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날에 매년 듣는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북구 핀란드의 차가운 칼바람과 날카로움이
신비스럽도록 아름답게 들린다. 그리고 나날이 무르익어 가는 연주자 사라장의 연주에 가슴벅차 오른다.
핀란드가 낳은 위대한 작곡가인 시벨리우스의 단 하나뿐인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그의 최고의 역작이다. 동시대에 활약한 뭉크(Edvard Munch,노르웨이)의 그림, 카프카 (Franz Kafka. 체코)의 문학과 비교될 만큼 내면적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는 곡이다.
"바이올린은 나를 무한한 세계로 이끈다.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자 했던 나의 소망은 나의 가장 큰 바램이자, 가장 자랑스럽던 욕망이다."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었던 시벨리우스가 연주자로서의 길을 접는 대신 작곡가로서의 바이올린에 대한 열정을 담은 이 곡은 신비스러우면서도 귀기어린 아름다움이 담겨져 있다. 이 미스터리한 아름다움이 표현되지 않으면 이 곡의 연주는 도저히 성공할 수 없어서 이 곡의 연주를 두려워하는 연주자들도 있다. 이 곡에서 바이올린은 악기라기 보다 날이 선 칼날에 가깝다. 도입부만 해도 그렇다. 얼음위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관현악의 선율을 자르는 듯한 바이올린의 선율은 마치 칼의 그것과 다름이 없다. 또 테크닉적으로도 매우 어렵다. 특히 1악장 카덴짜는 정말 난해하다. 동시에 3줄 이상을 그을 것을 요구하는 음표도 있다. 거의 피아노 수준이다.
지금은 시벨리우스의 박물관으로 되어있는 그가 살던 집인 예르벤페의 '아이놀라'에서 1904년에 완성된 이 협주곡은 당초 예상하지 않았던 바이올리니스트 빅토르 노바체크와 헬싱키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초연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과는 좋지 않았다. 시벨리우스의 재정적인 문제로 연주회를 일찍 여는 바람에 노바체크의 연주는 서툴렀고, 시벨리우스에게 항상 호의적이였던 비평가 칼 플로딘 조차 '온갖 재미없는 것만 모아 놓았다. (offered only joyless things.)'라는 혹평을 했다. 원래 시벨리우스는 이 곡을 그의 추종자였던 바이올리니스트 윌리 버메스터의 간청으로, 그를 위해 작곡하기로 하였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곡이 완성되자 그는 갑자기 연주자를 빅토르 노바체크로 바꾼 것이다. 혹평에 큰 충격을 받은 시벨리우스는 전 악장의 대대적인 수정 작업을 하였으며, 특히 1악장은 완전히 새로 썼다. 그리고 그 이듬해(1905년) 바이올리니스트 칼 할리르와 대 지휘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협연으로 다시 연주되었고, 대성공을 거뒀다. 공식적으로 이 1905년 연주를 이 곡의 초연으로 인정한다.
아직 로맨틱한 맛이 깊었던 무렵의 작품이라 전편을 통해 끊임없는 로맨티즘을 지향하고 있는 이 곡은, 관현악 파트가 특히 출중하며, 그의 다른 곡인 교향시 투오넬라의 백조(the Swan of Tuonela, Op.22, No.3), 타피올라(Symphpnic Poem 'Tapiola' Op.112) 등에서 엿볼 수 있는 북구의 어둡고 안개낀 분위기가 전곡을 지배한다. 연주는 비교적 짧은 30여 분이며 전편에 흐르는 귀기어린 아름다운 선율이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