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text-align: left;"><br><br><br>초록이 세상을 덮는다<br>김 기 택<br><br><br>잠깐 초록을 본 마음이 돌아가지 않는다.<br>초록에 붙잡힌 마음이<br>초록에 붙어 바람에 세차게 흔들리는 마음이<br>종일 떨어지지 않는다<br>여리고 연하지만 불길처럼 이글이글 휘어지는 초록<br>땅에 박힌 심지에서 끝없이 솟구치는 초록<br>나무들이 온몸의 진액을 다 쏟아내는 초록<br>지금 저 초록 아래에서는<br>얼마나 많은 잔뿌리들이 발끝에 힘주고 있을까<br>초록은 수많은 수직선 사이에 있다<br>수직선들을 조금씩 지우며 번져가고 있다<br>직선과 사각에 밀려 꺼졌다가는 다시 살아나고 있다<br>흙이란 흙은 도로와 건물로 모조리 딱딱하게 덮인 줄<br>알았는데<br>이렇게 많은 초록이 갑자기 일어날 줄은 몰랐다<br>아무렇게나 버려지고 잘리고 갇힌 것들이<br>자투리땅에서 이렇게 크게 세상을 덮을 줄은 몰랐다<br>콘크리드 갈라진 틈에서도 솟아나고 있는<br>저 저돌적인 고요<br>단단하고 건조한 것들에게 옮겨 붙고 있는<br>저 촉촉한 불길<br><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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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돌적인 고요
촉촉한 불길
초록, 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