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이 초청한 시인_ 정의순 신작시>
명품 만들기
정의순
자투리 헝겊을 싹둑싹둑 잘라
이리 붙이고 저리 붙여서
한땀 한땀 정성껏 손바느질을 한다
서로 알지 못하던 사이였는데
꿰매 놓으니 멋지게 어울린다
느닷없이 토라졌던 너와 나 사이의
눈물과 웃음도 이리 저리 붙여 본다
자꾸만 바늘이 손가락을 찌른다
찔린 손가락에서
설움이 방울방울 솟아오른다
이까짓 것
잠시 꼬옥 누르고 있으면 괜찮아지지
도망가지 않게
더 이상 찢어지지 않게
촘촘히 세월을 바느질한다
요즘
싹둑 자른 천들을 모아
조각조각 붙여 새로운 추억을 새로 만드느라
잠도 안 잔다
<시편이 초청한 시인_ 정의순 대표시>
액자 속의 키스
정의순
창 밖 비둘기 두 마리가
서로 부리를 맞댄다
길 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그 남자는
살짝 머리를 다쳤는데
두 달째 병상에서 못 일어나고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눈만 껌벅거린다
가습기의 수증기가 안개처럼
창을 덮는다
바깥에 나가지 못하는 내가
섬 하나로 떠오른다
섬은 젖어 있고
움직이지 못한다
누군가 한 번 쯤
섬에게 노크해도 좋은데
아무도 없어요
섬이 섬에게 노크한다
삐죽삐죽한 울음이
섬을 찌른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한 순간인데
밖의 세상에선
비둘기 두 마리
아직도 부리를 맞대고 있다
정의순 시인
2022년 《미래시학》 등단
시연회 회원
카페 게시글
신작시
2023년도 시와 편견 가을호(vol.27)-시편이 초청한 정의순 시인
편집부
추천 0
조회 45
23.09.09 15:52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