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이라는 삶의 무게를 생각하다!

[차니]

•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김혜남, 갤리온, 2008.

서른 살이 되던 무렵에 대학원에 다닐 무렵 지도교수의 연구실에 걸려있던 최승자 시인의 ‘서른살’이라는 시를 매일 바라보면서, 그 나이에 느끼는 심적 불안감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 즐겨 듣던 노래 가운데 하나가 또한 노래마을이라는 그룹이 불렀던 ‘나이 서른에 우린’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직 서른이 되기 전에 ‘나이 서른에 우린 어디에 있을까 / 어느 곳에 어떤 얼굴로 서 있을까’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조금은 희망에 찬 미래를 그려보는 내용이었다. 불안정한 현실 때문에 연애도 제대로 되지 않고, 더욱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하루하루를 지배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최승자의 시구처럼 나에게 ‘이렇게 살 수도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 서른 살은’ 갑자기 왔다고 느꼈던 것이다.

문득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제는 흐릿해졌지만 오랜만에 나의 서른 살 즈음을 떠올려보았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서른 살을 ‘청년이라고 하기엔 나이기 들었고 장년이라고 하기엔 아직 젊’다고 표현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미 취직도 하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키우는 나이였지만, ‘현대 사회에서 서른 살은 고달프고 우울’한 나이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생의 한 전환기로서, 미래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선택의 시기로서, 홀로 서야 하는 실질적인 독립의 시기로서, 꿈에서 현실로 내려오는 좌절의 시기로서 서른 살의 삶은 고되기만 하다’고 규정한다. 이처럼 갈등과 방황을 겪는 시기인 ‘서른 살’ 무렵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저자는 “당신은 언제나 옳다. 그러니 거침없이 세상으로 나아가라!”라는 조언으로 이 책을 기획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제자들을 비롯한 주위의 ‘서른 살’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그 내용을 하나하나 곱씹어보기도 했다. 저자는 우선 목차의 제목을 통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서른 살’들에게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내 인생,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라는 질문을 비롯하여, ‘서른 살, 방어 기제부터 점검해보라’는 조언을 세세한 항목으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저자 자신의 경험은 물론 주변 사람들과 임상에서 만났던 다양한 이들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이러한 질문과 조언의 내용들을 채우고 있다.

‘일과 인간관계’를 돌아보면서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스스로에게 묻기를 권하기도 하고, ‘사랑과 결혼’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내게도 다시 사랑이 올까?’라는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민해보라고 조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항목으로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로 마무리를 짓고 있다. 비록 나에게는 ‘서른 살’이 지나가버린 시절이겠지만, 적어도 앞으로 만날 그 무렵을 살고 있는 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하겠다. 비록 각자의 앞에 만만치 않은 현실이 놓여있다고 할지라도, ‘그래도 삶은 한 번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잊지 않기를 빌어본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