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문학 원고(2024.)
고개를 넘으면 외 1편
최 재 환
매일 오가는 길이지만
그때마다 낯이 설다.
아침이면 산비둘기 앓는 소리
가슴을 쥐어짜듯 숨넘어가는데
세월은 못 들은 척
제 길만 고집한다
가지마다 터지는 생명의 향기
새롭다는 말은 살아 있다는 뜻인데
못 본 척 지나칠 수도 없는 노릇,
장마소식 가까울수록
냇물소리 더욱 바빠지고
보폭을 넓게 잡아도
일상은 서서히 되돌아오는 것을.
이상 날씨를 꾸짖는 안내 문자가
연일 주민들의 기를 죽이지만
언덕은 피할 수 없이 넘어야 하는
여정의 일부였다
사는 이유
최 재 환
얽히고설킨 세상사
따지고 우기며 살더라도
맺힌 매듭은 맺은 자가
마땅히 풀어야 할 일
덤으로 버틴 시간
온종일 밀고 당겨도 민낯뿐인데
버리지 못한 삶의 자투리
어디가 시작이고 끝이었을까
돋보기 너머 숨긴 나이테는
못 이긴 척 얼버부렸지만
삶의 빌민 고비마다 발목 잡는데.
기도 한 다발 가슴에 묻었으면
어차피 밑진 장사는 아니잖소
<약력>
.목포상고, 서라벌예대 문창과 졸업
.1975 중앙일보(소년중앙)신춘문예 동시당선
.1977 월간 「시문학」 추천왼료
.목포문협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역임
.한국현대시인상/ 한정동아동문학상/ 전라남도문화상(문학부문) 등 수상
.중등교단생활 37년 녹조근정훈장 수훈
.전라남도지정 명예에술인
.시집;「표구속의 얼굴」,「이승기행」,「이승에서 못다부른 노래」 등 15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