금 읽으면 또 다를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제가 읽었던 판보다 예쁘고 이해하기 쉬운 판형과 그림으로 새단장해 돌아온 <토끼와 원숭이>를 만나니 무척 반가웠습니다. 제가 재미있게 읽으며 자란, 또 커서 다시 읽고 여러 생각을 한 이 이야기가 이제 새로운 세대의 어린이들을 만나 생명을 이어갈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네요. 작고 말랑말랑한 머리통들에 어떤 생각들을 들게 할지 궁금합니다.
첫댓글 맞아요, 같은 책도 언제 읽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지요.
깊이 동감!!!
아, 그래요~ 어렸을 적엔 그저 재미있게 읽었는데, 커서 보니 이런 얘기구나~ 하는 것.
그건 한 작품을 여러 층위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긴데, 무릇 오래 남는 작품이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알이님 의문은 예상했던 것이기도 해요.ㅎ 만든 이로서 부족하나마 답변하자면요, 사실 알려지지 않은 다른 동아시아 나라의 작품을 찾고 뽑는 것만큼이나 잘 알려진 우리 작품에서 꼽는 것도 무척 어려웠어요. 더욱 조심스럽기도 했고요.
<토끼와 원숭이>는 동아시아 혹은 세계로 시선을 확대했을 때, 전쟁과 분단, 평화 이야기를 다른 나라 어린이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단 판단이 컸어요. 마해송은 우리 대표작가라 할 만하고,
또 그의 작품 가운데 가치에 비해 덜 알려진, 단행본으로 나오지 않은 작품을 고르다 보니, 이만 한 게 없었던 거지요.
지금 다시 보아도 그 메시지는 여전하니까요. 그리고 한 나라에 딱 한 작품만 선정하는 건 아니에요. 발표 시기나 독자 대상, 장르 등을 고려해서 선정 기준에 맞게, 겹치지 않게 이어 나가려 하지요.^^ 모두가 공감할 만한 우리나라 대표작 선정하는 것, 역시 어렵네요.(물론 저 개인이 하는 건 당근 아니지요.) 암튼 알이님 글 무자게 반가웠어요.^^
에공... 답변이 되었을지요..^^
말 꺼낸 김에 알모 식구들께 한번 힌트를 얻어 볼까요?
과연 우리나라 근현대 어린이문학을 대표할 만한 작가와 그의 대표작은 무어라고 생각하세요?^^
그 다음 작품도 고민하고 있거든요.
(만약, 같은 작가, 같은 작품이 나온다면, 책이 나온 뒤 선물하겠습니다. 알모한테 혼날까나..ㅎㅎ)
그나저나 수고 많으셔다능. ^^
고맙습니다. 한번 뵈어야는데요~^^
까치와 질래님 말처럼 딱 대답하려니 어렵네요.
생각해 두셨다 언제 만나면 살짝 알려 주세요.^^
앗, 명쾌한 답변 감사합니다!! 한 작품만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저도 큰 아쉬움은 없어요!! 충분히 선정될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본문에도 썼듯이 저는 <떡배 단배> 등 모험이나 서사적 요소가 조금 더 큰 이야기들을 더 좋아했거든요. 북한, 중국 등에서 선정된 작품들에 비해 <토끼와 원숭이>는 상징적인 메세지가 더 강하다고 생각해서 든 생각이에요. 앞으로 다른 작품들이 더 소개된다면 제 아쉬움도 해결되는 셈이네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D ㅎㅎ
그리고 하나 더, 그림이 무지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옛날에 읽었던 판에서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게 그림이었거든요. 이렇게 예쁘고 멋진 그림들을 입고 나와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제가 다 기분이 좋네요. :) 좋은 이야기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시리즈 더 기대할게요!!! *__*
휴~ 다행.^^
어릴 적부터 책읽기 좋아하고 많이 읽고 지금도 그러하고,
하여 책 보는 안목이 뛰어난 알이님 격려에 힘이 불끈~~~
더 열심히 좋은 책 만들어야겠어요. 고마워요.*^^*
소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