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목요일) 스스로 학교 수업은 하린이 주관의 뜨개질 시간이었다. 준비된 복실복실한 털실로 목도리를 뜨는 것. 우리는 하린이가 보내준 영상을 보며 각자의 목도리를 뜨기 시작했다.
이번 수업의 주제는 비교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수업을 시작하고 나서도 나는 으레 그래왔듯 계속해서 나를 남들과 비교했다.
먼저 목도리 뜨는 법을 가르쳐 주는 영상을 보는데, 그 내용이 너무 어려웠다. 정확히는 설명이 잘 이해가 되질 않아, 주변에서는 계속해서 뜨던 실을 풀어 헤치는 모습이 반복해서 재현됐다. 반면에 나는 차분한 마음으로 영상에서 말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따라 하며 나의 목도리를 조금씩 떠내려 갔다. 그러자 목도리가 점차 안정적으로 떠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남들이 잘 망하는 구간을 넘기고 보니, 그 다음부터는 단순 반복 동작이었다. 그래서 한결 편한 마음으로 조곤조곤 내 목도리를 떠가는 와중이었다.
"와, 현서 겁나 잘하는데?"
순간, 마음이 흐트러졌다. 나는 마음이 동하여 현서를 돌아보았고, 그러니 현서는 자신의 목도리를 이미 많이 떠놓은 상태였다. 문득 내 목도리가 초라하게 느켜졌다.
이후론 쫒기듯이 목도리를 뜨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내 스스로 만족하며 목도리를 뜨고 있었는데, 문득 남과 비교를 하고 보니 내 속도가, 목도리가 못나보이는 것이었다. 뭔가 막 시달리는 느낌은 아니더라도, 언뜻 다급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목도리를 뜨고 보니, 어느새 내 목도리도 완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어딘가 좀 찝찝한 기분이었다. 내가 손수 만들어낸 목도리인데, 완성된 목도리를 보고서도 그리 순수하게 기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옆에서는 현서가 이미 목도리를 완성했기 때문인 것일까. 어딘가 영 뒤숭숭한 마음이었다.
그렇게 나는 이번 수업을 통해, 처음에는 온전히 즐기면서 떠 나가던 나의 목도리가, 어느새 남과의 비교를 통해 모자란 목도리가 되어가는 과정을 경험했다. 결과적으로 비교하지 않는다는 수업 주제를 제대로 이행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비교 없이 온전한 모습, 온전한 나의 모습과 남의 모습. 문득 되돌아보게 된다. 남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교하지 않는지. 비교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비교하지 않는다면 대상을 어떻게 갇아들여야 좋을지. 말이 너무 추상적이지만, 나한테도 너무 어려운 과제라서 그랬다. 아무래도 나에게 하린이의 수업은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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