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공민 왕 때, 어느 마을에 서로 싸우기만 하는 삼형제가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세 아들을 날마다 타일렀지만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얘들아, 밖에 나가서 회초리를 두 개씩 꺾어 오너라.”
아버지의 말씀을 들은 세 아들은 겁이 더럭 났습니다. 아버지가 종아리를 때리려고 그러는 줄 알았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말씀이어서 회초리를 두개씩 꺾어 왔습니다.
“자, 너희들 그 회초리를 한 가지씩 차례로 꺾어 보아라.”
세 아들은 씩 웃었습니다. 그런 것쯤은 아주 쉬운 일이라는 듯 뽐내며 회초리를 손쉽게 꺾었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나머지 회초리 세 개를 묶어서 꺾어 보아라.”
세 아들은 회초리 세 개를 묶어서 꺾어 보았습니다.
그러나 여간해서 꺾여지지가 않았습니다.
”이제 알겠느냐? 형제가 서로 화목하여 마음을 합쳐서 살면 그 나뭇단처럼 힘이 있게 되고, 서로 싸우기만 하고 뿔뿔이 흩어지면 세상의 여러 가지 일에 꺾여 형제가 다 망한다는 것을!“
아버지는 이어서 말씀하셨습니다.
”집안이 화목하면 가난해도 좋거니와 만일 의리에 어 그러지면 부자가 된들 무엇 하겠느냐? 아들이 하나 밖에 없어도 그 아들이 효자라면, 불효자 여럿 있는 것이 무슨 소용 있겠느냐?“
삼 형제는 얼굴을 붉히며 아버지의 말씀을 가슴 속 깊이 새겼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뒤에 삼 형제가 길을 가다가 막내 아우가 황금 세 덩이를 주웠습니다. 막내 아우는 그것을 한 덩이씩 형들과 나누어 가졌습니다. 그런데, 강가에 이르러 배를 타고 건너게 되자 막내 아우는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금덩이를 물 속에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왜 귀중한 황금 덩이를 강물 속에 버리느냐?“
두 형은 깜짝 놀라며 물었습니다.
그러자 막내 아우가 대답하였습니다.
”황금 덩이를 줍기 전까지는 형님들을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이 조금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금덩이를 나눠 갖고 난 뒤에는 갑자기 형님들이 미워지고 나 혼자 차지할 것을 괜히 나누어 주었구나 하고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금덩이를 강물 속에 던져 버린 것입니다.“
”과연 네 말이 옳다!“
두 형도 역시 금덩이를 강물 속에 던져 버렸습니다.
삼 형제는 집안이 화목하면 가난해도 좋지만 형제의 의리가 어그러지면 부자가 되어도 소용이 없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삼 형제는 한 마음으로 뭉쳐 화목하게 지내며 한결같이 아버지를 모시고 효도를 다하여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집안이 화목하면 가난해도 좋지만, 만일 의리에 어그러지면 부자가 된들 무엇 하랴. 오직 한 자식이라도 효자가 있다면 어찌 자손이 많음이 소용 있으랴.
예림당) 이야기 명심보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