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의 기도(박목월)
오르막 길이 숨 차듯
내리막 길도 힘에 겹다.
오르막길의 기도를 들어주시듯
내리막길의 기도도 들어 주옵소서.
열매를 따낸 비탈진 사과밭을
내려오며 되돌아 보는
하늘의 푸르름을
뉘우치지 말게 하옵소서.
마음의 심지에 물린 불빛이
아무리 침침하여도
그것으로 초 밤길을 밝히게 하옵시고
오늘은 오늘로써
충만한 하루가 되게 하옵소서.
어질게 하옵소서.
사랑으로 충만하게 하옵소서.
육신의 눈이 어두워질수록
안으로 환하게 눈뜨게 하옵소서.
성신이 제 마음 속에
역사하게 하옵소서.
하순의 겨울도 기우는 날씨가
아무리 설레이어도
항상 평온하게 하옵소서.
내리막 길이 힘에 겨울수록
한 자욱마다 전력을 다하는
그것이 되게 하옵소서.
빌수록 차게 하옵소서.
# 덧붙이기
슬픔이 기쁨으로 흘렀다가 슬픔으로 또다시 바뀝니다. 어느 하나에 집착함이 없이 비우고 살다 보면, 그리 기쁠 것도 그리 슬플 것도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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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의 기도(박목월)
이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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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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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안이 환함으로 더욱 꽉 차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