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먹으면 좋은 제철 음식들‘겨울을 이겼더니 봄이 왔다’라는 의미의 먹거리들
[한방으로 알아보는 건강상식 184]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봄을 상징하는 것들 가운데 음식에서 오늘날 건강과 식도락을 상징하는 다양한 음식을 말할 수 있게 되었지만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봄은 “보릿고개”로 대표되는 빈곤의 계절이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봄의 제철음식은 먹을 것이 없을 때 생명을 연장해주는 흔히 말하는 “초근목피(草根木皮)”가 주를 이루었다. 수확하는 음식이 아니라 채취하는 음식이 주를 이룬 것이다. 이 초근목피의 내면에는 힘든 시절을 보낼 수 있게 도와주는 영양성분과 생명력을 도와주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우리에게 가장 값어치 있는 건강식이라 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도 봄을 상징하고 봄에 건강을 도와주는 적절한 의미와 이미지를 지닌 먹거리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음식이 가지는 이미지를 활용하면 건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이미지는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첫째 힘겨운 ‘겨울을 이겼더니 봄이 왔다’라는 고난을 이겨낸 결과로서의 이미지가 있고, 둘째 ‘만물의 생장과 활동의 시작이다’라는 시발의 의미가 있고, 셋째로는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미래 지향적 이미지가 있다. 이러한 연유로 한방의 관점에서 봄에 좋은 음식들은 이러한 이미지에 맞는 음식을 의미한다.
① 지구상의 첫 식물 이끼 - 다슬기, 전복, 골뱅이
이끼란 지구에서 처음으로 생겨난 식물로 지구의 원초적인 생명력을 함유하고 있다는 것에서 약효의 근원이 있다. 단순히 영양을 공급하거나 기운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힘을 더해주는 약재이다. 내기(內氣)가 일어나 외부의 감염을 이겨내고 내부의 구조를 튼튼히 하는 작용을 하므로 호흡기 질환과 간질환에 가장 효과적인 약재로 인정하고 있다.
▲ 다슬기 (출처, 크라우드픽)
바다이끼와 민물이끼, 산의 돌이끼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이끼들은 채취도 어렵고 돌과 찌꺼기들이 함유되어 섭취하기 어렵다. 그러니 이러한 이끼류를 주식으로 삼는 어패류를 섭취하여 간접적으로 취하면 된다. 바다 이끼류를 먹는 것의 대표는 전복이며 민물이끼류를 먹는 것의 대표는 다슬기이다.
한때 B형 간염을 비롯한 간질환의 특효약으로 다슬기가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다슬기에 함유된 이끼를 섭취하는 것이 진짜 목적이었다. 전복도 마찬가지로 전복 내장의 이끼류를 섭취하는 것이 목적인데 요즘 양식은 미역을 사료로 하기에 아쉬움이 있다.
직접적으로 섭취하는 방법으로 꿀이끼가 있다. 꿀이끼란 민물이끼를 꿀물에 재서 먹는 방법인데 만들기도 어렵고 먹기도 힘든 방법이지만 아직도 시골에서 결핵의 건강 요법으로 행해지고 있다.
② 산과 들의 첫 새싹 봄나물들 - 쑥, 취나물, 냉이, 달래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이미지를 가장 확실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누구나 새싹을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봄에 새순이 나는 모든 식품은 모두 약동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예로부터 봄나물로 입맛을 돋우고 기운을 차려 봄을 극복하려 하였다.
산과 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쑥은 봄나물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적인 나물로, 3월과 5월에 어린 순(筍)과 잎을 뜯어 즙이나 나물, 국 등으로 요리해 먹고, 성숙한 것은 말려서 약용으로 하거나 뜸쑥으로 쓴다. 특히 인진쑥은 한방에서 간질환을 치료하는 특효약이다.
쑥은 그 맛이 약간 쓰나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간ㆍ위장ㆍ신장에 좋으며 특히 손발이 차고 위장이 약하며 복통이 자주 발생하는 아이들은 뱃속 통증을 가라앉히며 비위를 튼튼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또 아이뿐만 아이라 어른에게도 좋아 부인병이나 임신 중 무리를 하였을 때, 추위를 심하게 타는 경우 등에 쑥을 먹으면 효과가 좋다.
쑥과 더불어 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봄나물로 냉이와 달래가 있다. 약간 맵고 단 맛에 독특한 향을 지닌 냉이는 오장을 이롭게 하는 나물이다. 특히 봄에는 간을 보하며 눈을 맑게 하여 시력이 약한 사람이 소량씩 먹어 눈을 보호하였다. 또한 냉이는 복통이나 만성 설사에 효과가 있어 증상을 호전시킬 뿐 아니라 잃어버린 입맛을 회복시켜 준다. 그러니 잘 안 먹는 아이도 나물이나 죽 또는 국으로 자주 먹이면 좋다.
소산 이라는 약초 이름을 지닌 달래는 마늘과 냄새가 흡사하여 들판에서 나는 마늘이라는 뜻의 야산 이라 불리기도 한다. 또 마늘과 성질도 비슷하여 몸을 따뜻하게 해주며 기를 보충하는 작용을 한다. 무엇보다 불면증에도 효과가 있는 달래는 밤에 잠을 깊이 못 이루는 아이나 몸이 냉하고 허약하며 신경이 쇠약한 아이에게 좋다. 그 때문에 싱싱한 달래를 자주 먹이면 봄철 허약한 아이에게 약이 된다.
③ 나무에서 피어나는 새순 – 두릅
독특한 향이 있어 인기가 있는 산나물인 두릅은 땅두릅과 나무두릅이 있다. 땅두릅은 4~5월에 돋아나는 새순을 땅을 파서 잘라낸 것이고, 나무두릅은 나무에 달리는 새순을 말한다. 나무 두릅은 개두릅이라 칭하는 엄나무 순과 두릅나무에 달리는 새순의 나무드룹이 있는데 맛과 향에서는 개두릅을 으뜸으로 친다.
두릅은 독특한 향과 맛으로 즐기는 봄나물이기도 하지만 혈액순환을 도와줘 피로 해소에 좋다. 혈당을 내리고 혈중지질을 낮추어 주므로 당뇨병, 신장병, 위장병에 좋다. 그러나 두릅은 냉한 식물이므로 많이 먹으면 설사나 배탈이 나기 쉽다. 따라서 살짝 데친 뒤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야 몸에 부담이 적으면서 맛도 살고 부담이 적으며 실제 비타민이 파괴되지 않는다.
④ 과일에서 씨앗의 시작 – 개복숭아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과일은 과육과 씨앗이 결합하여 있다. 이때 막 씨앗이 생성되려 하는 상태를 봄의 기운과 같다고 보고 이를 먹어 힘을 얻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산과 들에 자생하는 개복숭아다. 개복숭아의 씨앗이 영글기 전의 복숭아를 효소로 만들어 먹으면 비장의 기운을 살려주어 소화기 장부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고 머리를 맑고 가볍게 해주어 활기찬 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개복숭아에는 비타민, 섬유질, 미네랄, 무기질 등 피부에 좋은 영양분들이 많이 들어있어 꾸준히 먹으면 피부 문제와 유수분 균형에 좋다. 개복숭아 또 다른 효능으로 나쁜 피를 맑게 만들어주는 효능이 있어 체내에 쌓인 노폐물을 없애주고 콜레스테롤을 배출시켜준다. 또한 개복숭아 효소는 해독작용을 하므로 술을 자주 마시거나 과음하는 분들의 간 건강에 좋고 장의 운동성을 활발하게 유도하여 변비를 개선한다.
⑤ 동물에서 피어나는 새싹 – 녹용
동물 중에도 식물을 상징하는 초(艹)의 명칭이 붙은 것이 있다. ‘茸(녹)’이란 글자를 보면 귀에 풀이 난 것을 의미하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녹용(鹿茸)이다. 이러한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봄의 뿔이 가을이 되면 크고 탄탄한 각질의 뿔이 되는데 녹용을 활용하는 것은 이러한 이미지를 취한 것이다. 곧 봄의 부드러운 뿔인 녹용을 먹으면 내 몸에 들어와서 계절의 작용과 같은 과정을 거쳐 내 몸의 뼈를 튼튼하게 해줄 것이란 믿음이다.
이러한 상징적인 이미지를 보아 녹용은 몸을 건강하게 하는 가장 훌륭한 보약으로 봤는데 효과나 과학적인 검증으로도 확실한 효과를 보증한다. 곧 봄이 힘든 분들을 위한 보약으로 녹용을 첨가한 한약을 복용하면 기력이 왕성해지고 식욕이 증진하며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
⑥ 앞으로 키가 무럭무럭 클 거야 – 죽순
봄을 상징하는 여러 새싹 가운데 발아의 이미지와 성장 발달의 확연한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으로 죽순이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이미지가 몸에 그대로 복사되어 무럭무럭 크기를 기대하는 의미로 죽순 요리가 있다. 봄에 피어나는 죽순은 차나 음식으로 먹으면 장의 운동성을 도와주고 피로에서 회복시키며 눈을 맑게 해준다.
⑦ 봄바람을 이겨낸다 – 방풍(防風)나물
풍을 예방한다고 하여 이름이 지어진 방풍나물(갯기름나물)은 예전에는 주로 약용식물로 썼으나, 지금은 특유의 쌉싸름한 맛을 살린 식재료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바닷가 모래에서 잘 자라는 식물로 원방풍, 갯방풍, 식방풍의 3가지 품종으로 나뉘며, 식방풍은 발한, 해열, 진통의 효능이 있다.
▲ 방풍나물 (출처, 크라우드픽)
방풍나물의 어린순은 식감이 좋고 향긋한 맛을 지녀 주로 나물로 먹고, 뿌리는 진통, 발열, 두통, 신경마비 등을 완화하는 약재로 사용한다. 방풍나물은 4월에 나는 어린순을 채취해서 식용하는 것이 가장 맛이 좋으며,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생선, 조개 등 해산물과 먹으면 궁합이 좋다. 자양강장 효능이 있으며, 비염이나 천식 같은 호흡기질환에도 효과가 있다.
또한 황사 등 미세먼지와 중금속 배출을 돕고 해독작용을 하며, 근육통에도 효과적이다. 신경성 스트레스를 줄여주기도 하며 불면증과 피부질환 치료에 도움을 준다. 우리 몸의 염증 매개체인 사이토카인을 억제하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염증 관련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
⑧ 추운 겨울을 이겨낸 차 – 인동덩굴(忍冬藤)차
인동은 말 그대로 겨울의 추위를 참고 견디어 꽃을 피웠다는 것에 유래한 인고의 상징적인 식물이다. 한약재 가운데 소염 항균 해열 작용의 상징적인 약초로 호흡기 질환 처방에서 많이 활용된다. 인동등은 덩굴줄기로서 소장의 경련을 풀어주고 해열, 두통, 감기, 해갈, 이뇨, 편도염에 좋고 해독, 항균 효능이 있다.
이와 비슷한 이미지의 음식으로 돌외덩굴과 으름덩굴 등이 있다. 덩굴의 기본 작용은 호흡기 통로와 덩굴이 비슷한 형태와 작용은 한다는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호흡기 질환이나 인체의 이뇨작용에 도움을 준다.
⑨ 추위와 찬바람을 이겨낸 – 봄동
봄에 들어서면서 나오는 봄동은 어리고 연한 배추지만 매서운 찬바람과 추위를 이겨낸 찰지고 질긴 배추이다. 우선 고소해서 맛있기도 하거니와 봄동의 이미지 그대로 내 몸을 탄탄히 하고 외부의 추위와 바람을 이겨낼 힘을 주는 상징적인 채소다. 알칼리성 식품으로 맛이 구수하고 향이 진하며 비타민C와 칼슘도 풍부하여 국으로 끓여도 비타민 파괴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이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것으로 섬초가 있다.
▲ 봄동
⑩ 더러움을 이겨낸 – 미나리
미나리는 특유의 향긋함과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인 알칼리성 식재료다. 한방에서 미나리는 머리를 맑게 해주고, 주독을 제거하고, 대소변을 잘 보게 하며 황달, 부인병 등에 효과가 좋다고 밝혀져 있다.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한 미나리는 특히 해독작용이 뛰어나 체내의 중금속이나 각종 독소를 배출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실제로 복어탕을 끓일 때 미나리를 넣어 복어의 독 테트로도톡신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겨우내 몸속에 쌓인 독소를 배출하는 목적으로 복용하는 해독을 위한 대표적인 식품이다. 칼슘, 칼륨, 비타민A, B, C가 많고 혈압 낮추는데 효과적인 쑥갓과 함께 섭취하면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