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초등학교 1학년 시절
내 손재주가 곧 장난감이고 친구였던 시절
공들여 만든 종이가면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
쉬는시간이 될 때마다 같은 반 학생들은
모두 밖에 나가 노는 사이
나는 혼자 교실에 남아 그림을 그리곤 했다.
친구들보단 연필과 종이와 친했다.
학교에서도 내 영감은 쉴새없이 넘쳐났고
어느날은 학교가 끝난 뒤 부모님이
데리러 오는 그 시간까지 이어졌다.
난 그 영감으로 평소와 색다른 작품을 만들었다.
어디선가 풀과 가위를 하나씩 찾아와
머릿속에 설계도를 그린 뒤
그리며 자른 조각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그 시절 내 걸작 종이가면이였다.
조금 구겨지고 고무줄도 없어 종이끈으로 이어졌지만
난 그 로봇 얼굴모양의 종이가면이 마음에 들었다.
아마 내 인생 처음으로
입체형 작품 창조하는 맛을 봤을 것이다.
난 그 가면을 가지고 운동장으로 나와
부모님이 오실동안 그늘진 초록 책상 옆에 서있었다.
하염없이 또 하염없이
조금씩 지루해졌던 나는 아마
잠시 다른 곳으로 떠났거나
화장실에 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 깨달았다.
무슨 정신으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내 손에 종이가면이 없었다는 것을.
다시 초록 책상으로 돌아왔을 땐
종이가면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누가 가져간건지 아님 버린건지
바람에 날아가 사라졌는진 모르겠으나
주변 그 어디에서도 가면은 찾을수 없었다.
난 몇분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내 부주의에 아쉬운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참 신기하게도 그때 난
억울하고 절망스럽진 않았다.
내 인생 첫 걸작을 잃어버려는데도 말이다.
공들이고 정붙인 작품이 사라졌지만
난 그려러니 하며 난 데리러 오신
부모님에게로 향했다.
어차피 부주의 했던건 나고
종이가면은 다시 만들면 됐다.
어쩌면 그렇게 만든 종이가면이 사라졌으니
또 다른 종이가면을 만들 명분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내 첫번째 걸작은 허무하게 사라졌다.
하지만 그 가면과 함께 마음까지 사라지진 않았다.
지나간 과거는 붙잡지 않고
또 다른 작품을 만들 생각만 바라보는 창작의 마음.
그것을 그때의 난 진작에 알고있었는지도 모른다.
걸작을 잃어버려도
남을 탓하지도 마음을 잃을 필요도 없이
그려러니 하며 보내준 뒤
다시 영감속을 거니는 어린 창작가였던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