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 추위가 앙탈을 부리 듯 찬바람을 몰고 와 갓 피어 난 여린 꽃잎에
하얀 서리를 내려 앉히며 시샘을 부리던 삼월의 첫 주말
일상에 지쳐 늘 피곤해 하는 안쥔을 대동하여 태안의 진주 『천리포 수목원』을 찾아갔다
시류에 휩쓸리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이 3자가 겹치는 3월3일이라서
어디 한적한 식당에 들려 삼겹살 구이라도 즐겨 볼까 했지만
배보다는 가슴을 채울 바닷 내음이 절박해 그리 멀지 않은 태안의 바닷가를 찾아 가게 되었다
천리포 수목원 안내도
천리포 수목원은 한국전쟁 당시 정보장교로 참전한 민병갈 박사에 의하여 만들어진 수목원이다
그는 외떨어진 이 해안가에 자연정신의 사랑을 심고 창의적 영감과 행복을 전하고자 일생을 바쳐
나무와 꽃을 모으고 꾸준하게 심어 정성으로 가꿔 작지만 세계적인 수목원을 만들었다
그가 보유한 나무는 15,600종류(2015년 기준)에 이르고
목련류, 감탕나무류, 동백나무류, 무궁화, 단풍나무류 등 5가지에서는 세계적인 보유량을 자랑한다
민병갈은 2남 1녀 중 장남으로 미국에서 태어나 15세때 아버지 '밀러'를 여의고
어머니와 함께 살다가 22세 군 입대 후에는 어머니와 줄곧 떨어져 이역만리 한국에서 살았다
종래에는 한국인으로 귀화하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일생을 점철하였다
군 제대 후 한국은행에 취업하였고 일찌기 식물에 관심을 가져
아무도 돌보지 않던 태안의 천리포 일원에 각종 나무를 심으며
세계적인 식물학자들과 교류하였고
1960년에는 그리던 어머니를 서울로 모셔 소일거리를 마련해 같이 살기도 했다
1996년 어머니 '에드나'가 101세로 세상을 떠나자
천리포의 숙소 마당에 어머니가 좋아했던 목련 '라스베리 펀'을 심고
아침마다 "굿 모닝 맘"이라는 문안 인사를 하였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효심을 기억하는 수목원 직원들이
민병갈 원장이 세상을 떠난 이듬해 봄에 이 목련을 그의 묘역에 심어놓아
어머니와 아들이 늘 같이 있게 하였으며
지금도 동상 곁을 지키는 '라스베리 펀'이 수목장으로 묻힌 모자를 위로하고 있다
호수와 잘 어우러진 민병갈 기념관
입장료 8,000원(경로요금)을 내고 수목원으로 들어서면 소나무가 도열한 숲길에
찬바람으로 움츠러 든 '사프란'이 발밑에서 수줍게 인사를 건네온다
크로커스(트리컬러) .붓꽃과
계단을 따라 연못쪽으로 내려설 수도 있지만 숲내음이 좋아 가던 길을 놓지 않았더니
이름도 생소한 '마취목'이 주렁주렁 신기한 꽃술을 달고 기다린다
털머위(곰취)
숲길이 끝나는 곳에서 왼편으로 억센 바닷바람이 몰려 오는 모래 전망대로 나가 봤다
툭 트여지고 망망한 바다 전망에는 거친 파도가 철썩이며 밀려오고
바닷물에 잠긴 외로운 섬은 먼 바다를 지켜보며 등대 구실을 하는데
섬 이름이 좀 특이하게도 '낭새섬'이라 불린다네!
천리포 수목원의 '랜드마크'로 많은 사진 속에 등장하는 저 건물은
왼쪽은 카페 건물이고 오른쪽은 기념관으로 아랫층은 갤러리이며
윗층은 민병갈 원장의 기록물 등이 전시돼 있는 공간이다
입장권을 내어 주던 직원의 안내대로 '겨울 정원'을 가기 위해
연못을 지나던 중 '뿔남천'과 정신없이 사방으로 가지를 뻗은 '닛사' 나무와
열매같은 꽃봉우리를 자랑하는 '팔손이' 나무 곁을 지난다
뿔남천(아서멘시스) . 매자나무과
닛사 . 닛사나무과(미국)
팔손이 나무
겨울 정원에 들어서면 낙엽 사이로 앙증맞은 흰꽃을 들어올린 사프란이 반기고!
사프란(크로커스)
뒤이어 군락을 이룬 '갈란투스(스노우드롭)'와도 마주했다
'이 스노우드롭'은 여태까지는 사프란 일종으로 알고 있었는데
여기에 와서 정식 이름을 알게 되었다
갈란투스(스노우드롭) . 백합목 수선화과(남유럽)
풍년화는 나무에서 피는 꽃중에서 아마 가장 부지런한 꽃이 아닐까?
풍년화
사프란(노랑)
겨울 정원이라지만 버들강아지 같은 이른 봄꽃들도 많이 보인다
붉은 말채 나무 밑에서 겨우 찾아 낸 이 꽃은 이름이 뭐지? 했는데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화란붓꽃'이라는구먼!
이 나무는 이름을 외워 왔는데 그만 까먹었고~! ㅉ
다양한 국적의 나무들이라 이름을 오려오지 못하면 외웠다가도 금방 잊어먹게 되더라구!
서향(즈이코니시키) . 팥꽃 나무과 (일본?)
화사한 풍년화(주황)가 갈대 뒤에서 풍성한 꽃술을 달고 기다리고 있다
풍년화(노랑)
삼지 닥 나무
삼지닥나무 꽃
낮달맞이꽃인줄 알고 가까이 다가서 보니 모로코의 수선화 '로미에우시'라네
가지가 좀 지저분하여 대충 찍었더니 허름한 사진이 된 납매!
"에화 매화로구나~♬"
매실나무
세한지우(歲寒之友)인 복수초는 설을 전후해서 눈속에서 피어나는 꽃이라
옛 선비들만이 아니라 사진사들도 아끼는 꽃이다
개복수초
아직은 좀 더 기다려야 볼 수 있는 목련은
만개했을때 만큼은 그 어떤 꽃보다 화려하고 고상한 꽃이다
목련
사초
줄기로 봐서는 수국 종류인데 이름표도 없었고
집에서도 확인이 안되는 꽃이다
??
사프란
호랑가시 나무
줄기 잎에 가시가 있는 것만 호랑가시 나무인줄 알았더니
동백 이파리같은 매끈한 잎을 가진 호랑가시 나무도 있었다
게다가 팥배나무 열매같은 붉은 열매도 한 웅큼씩 달려 있었고!
호랑가시나무(샘소터) . 감탕나무과
【호랑가시 나무는 감탕나무과에 속하는 감탕나무속으로 크기로 보면
교목 또는 관목으로 상록 활엽수이며 영어로는 'HoIIy'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감탕나무과 식물은 온대, 난대및 열대지방을 중심으로 800여종이 분포한다
우리나라에는 호랑가시나무, 꽝꽝나무, 좀꽝꽝나무, 먼나무, 대팻집나무 및 완도호랑가시나무 등
총 5종에 2변종, 잡종 등 8분류군이 서식한다】
아래의 이 나무는 향이 아주 강한 나무라서 주변이 온통 향기로웠다
사르코코카 콘푸샤 . 회양목과(중국)
천리포 수목원의 설립자인 민병갈님의 좌상
몸을 배배 꼬고있는 '수양 회화'는 국적이 어디일까?
수양회화 나무
희귀, 멸종 위기 식물을 키우고 있는 전시관을 가던 중 계단옆에 미끈한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데
몸통에 달라붙은 줄기 식물이 그의 안녕에 해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해본다
소나무와 줄사철
전시관 내부의 동백들
수목원 안에는 하룻밤 쉬어 갈 수 있는 민박형 집들이 여러 채 있는데
이 '벚나무 집'은 도로에서 멀지않은 곳에 위치하여 그닥 환경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벚나무집
영춘화가 피어있는 언덕길을 넘어 화장실에 들렀다 '다정큼나무집' 앞으로 다가섰다
영춘화
다정큼 나무집(홍가시나무 담장)
목련
기념관 뒷 쪽은 봄꽃이 피어나야 멋이 있어지려나?
좀 우중충해 보여서...
가죽잎 덜꿩나무(바리에가툼) . 연복초과
카페에 들어가 목련차와 커피를 시켜 잠시 숨돌리는 시간을 가진 후
바로 옆동의 '민병갈 기념관'을 들어가 본다
♧ 목련차 7,000원 커피 5,000원 ♧
갤러리에 걸린 작품들은 거의가 사람들 얼굴이었는데
일부러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민병갈 기념관의 집무용 책상과 탁자
2층 기념관 집무실에서 내려다 본 연못
기념관을 나와 연못 주변을 한바퀴 돌아 보는데
약 10여년 전에 들렀을 때도 감탄을 했던 예술적 몸통을 지닌 목련 나무와 해후를 한다
목련 나무
잔물결이 일어 물비늘을 만드는 연못도 잠시 멍때리기 좋은 장소이다
오층 석탑
겨울 정원이 숨겨진 숲
측면에서 바라보는 기념관
오구나무
석등?
사프란
낙우송 뿌리
새의 깃털과 같은 나뭇잎이 떨어진다 하여 낙우송이라 부르는 나무인데
나무 주변의 종유석과 같은 뾰족한 뿌리는 물이 많은 습지에서 숨을 쉬기 위한 기근이란다
청남대에서도 이 나무를 만났었다
물 위에 뜬 왕버드나무와 기념관이 매치되어 예쁜 그림이 돼 준다
약 2시간에 걸친 탐방을 마치고 출구 부근에서 마취목에 잠시 취해 본다
저 꽃망울들이 활짝 피어나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마취목(로세아) . 진달래과
들어 올때는 잎을 오무리고 있던 사프란들도 햇볕을 받아 한 껏 기지개를 켠 모습이다
사프란
풍년화(붉은 색) . (중국)
가평 남이섬의 수재 민병도는 민병갈 선생의 아우님이었구나!
아악무(사랑무) . 남아프리카 모잠비크가 서식지로
일금 15,000원에 구입하였다
마지막으로 홀리샵에서 방향제(15,000원)와 바디로숀(15,000원)을 구입하고
출구의 플랜트 센터에서 화분(15,000원)과 분갈이용 거름을 구매한 후
만리포 백사장으로 이동한다
어느덧 점심때가 되어 시원한 국물의 바지락 칼국수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