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 헌법 때문에 감사직 시험에서 한번 낙방했다가 겨울에 윤우혁 선생님의 실강을 듣고 어렵게 감사직에 합격하였습니다
근무한지는 n년차로 제법 되었고 이제 겨우 감사원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합격한지는 오래 되었지만 윤우혁 선생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었고, 지금은 업무가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도 못드리고 있지만 감사직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어 여기에 글을 살짝 남기려고 합니다.
1. 임용 후 부서 발령과 교육은 어떻게 진행이 되나요?
- 7급 공채 발표 후 보통 12월 말에서 1월에 발령이 납니다. 유예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바로 파주에 있는 감사교육원으로 발령받아 약 3개월 가량 교육을 받고 이후 약 1달 정도 일선 감사부서에 수습감사관으로 발령받아 OJT를 진행하게 됩니다. OJT가 끝나고 일정 점수가 넘으면 신임감사관의 수여식을 진행합니다.
- 부서 발령은 기수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였던 것 같은데 대략적으로 감사교육원에서 연수 성적에 따라 TO가 있다면 최대한 반영해 주려고 인사팀에서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 감사교육원의 교육은 일주일동안 합숙을 통해 진행하였고, 육아나 개인적인 용무가 있는 경우에는 교육을 마치고 출퇴근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만 감사교육원이 완전 산골짜기에 있어 대중교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고, 자차로 운전 또는 동기들과 카풀, 택시로 이동하거나 출퇴근 시간에 있는 구파발역 운영 버스를 타고 왔다갔다 합니다. 합숙을 하면 할수록 친해지는 것 같습니다.
- 교육은 7급 공채끼리만 받지 않고 당시 상황에 따라 6급 특채(변호사, 회계사 등), 5급 고시 및 박사 특채, 7급 특채, 타부처 전입자들과 함께 진행을 합니다.
2. 지방에도 감사원이 있던데 어떤 경우에 발령받나요?
- 수원, 대전, 광주, 대구, 부산에도 감사원 사무소가 있습니다. 주로 지방행정을 감사하는 지방행정감사국과 민원을 처리하는 부서가 있습니다. 지방발령은 인사 상황에 따라 항상 케이스 바이 케이스 입니다. 각 직급별로 지방을 원하는 사람이 많으면 경쟁이 치열해서 못들어가는 경우도 생기고, 특정 직급에 TO가 발생해서 채워지지 않으면 강제 발령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지방으로 강제발령은 빠르게 승진하였거나 하는 경우에 많이 가는 것 같으나, 인사업무는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알 수 없습니다.
- 물론 지방사무소에도 7급 TO는 있기 때문에 매번 인사 뜰때마다 공지사항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서, 신규직원이 자주 지방으로 발령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차례 사례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3. 발령받으면 어떤 업무를 하나요?
- 신규는 감사부서로 대부분 발령나고 지원부서로 발령나는 일이 있는지는 과거에는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 그리고 각 과에 발령받으면 과 서무업무를 수행합니다. 각 과마다 행정직 또는 계약직으로 행정업무를 보조해주는 주무관님들이 계시는데 모든 사무실에 다 있는 것이 아니라서 없다면 서무가 다과구매, 사무용품 및 비품 구매 등을 수행합니다. 그리고 과의 예산 사용 및 출장 관련 비용 정산이나 증빙자료를 관리합니다. 예산 사용에 대한 모든 질문들은 죄다 서무에게 들어가기 때문에 과 예산을 책임진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모든 서무 감사관들은 서무를 빨리 떼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운이라 빨리 떼는 사람은 1년만에 떼는 사람도 있고, 못 떼는 사람은 3~4년 동안 서무 업무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 그리고 대체적으로 신규직원들은 5급 조장과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고 감사사항이나 입건 사항에 따라 2인 1조로 움직이는 경우도 많지만, 반면에 기관정기감사는 과 전체가(대략 10명 내외) 같이 움직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면 매번 식사장소 구하는 것도 일입니다.
4. 업무의 강도는 어떤가요?
- 모든 조직이 그렇듯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특히 감사업무의 경우 과정이 잘 티가나지 않고 성과(결과)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간단한 입건사항을 답습하거나 일을 대충해서 성과를 안내려고 하면 정말 한가한 직업이고,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죽어라 고생하고 보고서 쓰고 또 끌려가는 업무가 반복됩니다
-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다 보니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거나 긴장감있는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힘든 사람은 적성에 맞지 않아 나가시는 경우도 제법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야근은 안하는 사람들은 아예 하지도 않고, 주요 감사사항에 참여하거나 보고서를 빨리 납품해야 하는 등 일이 몰리는 경우에는 새벽까지 일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이건 다른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 출장일수는 워낙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 다양합니다. 감사원 홈페이지에서 보듯이 서울에 담당 부서가 많은 기관은 서울로 출장이 잦을 것이고, 어떤 감사사항에서 어떤 업무를 분장받았느냐에 따라 지방출장과 서울출장으로 나뉠뿐 감사부서들은 출장이 많습니다. 1년에 보통 3개 정도 감사사항을 진행하는 것 같은데, 보통 출장을 가면 2~3개월 출장가고 1개월정도 보고서 쓰고 이것을 1년동안 3차례 반복합니다.
- 공무원들이 가장 골치아프다는 민원의 경우 민원을 담당하는 감사청구 및 감사제보 부서는 많을 수 밖에 없고, 나머지 감사부서들은 피감기관들이 모두 민원이라 보면 됩니다. 소위 말하는 악성 민원을 만날 기회는 감사부서에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5. 복장이나 사무실 분위기는 어떤가요?
- 복장은 남성은 일단 정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캐쥬얼하게 입고 출근하시면 한소리 들으시거나 수근수근 될 것입니다;;
- 사무실 분위기는 역시 케이스 바이 케이스입니다. 급수에 관계 없이 또라이 직원이 과에 있으면 힘든 것이고 아니면 평온합니다. 대체로 권위적인 모습은 과거에 비해 점점 사라지는 분위기로 체감됩니다.신규직원은 5급 조장이 중요한데, 조장이랑 다니면서 일을 배우고 성격상 맞지 않는 사람이 조장으로 만나면 힘이 듭니다.
- 급수가 낮다고, 또는 나이가 어리다고 반말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은 못하겠습니다. 사람 성향상 친분 표시로 그러시는 분도 있고 이것에 대해서 불편함을 표시하는 분도 있고, 20세 이상 나이 차가 나는데도 존대해주시는 과장님도 계십니다.
- 회식은 지방출장이 많다보니 2인 1조로 움직이면 식사로 느껴지지만, 과 단위로 움직이면 회식이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 많이 힘들 것입니다. 몇몇 직원들은 18시 넘어서는 내 시간인데 왜 관여하려 하느냐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에 18시 이후에는 철저히 개인 플레이 하는 직원들도 있습니다만, 신규직원이 그러는 것은 못봤습니다. 여기도 사람사는 사회인지라 단체생활하지 않고 신규인데도 개인플레이 하는 직원을 싫어하는 선배들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감사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경험으로 습득하는 도제식업무다 보니, 지나치게 개인플레이하는 직원들을 싫어하는 선배들은 일도 대충대충 알려주고 관여하지 않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선배들도 후배에게 업무를 알려줄 의무도 없으니(감사는 감사자 개인이 책임지는 것입니다.) 알아서 눈치껏 행동하시면 됩니다. 술을 강권하는 경우는 거의 못본거 같네요
6. 승진은 빠른 가요?
- 과거에는 감사직이 승진이 빨랐다고 하는데 최근 5년동안에는 인사적체가 꽤 심했습니다. 7급에서 6급도 4년 정도 걸린시기도 있었고, 6급에서 5급은 평균 10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다만 공무원 처우가 워낙 열악하다 보니 6,7급 직원들이 워낙 많이 나갔고 언론에도 감사원 TO가 너무 많은데도 증원하려 하냐는 기사도 뜰 정도로 6,7급 TO가 많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5년 전에는 4년정도 걸렸던 승진이 지금은 평균 3년 이내로 다시 내려 온 것 같습니다. 6급에서 5급도 10년정도로 피크 찍었다가 지금 점차 짧아지려 하는 것 같습니다.
- 과거에는 공무원이다 보니 연공서열이 반영도가 꽤 높았던 것 같은데, 최근 1~2년 동안에는 연공서열이 꽤 많이 파괴되어 일을 열심히 안하거나 성과가 없는 직원은 승진에서 누락되고 있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노력하는 직원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조직차원에서 노력 중인 것 같습니다.
이것저것 막 적다보니 꽤 많은 글을 기재한 것 같네요. 감사직에 대한 정보가 제한되어 제가 공시생때도 미지의 세계였는데,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적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윤우혁 선생님 수업을 듣는 공시생들에게 이 정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