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 그리고 센서 / 신현식
조그마한 청소기가 소리를 내며 방안을 누빈다. 장난감 같은 것이 저 혼자 돌아다니며 청소를 하는 것이다. 지인의 집에서 요즘 많이 쓴다는 로봇청소기를 보았다. 로봇의 발달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에서는 사람과 결혼하겠다는 로봇까지 나왔다. ‘로빈 윌리엄스’가 출연한 「바이 센터니얼 맨」에서였다. 한 과학자가 가사 도우미로 만든 로봇이 차츰 업그레이드되어 창의성과 감성까지 가지게 되자 여인에게 연정을 품는 로봇이 된 것이다.
몇 년 전까지 「로보캅」, 「아이로봇」, 「트렌스포머」 같은 영화들이 판을 쳤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AI」 에서는 자식을 대행하는 로봇이 나오더니 이젠 로봇이 이성에 사랑을 느끼고 결혼을 하겠다는 영화까지 나온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MIT대학에서는 쥐에게 바이오 신장이 성공리에 이식되었다. 100년 안에 뇌를 제외한 사람의 모든 장기를 인공장기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이제는 신체 전체를 인공물로 갈아치울 수 있는 시대도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머시닝 센터’라는 기계가 있다. 쇠를 깎고 구멍을 뚫고 나사를 한꺼번에 내는 로봇 같은 자동기계다. 쇠를 둥글게만 깎았던 옛날의 선반이라는 공작기계가 이렇게 발전한 것이다. 요즘은 한 올을 이백 개로 쪼갠 수치를 오차 없이 가공을 해낸다.
이런 기계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내장된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각 기관의 센서가 접속을 이었다 끊었다 하여 기계의 동작을 조종하는 것이다.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에서 시작되어 의료장비에 적용 되더니 점차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가정에 널리 보급된 로봇청소기도 그 일종이다.
이런 자동화 기계는 센서를 통하여 순간순간 상황을 감지하여 기계의 각 부분을 제어하는 것이다. 고성능 기계일수록 이런 제어 센서들이 수 없이 붙어 있게 마련이다.
우리의 몸속에도 수많은 센서가 있어 생각이나 행동을 제어하고 있다. 각 기관마다의 센서가 중앙컴퓨터가 있는 두뇌에 신호를 보내면 중앙컴퓨터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여 행동기관에 지령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의 우리 인간들의 제어 센서는 상당한 오류를 일으키고 있다.
며칠 전, 백주대낮에 운전자를 끌어내어 야구방망이로 마구 두들겨 상해를 입히는 뉴스를 보았다. 이유는 뒤에서 자동차 경적을 울려대었다는 것이었다. 어느 아파트에서는 층간 소음 때문에 위층 주인을 칼로 찔렀다. 어제 뉴스엔 일부러 자동차를 돌진시켜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들을 치어 죽게 했다.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고 한다. 그저 많은 사람을 죽이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우리 인간의 제어 기능은 어머니 뱃속에서 타고 나는 것도 있지만 자라면서 배우고 익히며 훈련을 한다. 이런 훈련이 잘 된 사람은 대체적으로 성공한다. 책상에 오래 동안 붙어 있도록 제어가 잘 된다면 왜 공부를 못하겠는가. 사치와 낭비가 잘 제어 된다면 왜 부자가 되지 않겠는가. 도박이나 음주가무를 제어하는 센서가 제대로 말을 듣는다면 왜 패가 망신하겠는가.
예수님, 부처님, 공자님 같은 성인들도 결국 이 제어 기능의 센서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월등히 좋은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왼쪽 뺨을 때리거든 오른족 뺨도 내주거라”, “누가 나쁜 말을 하여도 내가 그것을 받지 않으면 그 말은 그 사람의 것이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을 내지 않으니 이 또한 군자가 아닌가.” 이런 말들을 할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우리 보통 사람들의 몸속에 있는 수많은 센서들은 그 성능도 천태만상이다. 나처럼 식탐을 제어하는 센서가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이 있고, 주색을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술과 담배, 명품에 약한 사람도 있다. 또는 싫은 소리를 소화하는 센서가 말을 듣지 않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남에게 뒤지는 것을 참아내는 센서가 말을 듣지 않는 사람도 있다.
성인(聖人)이 아닌 다음에야 이런 센서 하나둘 성능이 좋지 않더라도 별 탈 없이 살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센서가 많이 망가진 사람들, 혹은 치명적인 센서가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은 문제가 크다. 자신만 구렁텅이로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겠는데 남에게까지 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이런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자꾸만 늘고만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계는 이렇게 발전에 발전을 하여 한 치의 오차가 아니라 이백 분의 일의 오차도 일으키지 않는 센서들이 나오는 경이로운 세상이 되었는데 어찌하여 갈수록 우리 인간들의 센서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