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도경은 송나라 사신이 고려 황제를 방문한 뒤 개경에 한달 간 채류했을 당시 보고 느낀 고려의 모든 것을 기록해 송나라 황제인 휘종에게 바치는 일종의 보고서 형식의 책입니다.
총 40권으로 구성돼 있고, 원본은 송나라 황제 휘종에게 바치고 한부를 더 만들어 자신이 보관했다고 합니다.
현재 전하는 고려도경은 황제에게 바친 원본이 아니라 판본이라고 하며 그림은 원본에만 그려져 있고 판본에는 그려져 있지 않습니다.(이 부분이 가장 안타까운데요 그림이 남아있었다면 매우 정확하게 당시의 모습을 볼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게다가 서긍의 그림솜씨가 뛰어나서 그림이 매우 사실적이었을 거라 추측해 볼수도 있겠네요)
현재 1/3 정도 읽었는데
특이하게도 1-3권 정도는 고려의 역사와 고려 왕조의 계보를 기록해 놨습니다.(남의 나라 왕의 계보와 역사를 일일이 기록해 놓다니..대단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고려도경은 서긍의 시각으로 고려를 본 것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보이는 데로 적었고 그림을 그렸는데 서긍의 관점이 100퍼센트 객관적이지는 않아 보이고 중화주의의 관점에서 서슬한 부분이 종종 보입니다.
예를 들면 성읍을 설명할 때
'고려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서 종묘사직을 세우고 읍주에는 집과 거리를 만들었으며 높은 성첩으로 주위를 둘러서 중화(中華)를 본받았다
라고 적고 있고
의복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당(唐)초에 이르러 차츰 오채의 옷을 입었고 백라로 관을 쓰고 혁대에는 고급 금고리로 장식했다. 우리 송(宋)에 이르러 점차 우리 중국풍(中國風)에 젖게 되면서 찬자의 총애를 입어 복식제도가 개선되어 우리 송의 제도를 한결같이 따르게 되었으니 변발(청나라때 모습을 생각하면 쉽겠네요)을 풀고 섶을 바꾸는데 그친 것만이 아니다'
라고 적어 놨습니다.
비록 서긍이 중화주의 시점으로 고려를 묘사한 부분이 종종 눈에 보이지만, 당시의 고려의 모습을 그 어떤 기록보다도 생생하게 기록해 놨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은 책입니다.(집필만 1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책이 꽤 두껍고 한자도 많이 나와서 주석이 따로 달려 있습니다.
다른 분들도 한번 읽어 보세요.
900년 전 우리 조상님들의 모습을 책을 통해서 상상해 보는 것도 매우 즐거운 일이 아닐까요. ^^
첫댓글 카페 원사료 자료실 4번에 고려도경 번역본이 올려져 있네요. 참고하시면 좋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