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한 하루’ 속에 담긴 현재 우리 교실의 모습
편집부
2025년 새해맞이 교사의 기도
이지호
공부 시간에
아이들이 딴짓하든 말든
모른척하게 해 주세요.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몸으로 부딪치는 놀이는
하지 않게 해 주세요.
급식 시간에
아이들이 싫어하는 음식은
나오지 않게 해 주세요.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학부모의 전화를
받지 않게 해 주세요.
그리하여
‘오늘도 무사히’
하루가 지나가게 해 주세요.
이지호, 《대통령이 시킨 선행학습》, 어린이시나라, 55쪽
1. 들어가며
신학기를 맞이하는 3월은 교사에게 늘 새로운 기대와 다짐을 하게 한다. 새로운 아이들과의 만남, 학급 공동체 형성, 그리고 한 해 동안 이루어질 배움과 성장에 대한 희망은 교사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학교 현장은 기대만큼이나 다양한 현실적 어려움과 책임을 함께 안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2025년 새해맞이 교사의 기도’에는 신학기를 맞이하는 교사의 마음, 학교에서 마주하는 교사의 일상적인 고민과 교육 현실이 담겨 있다. 시를 읽고 나면 학교에서 교사의 역할과 현재 학교 현장의 모습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2. 교사의 역할과 책임, 그 사이에 있는 교사의 바람
교사인 화자는 공부 시간, 쉬는 시간, 급식 시간, 그리고 학교 안팎에서의 상황을 차례로 언급한다. 공부 시간에는 아이들이 딴짓하더라도 모른 척하게 해 달라고 하고, 쉬는 시간에는 몸으로 부딪치는 놀이가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급식 시간에는 아이들이 싫어하는 음식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학교와 집 어디에서든 학부모의 전화를 받지 않게 해 달라고 말한다. 사실 공부 시간에 딴짓하고, 쉬는 시간에 몸을 부딪치며 놀고 싶어 하고, 급식 시간에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학생들의 모습이다. 학생들은 당연히 그럴 수 있고,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은 교사가 자신의 역량껏 지도하는 것이 마땅하다.
1연에서 3연까지 나열된 상황은 생활지도, 안전지도, 급식지도 문제로 학교 일과 중에 교사가 지속해서 신경 써서 지도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교사가 제 역할을 다하고자 성실하게 학생들에게 생활지도를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대부분 학부모는 그렇지 않지만, 종종 이런 사례들이 학부모의 민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은 언론 보도를 통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정당한 훈육과 생활지도를 했음에도 자기 자녀를 왜 나무라냐며 항의하는 학부모, 학교에서 일어난 안전사고에 대한 교사의 책임론…. 이러한 교육 현장의 현실에 교사는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고, 정당한 생활지도 조차 꺼려지게 한다. 화자는 1연에서 3연까지 마치 회피하듯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4연에서 그리하여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학부모의 불편한 마음이 담긴 전화를 받지 않는, ‘오늘도 무사히’ 하루가 지나기를 더욱 간절히 원하고 있다.
3. 교육 현실을 반영하며
현재의 교육 현실 역시 이 시 속에서 중요한 배경으로 나타난다. 오늘날 학교는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책임과 기대를 받고 있다. 학생의 안전 관리, 인성 지도, 교우관계 지도, 학습 지도, 급식지도, 그리고 학부모와의 관계까지 교사가 담당해야 하는 영역은 매우 넓어졌다. 특히 안전사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교사들은 쉬는 시간이나 체육 활동에서도 많은 긴장을 느끼게 되었다. 작은 사고 하나도 큰 문제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교사는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교사의 가장 큰 소망이 ‘오늘도 무사히 하루가 지나가는 것’이 되는 상황은 현재 교육 현장의 부담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학부모와의 소통 문제 역시 이 시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학부모의 전화를 받지 않게 해 주세요.’라는 구절은 현재 교육 현장에서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학부모와의 소통은 학생의 성장과 교육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지만, 때로는 민원이나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교사는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판단을 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학부모의 기대와 학교의 현실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 시의 화자가 학부모의 전화를 받지 않기를 바라는 장면은 이러한 현실을 솔직하게 표현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4. ‘무사한 하루’에 담긴 함께 생각해 볼 문제
화자는 ‘기도’라는 형식을 사용하여 교사의 바람을 나열하고 있다. 특히 제목만 보면 새해를 맞이하는 교사의 기도는 새해가 되어 새로운 목표나 희망적인 변화와 발전을 기대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 예측하게 된다. 그러나 시의 내용을 보면 화자가 바라는 것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단지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오늘 하루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체념이 담겨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시의 제목과 내용은 상반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제목이 암시하는 밝은 기대와 시의 실제 내용 사이의 차이가 작품의 풍자적 효과를 만들어 낸다.
각 연은 비슷한 문장 구조로 반복되고 있으며, 기도할 때 흔히 사용하는 ‘~해 주세요’라는 일상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 오늘날 학교가 처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무사한 하루’. 이 두 단어로 화자는 교사,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육을 둘러싼 사회 전체가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를 제기하며, 독자로 하여금 그 문제를 생각해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