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꽤 오랜 시간 가까이 지내던 윤아라는 친구가 있었다.
평소 장난끼가 많던 윤아는 하늘에게 장난을 많이 쳤다.
하늘은 그 장난들을 받아주었지만 가끔 도를 지나치는 장난에 상처를 받기도 했었다.
그 여름 밤 윤아는 평소와 같이 장난을 쳤다.
그런데 상처 받는 말로 장난을 친 것이었다.
그 말에 상처를 받은 하늘은 윤아에게 조심스럽게 그만하라며 말했지만 윤아는 들을 생각이 없었다.
장난은 계속 되었고 결국 화가 난 하늘은 윤아에게 "하지말라고!" 하며 화를 내었다.
윤아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왜 화를 내냐며 되려 짜증을 냈다.
하늘은 자신이 화가 난 이유를 설명했고 사과해달라고 말했지만
자존심이 센 윤아는 "장난치다보면 그럴수도 있지 왜 그렇게까지 화를 내?" 하며 끝내 사과하지 않았고
하늘은 사과를 받기 전까지 나가 있을거라며 같이 놀고 있던 윤아의 친한 언니인 수연의 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수연과 함께 밥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윤아의 어머니인 한씨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하늘아 혹시 윤아랑 연락 되니?"
한씨의 말에 하늘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집을 나갔구나'
하늘은 한씨의 걱정을 덜어 드리기 위해 말했다.
"아뇨 어머니 연락은 안되는데 혹시 집을 나간거라면 갈만한 곳을 알아요."
하늘의 말에 안심한 듯 한씨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혹시 윤아 좀 찾아서 집으로 보내줄 수 있을까?"
하늘은 윤아와 싸운 일 때문에 내키지 않았지만
평소 하늘에게 품을 내주고 너무나 잘해주던 사람이었기에 한씨의 부탁을 거절 할 수 없었다.
"네 어머니 제가 꼭 찾아서 집에 보낼게요"
"고마워 하늘아"
이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고 하늘은 곧바로 윤아에게 전화를 했지만 윤아는 받지 않았다.
그렇지만 하늘은 윤아가 갈만한 곳을 알고 있었고 수연에게 부탁해 같이 윤아를 찾으러 갔다.
그렇게 1시간이 넘게 걸어 도착한 곳은 길조차 잘 보이지 않을만큼 어두운 바닷가였다.
주변은 불이 다 꺼진 굴을 납품하기 위한 공장이 있었다.
당장이라도 누군가 튀어나와 해코지를 할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그 바닷가는 윤아가 기분이 좋지 않을때 자주 가던 곳이었기에 그곳에 있을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길의 끝 방파제쪽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올라갔다.
고개를 돌려 본 그 곳에는 윤아가 있었다.
하늘은 조심스레 윤아의 옆에 앉아 퉁명스럽게 말을 걸었다.
"야 여기서 뭐하냐 어머니 걱정하셔 빨리 집에 가"
윤아는 놀란 듯 하늘을 쳐다보며 까칠하게 답했다.
"싫어 여긴 왜 온거야 저리가"
하늘은 그 말에 기분이 상해 말을 세게 하려 했지만 하늘의 머리속에 한씨가 스쳐갔다.
"하.. 말 했잖아 어머니가 걱정하신다고, 나한테 전화하셨어 너 집에 보내달라고"
"우리는 엄마 나 걱정 안해 엄마랑 싸우고 가출 했을때도 들어오라는 문자도 하나 없었잖아"
"그때는 그때고 지금 어머니가 너 걱정 많이 하신다니까?"
"됐어 걱정해봤자 뭐 얼마나 한다고 빨리 가"
그 말을 들은 하늘은 어쩔줄 몰랐다.
생각에 잠겨 있던 중 전화벨이 울렸다.
한씨였다.
"하늘아 윤아 찾았니?"
하늘은 윤아를 한번 쳐다보고는 대답했다.
"네 옆에 있는데 바꿔드릴까요?"
"고마워 바꿔주라"
그렇게 전화를 바꿔주었지만 윤아는 한씨에게 집에 가기 싫다며 차갑게 말을 했다.
하늘이 휴대폰을 받았을땐 이미 전화가 끊겨 있었다.
윤아는 일어나 자리를 옮기려고 했다.
하늘은 그런 윤아를 붙잡고 계속 설득했다.
윤아는 붙잡는 하늘에게 화를 냈다.
"그만 잡고 따라오지도 마 내가 어디를 가든 무슨 상관이야?"
하늘은 등을 돌려 가려는 윤아의 손목을 붙잡아 세웠다.
윤아는 하늘의 손을 뿌리치고 잡지 말라며 소리쳤지만 하늘도 슬슬 화가 나고 있었고 윤아를 잡고 얘기했다.
"야 나는 니가 어디서 뭘 하든 상관 없고 나도 그냥 냅두고 싶은데 너희 어머니가 부탁하신거라 하는거거든?
그러니까 그냥 곱게 집에 가라"
하늘의 말에 더욱 화가 난 윤아는 손을 툭 치며 소리쳤다.
"그럼 잡지마! 니가 뭔데 엄마 말이든 뭐든 내가 싫다는데
왜 잡냐고 내가 어디를 가든 신경 쓰지마 수연언니랑 재미있게 노세요."
"아니 좀 하.. 그냥 들어가라 갈데도 없으면서 뭘 돌아다녀"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따라오지나 마"
하늘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윤아를 잡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수연은 하늘과 함께 설득하다 화가 났는지 먼저 가버렸다.
그때 들려온 말 한마디에 하늘은 귀를 의심했다.
"그만 잡아 계속 잡으면 때린다"
하늘은 그 말에 생각이 많아졌다.
고개를 떨구고 잡아야 할지 그냥 보내야 할지 생각을 하던 중 바로 앞에 있던 그림자가 사라져 있었다.
윤아는 저 앞까지 가고 있었다.
하늘은 설마하며 뛰어서 윤아를 잡았고 윤아는 하늘의 손을 뿌리치며 뒤를 돌아 손을 들어올려 하늘의 뺨으로 향했다.
"찰싹!"
머리속이 멍했다.
하늘은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한 장면처럼 맞은 볼에 손을 얹고 윤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잡지 말라고 했지"
하늘은 당황스러움이 큰 탓에 맞은 볼이 아픈지도 모르고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 진짜 때리네 그래... 때렸으니까 됐지? 집에 가"
윤아는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말이 나오냐는 듯이 하늘을 쳐다보며
"싫다고 더 맞기 싫으면 잡지마"
"나도 싫은데? 때려봐 근데 나 한대라도 치면 넌 집에 들어가야 될거야"
하늘은 자신이 무슨 말을 내뱉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떠오르는대로 말하고 있었다.
윤아는 진절머리가 난 듯 들은채도 하지 않고 걸어갔다.
하늘은 그런 윤아의 앞으로 달려가 길을 막아섰다.
윤아의 양쪽 어깨를 잡고 제발 집에 들어가라고 설득했다.
"놔 안 놓으면 진짜 때릴거야"
"때려 나는 네가 집에 간다고 하기 전까지는
놓을 생각 없어"
윤아는 몇번 더 짜증을 냈지만
하늘은 끝까지 놓지 않았다.
"퍽"
윤아는 하늘의 명치를 때렸다.
하늘은 잠시 숨이 쉬어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놓지
않았고 윤아는 하늘의 어깨, 팔뚝, 배 등등 수차례 때렸다.
하늘은 맞고나서 윤아를 쳐다보고는
"자 이제 됐지? 집 들어가"라며 말했다.
"하.. 진짜 싫어 싫다고!"
싫다는 말과 함께 발길질을 했고 하늘의 정강이에 명중했다.
"아악!"
하늘은 소리를 지르며 주저 앉았다.
윤아는 미안했는지 가지 않고 하늘의 앞에 서서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하늘은 아파하다 아차싶었는지 벌떡 일어났다.
"자.. 이만하면 됐지? 이제 집 가자 데려다줄게"
"싫어 안 갈거야"
그때였다.
한씨에게서 문자가 왔다.
"하늘아 윤아 집에 들어오면 구급차 부르지 말라고 해라"
평소 몸이 약하던 한씨는 많은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하늘에게 이런 연락을 해왔다는 것은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이었다.
하늘은 그 문자를 윤아에게 보여주었다.
순식간에 윤아의 표정이 굳었다.
"언니 택시 좀 불러줘"
"그래 알았어"
"혹시 같이 가줄 수 있어?"
"..알았어"
한씨의 문자에 둘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함께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택시가 빌라 앞에 도착했고 둘은 계산을 마치고 다급하게 집으로 올라갔다.
비밀번호를 입력했지만 틀렸다며 삐빅거리고 있었다.
실수인가 싶어 다시 한번 비밀번호를 눌러보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하늘과 윤아는 인터넷에 도어락 마스터 비밀번호를 검색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어쩔줄 몰라하며 문 앞에 서 있던게 10여분이 지났을까 한씨가 문을 열어주었다.
한씨는 문을 열어주고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안심이 되서 힘이 풀린건가 싶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윤아는 곧바로 알아채고 물을 가져와 한씨에게
마시게 했고 하늘은 문을 닫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윤아와 하늘은 한씨를 침대로 옮겨 눕히고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둘은 어색한 적막 속에서 한씨를 기다렸다.
조금 기다리니 한씨가 깨어났다.
침대에 앉으며 하늘과 윤아를 쳐다보았다.
윤아와 하늘은 한씨에게 괜찮냐며 물었고, 한씨의 대답은 하늘을 멍하게 만들었다.
"걱정마 자려고 수면제 한 알 먹었어 약 기운
돌아서 문 열고 쓰러지듯 잠든거야"
하늘은 '수면제를 먹고도 이렇게 금방 일어날 수 있는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잠시
한씨는 하늘을 보며 말했다.
"하늘아 너는 이제 그만 수연이네 집으로 가 오늘 거기서 자고 온다고 했잖아 윤아는 내가 잘 말할테니까 더 늦기 전에 돌아가"
"아.... 네... 가보겠습니다 푹 쉬세요.."
하늘은 한씨네 집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수연의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고 수연은 괜찮냐며 하늘을 다독여 주었다.
수연이 가고 난 후 어떻게 되었는지 설명해주고 둘은 지쳤는지 방에 누워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하늘은 먼저 일어나 휴대폰을 확인했다.
윤아에게 연락이 와 있었다.
"하늘아 내가 미안해 수연언니랑 같이 집에 와 맛있는거 먹자"
하늘은 어이가 없었지만 한씨에게도 와 있는 연락을 보고 어쩔 수 없는 듯 수연과 함께 한씨네 집으로 갔다.
집에 들어가 거실 바닥에 앉았다.
하늘은 화가 풀리지 않았기에 윤아를 쳐다보지 않았다.
"하늘아 윤아는 내가 따끔하게 혼냈으니 한번만 마음을 풀어주면 안될까?"
하늘은 한씨의 말에 알겠다고 말했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기에 편의점에 다녀오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윤아는 그런 하늘의 뒤를 따라와 말을 걸었다.
"내가 잘못했어 이제 화 풀어주면 안돼?"
"네가 어제 나한테 어떻게 했는데 나 때린건 어머니께
말씀 드렸어? 나 아직 안 풀렸으니까 말 걸지마"
"아니.. 말 안했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앞으로
절대 그러지 않을게 그만 풀어줘...."
하늘은 화가 났지만 울먹이며 사과하는
윤아를 보고 마음이 풀렸다.
윤아가 평소 자존심이 세다는걸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 사과하는 윤아를 보고 풀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윤아와 같이 편의점에 다녀오고 어머니에게도
윤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며
말씀 드리고 길었던 싸움이 마무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