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하여 그 내용을 검색한 후 필요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이제는 문자 정보뿐만이 아니라 사진이나 도형 등 이미지 자료도 함께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이다. 나아가 이렇게 집적된 정보를 활용하여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인공지능(AI)까지 등장하는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이 발전하고 다양한 정보를 디지털로 집적할 수 있기에, 누구나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여 확인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의 수집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에 따라 정보를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 역시 그에 비례하여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전통시대에는 필요한 정보를 어떻게 얻을 수 있었을까? 당연히 궁금한 사항을 책이나 다른 사람에게 물음으로써 확인하고, 때로는 스스로 생각하여 그 대답을 알아내고자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나 기타 자료들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어떠한 의문에 해결책을 찾는 방법은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라 짐작된다. 조선시대의 지식인들 가운데에서도 지식에 대한 호기심이 큰 사람들이 존재했을 것이고, 그들은 알고 싶은 사항들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그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그런 이들 중에 누군가 자신이 확인한 정보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기록으로 남겨 책으로 엮어내기도 했는데, 정보가 부족한 당시에 그러한 문헌들은 지식인들에게 필요한 정보 제공을 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이해된다.
<병세재언록>이라는 문헌은 19세기에 살았던 이규상이라는 인물이 수집하여 엮은 <18세기 조선 인물지>라고 할 수 있다. 자신과 동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특징을 다양한 기록을 통해서 확인하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엮어낸 ‘인물 정보지’인 셈이다. 아마도 이규상은 다양한 정보 중에서 사람들에 관한 호기심이 많았을 것이라 여겨지며, 그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이 책을 엮어냈을 것이라 이해된다. 책의 ‘해제’에 의하면 ‘병세(幷世)’는 동시대를 뜻하고, ‘재언록(才彦錄)’은 재주가 뛰어난 인물들의 기록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다. 흔히 18세기는 조선시대의 역사 중에서 ‘찬연히 빛나는 한 시대로 기록되고 있’으며, 당시의 ‘학술 사상과 문학 예술이 참신하고도 풍성하게 피어나서 그야말로 공전절후의 장관을 이’룬 시대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 시대를 살았던 이규상은 그러한 시대적 분위기를 감지하고, 동시대의 인물들이 지닌 재주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이 책을 엮어냈다고 하겠다. 한문으로 기록된 원전을 다수의 연구자들이 번역에 참여하여, 원문과 함께 현대역을 함께 제시하여 출간한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에서는 당대의 인물들을 모두 18개의 범주로 구분하여, 각각의 인물들이 해당하는 범주에 나누어 그들이 지닌 특징을 소개하고 있다. 뛰어난 유학자들을 의미하는 ‘유림(儒林)'과 그 가운데 학문적 성과가 뛰어난 인물들은 ‘고사(高士)’라는 항목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문장으로 이름을 떨친 ‘문원(文苑)’과 뛰어난 무인들을 의미하는 ‘곤재(梱材)’ 등의 항목도 주목할 만하다. 서예가를 뜻하는 ‘서가(書家)’와 화가를 지칭하는 ‘화주(畵廚)’, 과거 시험의 문장에 탁월한 ‘과문(科文)’과 특별한 기예를 지닌 ‘방기(方伎)’, 지조가 곧은 사람을 뜻하는 ‘기절(氣節)’과 귀화자들의 가문을 뜻하는 ‘우예(寓裔)’ 등으로 각각의 인물들을 분류하고 있다.
이밖에도 외국어에 능통한 ‘역관(驛官)’과 좋은 수령으로 이름을 알렸던 ‘양수령(良守令)’, 효도로 알려진 ‘효우(孝友)’와 용맹함을 뜻하는 ‘여력(?力)’, 명나라 출신으로 조선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을 소개하는 ‘풍천(風泉)’과 신이한 일을 체험했던 ‘영괴(靈怪)’ 등의 항목은 당대 인물을 파악하는 저자의 관점을 드러낸 분류라고 이해된다. 아울러 마지막 항목들에는 여성들을 다루고 있는데, 이른바 열녀를 뜻하는 ’규열(閨?)‘과 문장으로 뛰어난 여성을 뜻하는 ’규수(閨秀)‘ 등이 그것이다. 물론 항목에 따라 한두 명의 소개에 그치기도 하고, 이에 반해 분류 항목에 재치된 인물들의 수효가 많은 항목들도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구분은 철저하게 저자의 관점에 따른 것이지만, 조선 후기에 관심을 지닌 이들에게는 이 책의 정보가 당대 인물들을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겨진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