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답은 늘 가까이 / 신현식

해답은 늘 가까이 / 신현식  주차를 하고 막 식당으로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뒤켠에서 ‘쿵’하는 소리가 났다. 얼른 뒤를 돌아다보니 뒤따라 도착한 차가 후진으로 주차를 하다 다른 차를 들이받았다. 받힌 차는 고급 외국산 승용차였다. 운전자가 얼른 뛰어 나와 받힌 차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번호판이 찌그러지고 범퍼가 쑥 들어가 있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식사를 하던 차의 주인도 급히 뒤어 나왔고 언성이 높아졌다. 불행히도 가해 차량은 보험에도 들어 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허술한 차림의 젊은 운전자가 딱해 보였다. 그 운전자는 뒤가 잘 보이지 않아 그렇게 되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겹으로 주차하는 넓은 주차장에는 이런 사고가 종종 있게 마련이다. 뒤로 주차할 때는 옆에 세워둔 차와 앞을 나란히 하면 뒤쪽은 저절로 맞추어진다. 이 젊은 운전사는 그걸 모르고 잘 보이지도 않는 뒤를 애써 보려한 것이다. 학생 시절에 현장 실습을 나갔었다. 섬유공장에는 기계가 많다보니 고장이 잦아 수리 요청이 많았다. 손이 달려 초보인 내게도 수리를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나는 잘 몰라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그런데 나 보다 먼저 온 선배는 기계를 귀신처럼 고쳤다. 그래서 그 선배는 영리하다는 평판이 자자했다. 멍청히 서 있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바보 취급할 것 같아서 나는 선배의 거동을 유심히 살려보았다. 가만히 보니 그의 재주도 별것이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고장 난 곳의 반대편을 살피며 분해하고 조립을 하는 것이었다. 기계는 대체로 대칭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한 쪽이 고장 나면 그 반대 쪽을 보면 되고, 대칭이 아니면 그 옆의 기계를 보면 해결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답은 가까이 있다는 것을 그 선배는 이미 터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책에서 읽은 것이다. 5.16혁명이 있은 지 얼마 후, 우리나라는 TV방송국 개국을 서두르고 있었다. 다른 문제는 다 해결이 되었는데 중계탑을 어디에 세울지가 문제였다. 라디오 방송은 했지만 TV방송은 이제껏 해보지 않았던 일이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경험이 많은 일본 방송사에 자문을 구하기로 했다. 그들이 어떤 사람인데 아무런 대가 없이 해주겠는가. 당연히 많은 기술료를 요구해 왔다. 결국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고 기술진을 모셔왔다. 일본의 기술진들이 김포공항에 내렸을 때 많은 장비가 따라 오리라 예상했건만 모두 작은 가방만 하나씩 들고 내렸다. 마중나간 관계자들은 의아했다. 다음 날, 그들은 회의장에서 두루마리 지도 한 장을 달랑 가방에서 꺼냈다. 뜻밖에도 그것은 퇴색된 우리나라 지도였다. 봉화불울 지폈던 지범이 표기된 조선시대의 봉수도였다. 그것도 임진왜란 때 우리에게서 뺏어간 지도가 아니겠는가. 그들은 지도에 표기된 몇 곳에다 중계탑을 세우면 된다고 했다. 봉수대는 무엇인가. 외적의 침입을 조정에서 가장 빠르게 알리는 일종의 통신수단이다. 그러니 지금의 송신탑이나 마찬가지다. 전파나 빛이나 가로막는 것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봉수대가 있던 곳이 바로 그런 막힘이 없는 곳이 아닌가. 우리는 그것을 한번도 생각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간단한 것을 막대한 돈을 들여 배웠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살다보면 많은 일들을 만나게 된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일에서부터 기계를 고치고, 중계탑을 세우고, 위성을 쏘아 올리는 일까지 하게 된다. 세상일이 어디 감당할 수 있는 일만 있을까. 때로는 어려운 일을 만나 해답을 찾지 못해 한숨 쉬고 절망하기도 한다.세상의 모든 일들은 해답이 있게 마련이고, 그 해답은 늘 우리들 가까이에 있다. 어느 것보다 삶의 해답도 우리들 가까이에 있다. 선인(先人)들의 삶이, 삼라만상(森羅萬象)이,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자연이, 우주의 질서정연한 섭리가 해답이 아니고 무엇인가. 모든 해답은 바로 우리들 가까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