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살아 봐야겠다 박 정 대 (1965~ ) 쉽게 쓰여진 시는 없다 아우슈비츠가 사라졌어도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에 모두 다 제 속에 거대한 감옥을 세우고 사느니 서정이 사라진 시대에 서정시를 쓴다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지성이 감성을 데불고 어디로 가느냐 묻지 마라, 지성도 감성도 명왕성도 사라진 시대에 또 다른 행성에서는 샘물 같은 지성이 솟고 불꽃같은 감성이 피어나느니 그대 눈에는 그대 가슴팍에는 그저 쉽게 쓰여진 시만 펄럭이며 나부끼고 있구나 인류여, 나의 이름을 묻지 마라 나는 그대에게 다가간 적 없고 그대 입술에 사랑을 고백한 적 없나니 적이 없어서 사랑을 사랑할 수 없는 나에게 사랑이라 불리는 그대여 더 이상 인간의 사랑을 발설하지 말아다오 고독에 메마른 나무들과 손잡고 걸어가는 오후의 거리에서 나는 나의 고독과도 여전히 화해하지 못하나니 그대의 사랑이 끝이 없어서 나는 하냥 외로웠을 뿐 하냥내 외로워 나는 그대 사랑을 모독했을 뿐 인간의 말이여, 인간의 말로 뒤덮인 한 장의 발판이여 세계여 나는 아무도 모르는 슬픔이어서 인간 이전의 시간이어서 나는 여전히 시 빡의 아쿠스메트르* 그대가 나를 모르듯 나는 여전히 그대를 모른다 바람이 불어오고 그칠 때마다 아무리 고개를 저어 봐도 시여, 그대는 언제 나에게로 오는가 나에겐 아직 단 한 편의 시도 없는데
─ *미셸 시옹에 의하면, '아쿠스메트르Acousm^etre'는 영화의 화면 밖에 음향적으로만 존재하면서 전지적 힘을 발휘하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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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를 어렵다고 하면 영영 시를 못쓸겁니다
감정이 매일 일어나는 것 도아니고 좋은 시가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지요
저는 시를 쉽게 생각합니다
깊이도 없고 느낌도 감성도 없겠지만 진실한 마음을 담으면
내 스스로 부족한대로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요
시인들은 왜 그렇게 어려운 시에 목을 매다는지 참 문제가 많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