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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무성의 만화로 보는 재즈의 역사’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그야말로 20세기 재즈의 흐름을 쉽고 재미있는 만화 형식으로 펼쳐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10여 장의 재즈 음반을 가지고 있어, 나 역시 간혹 재즈 음악을 즐겨 듣곤 한다. 루이 암스트롱이나 피츠제럴드, 빌리 홀리데이와 마일스 데이비스 등이 즐겨 듣는 음악 리스트에 올라있기도 하다. 묘하게 늦은 밤에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며 듣는 재즈 음악은 편안한 취침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혹은 주말 오후 책을 읽으면서, 가볍게 듣는 음악으로 재즈 음반들을 선택하기도 한다.
재즈에 대해서 적지 않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이 책의 내용은 더 넓고 깊은 재즈 음악의 세계를 엿보게 해주었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재즈 음악이나 아티스트는 그야말로 극히 일부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재즈 월간지를 창간해서 발행했던 전력이 있으며, 재즈 음반의 프로듀싱에도 참여하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재작할 정도의 열정을 지닌 애호가이다. 더욱이 그림도 잘 그리기에 만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2003년도에 낸 초판을 전면적으로 손질하여 다시 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의 목차는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체로 미국 남부 흑인 음악에서 재즈의 원류를 찾고 있다. 재즈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론들이 존재하지만, 저자는 1900년부터 1930년대까지의 20세기 초반을 ‘재즈의 여명’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즉 재즈의 역사를 시작하는 기점을 20세기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설정하고,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뛰어난 음악가인 루이 암스트롱을 그 선구자로 꼽고 있다.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의 뉴올리언즈에서 시작된 재즈는 이전부터 흑인 노예들 사이에서 구전된 노동요인 ‘블르스’와 남북전쟁 당시 군악대의 연주, 그리고 흑인이 죽으면 장례 행렬에서 연주되던 관악기 밴드 등 여러 가지 요소가 결합되어 형성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주로 음악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당시 흑인들의 사회적 지위는 간략하게 그려져 있지만, 그 시절 흑인들은 인종갈등의 피해자였기에 그들의 음악을 통해서 위로를 얻고 때로는 강한 반항의식을 표출하기도 했다. 초기에 활동했던 재즈 음악가들 가운데 루이 암스트롱이나 듀크 엘링턴 등의 음악은 지금도 내가 아끼고 즐겨 듣는 음반에 포함되어 있다.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들이 간혹 악기 소리를 흉내 내는 듯 흥얼대는 소리를 스캣이라고 하는데, 다양한 학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저자는 루이 암스트롱이 연주하던 중 트럼펫을 떨어뜨려 그 잠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입으로 악기 소리를 흉내내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후에는 그것이 하나의 기법으로 자리를 잡아 재즈 가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가 되었다고 한다.
2장은 1940년대의 재즈 역사를 다루면서 그 시기를 ‘위대한 과도기’라고 지칭하고 있는데, 재즈 음악이 대중화되면서 대도시인 뉴욕의 클럽에서도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이른바 ‘모던 재즈’의 초석을 놓았다고 평가되는 ‘비밥’이 시작되었고, 본격적으로 재즈 싱어들이 활약하던 양상이 펼쳐지게 되었다. 이 시기에 활동했던 재즈 싱어로는 빌리 홀리데이와 엘라 피츠제럴드는 물론 사라 본과 냇 킹 콜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지금도 그들의 음악은 음반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재즈 가수들은 기존의 음악 경향을 고수하기보다는 자기만의 방식을 추구하고자 했는데, 이것이 재즈의 형식이 매우 다양하게 분류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1950년대는 이른바 ‘쿨 재즈’로 지칭되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이 시기를 3장에서 ‘모던재즈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현대적 감각으로 세련된 재즈를 의미하는 ‘모던재즈’라는 단어는, 이른바 ‘쿨 재즈’나 ‘하드 밥’이라는 양식을 축으로 유행하게 되었다. 마일스 데이비스가 새로운 싱어로 부각되었고, 본격적으로 재즈음반을 제작했던 ‘블르노트’라는 레이블이 등장하는 것도 바로 이 시기의 주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적 명성과는 달리 당시 흑인들의 사회적 지위는 열악했기에, 대부분의 재즈 음악가들은 술과 약물 등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래서 마일스 데이비스는 백인 관중을 향해 뒤돌아서 연주하기도 햇으며, 뛰어난 재즈 싱어였던 빌리 홀리데이는 약물 과용과 감옥 생활의 후유증으로 44세이던 1959년 급성폐렴으로 사망하게 되었다.
1960년대 미국 사회는 흑백갈등으로 인한 인권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었고, 음악적으로도 로큰롤의 열풍이 시작되면서 재즈 음악에 위기로 작용하였다. 저자는 이 시기를 ‘혼돈의 시대 속 재즈의 탈출구’라는 제목으로 4장에서 다루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맞서기 위해 재즈 음악가들은 전통적인 재즈의 문법을 파괴하여 극한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이른바 ‘프리재즈’의 형식을 추구하였고, 존 콜트레인과 오넷 콜맨 등이 대표적인 연주자로 꼽히고 있다. 이 시기 재즈 음악에 있어서도 전자악기를 차용하여 록과 결합한 재즈록의 양식이 유행하기도 하였는데, 그야말로 다양한 음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혼돈의 시대’라고 지칭할 수 있을 듯하다.
이후 재즈는 정통만을 고집하기보다 다양한 음악 양식들과 결합하여, 5장에서는 1970년대를 ‘재즈의 퓨전’이라는 제목으로 다루고 있다. 제3세계 민속음악과 결합한 양식이 등장하는가 하면, 펑크와 전자악기의 연주를 수반하는 등 다양한 실험적 모색이 펼쳐지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재즈는 미국을 벗어나 유럽에서도 인기를 얻기 시작했으며, 독일에서는 ECM이라는 레이블을 통해서 다양한 음반이 제작되는 등 이른바 ‘뉴에이지 음악’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어지는 1980년대 이후의 시기를 저자는 6장에서 ‘재즈의 다변화와 자기 성찰’이라는 제목으로 다루고 있다. 재즈 음악도 당시 유럽을 휩쓸던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았으며, 더욱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면서 다변화의 시대를 맞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대략 1990년대 무렵부터 재즈음악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기억되는데, 사람들은 재즈 음악을 듣기 위해 재즈 공연장이나 재즈바 등을 찾기도 했다. ‘한 국가의 GNP가 대략 2만 달러 정도가 되면 와인과 재즈의 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난다’라는 당시의 신문기사 내용이 기억난다. 이러한 기사들이 양산되면서, 주변에서 세계주류 판매점이나 재즈바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그동안 재즈에 대해서 극히 부분적인 지식만 지니고 있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재즈는 완성의 음악이 아니고 과정의 음악’이라고 규정하면서, 그럼에도 ‘재즈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여전히 들겨 듣는 음악이 크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기회가 닿는대로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재즈 음악들을 접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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