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한 영감님이 시집간 딸네 집을 찾아갔습니다.
“아버님, 어서 오셔요.”
“사돈 영감님 반갑습니다.”
딸과 딸의 시아버지 되는 주인 영감님이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영감님은 딸의 시집에서 여러 날 동안 푸짐한 대접을 받으며 즐겁게 지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반갑게 맞이해 주던 사돈집에서는 영감님이 오래 머물자, 차츰 대접이 소홀해지더니 때로는 업신여기기까지 하였습니다.
때는 장마철로 접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영감님은 두 달이 넘도록 장마를 핑계삼아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장대처럼 쏟아지던 소낙비가 수그러지는 것을 보고, 딸의 시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사돈 영감님, 가시기 좋으라고 가랑비가 내리는군요.”
집 주인은 지겹게 눌러 앉아 있는 영감님을 가라고 가랑비에 빗대어 말했습니다.
그러자, 영감님은 넉살 좋게 대답하였습니다.
“천만의 말씀이오. 제가 사돈집에 더 있으라고 이슬비가 내리는군요.”
영감님은 더 있겠다고 이슬비에 빗대어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저것 보시오. 이슬비가 아니라 가랑비가 내리지 않소?”
가랑비와 이슬비 타령을 반복하던 두 사돈 영감님은 가깝던 정이 멀어지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리 귀한 손님이라도 한 집에 오래 머물면 업신여김을 받고, 자주 찾아오면 친하던 정도 멀어지게 된다. 다만 3일이나 5일 사이에도 서로 보는 것이 처음처럼 반갑지 않다.
예림당)’이야기 명심보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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