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한글날이었다. 뜻깊은 날에 한글을 사랑하는 인천지역대 국문과 동문회 행사가 영흥도에 있어서 나는 예정 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인 아침 8시 반경, 집 근처에서 두 동기를 만나 길을 떠났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말이 생각나서 행사장으로 가는 길에 있는 '소래습지 생태공원'을 구경하기 위해서 아침 일찍 길을 나선 것이다. 나로서는 5년 만에 다시 찾아가는 곳이다.
가을이라서 그런지 날씨가 무척 좋았다. 무엇보다 바쁘고 번다한 일상을 떨치고 나와서 함께 가는 동기들이 너무 기뻐해서 나도 덩달아 더 즐거웠다. 탁 트인 갯벌, 그리고 누렇게 변해 가는 갈대밭을 지나면서 사진을 찍었다. 먼저 전시관에 들어가 이곳 갯벌에 사는 생물들을 살펴보았다. 국문학도여서 그랬을까? '갯벌'이라는 단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개펄'인 줄 알고 있었는데 갯벌이라고 표기가 되어 있어서 동기와 함께 사전을 찾아서 두 단어의 의미 차이를 찾아 보았는데, 두 단어는 동의어라고 나온다. 저어새 등의 물새 종류, 갯지렁이, 붉은발농게, 방게 등의 여러 종류의 바닷게들과 염생식물들을 설명하는 내용들이 전시관에 있었다. 전시관을 나온 우리 일행은 넓은 습지에 펼쳐진 갈대숲을 따라 산책로를 걸었다. 가을 벌판에서 소박하게 핀 여러 야생화와 들풀들이 눈에 들어와 감성을 자극하기에 폰에 담았다. 그리고 이름을 모르는 것들은 폰으로 이름을 검색하여 저마다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꽃들의 이름과 꽃말을 찾아 보았다.
주말이고 행락철이라 도로에는 이동하는 차가 많다. 그래서 도로가 막힐 것에 대비해서 나는 한글날, 한글 공부에 걸맞는 책을 한 권 준비했다. 어느 유명 아나운서가 쓴 책인데, 전공자인 우리들도 일상에서 자주 틀리는 '맞춤법과 표준어'에 관한 내용의 책이다. 책의 내용이 무척 쉽고 잘 기억하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나는 함께 가는 동기들에게 책에 나오는 '간단한 맞춤법 퀴즈'를 풀어 보도록 했다. 그중에서 몇 가지 좀 까다로운 것을 이곳으로 인용해 보면 아래와 같다.
- 그의 말이 (잊혀지지/잊히지) 않아.
- 우리 딸이 붕어빵보다 (맛있대요/맛있데요)!
- 반장이 (가능한/가능한 한) 빨리 과제 제출하래.
- 이게 (왠/웬) 떡이야?
- 혹시 (순대국/순댓국)도 드시나요?
- 이 빵은 제가 먹어도 (되요/돼요)?
- 등등
일상에서 많이 쓰는 말이다. 책에서 발췌한 위의 문장은 어느 정도 문법적 지식을 갖고 있어야 쉽게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는 내용이다. 피동을 중복 사용한 '이중피동', 모음 'ㅐ와 ㅔ'의 발음이 구별이 안 되는 현상, 문장성분의 호응 문제, 사람 헷갈리게 하는 '사이시옷', 어간과 종결어미의 구분 등이 위의 문장 속에 도사리고 있다. 어쨌든 국문학도답게 소래습지 생태공원에 가서 야생화, 갯벌에 사는 여러 종류의 생물들을 다시금 살펴보고, 달리는 차 안에서는 지난 시절 학교에서 배웠던 문법을 다시 한번 떠올리고 복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덕분에 복잡하고 지체되는 도로 위에서 우리는 깔깔거리고 재미있게, 지겨운 줄 모르고 시간을 보냈다. "도랑 치고 가재 잡고"라는 속담을 떠올리며. ㅎㅎ
그리고 이것보다 더 의미가 깊었던 것은 국문학도들인 동문, 재학생들이 깊어가는 가을, 일상을 벗어나서 함께 즐겁게 보낸 시간이 아닐까 싶다. 가을의 높고 맑은 하늘 아래 그림처럼 지어진 펜션에서 보낸 시간은 즐거웠다. 무엇보다 헌신적으로 준비를 해 오신 이금례 동문회장님과 임원분들, 영원한 낭만가이 안인수 선배가 있었다. 그리고 과제물 제출, 기말시험 준비 등 학업의 중압감 속에서도 많은 재학생들이 찾아와 함께한 시간은 무척 귀한 것이었다.
가을- 동문 모임이 있었던 한글날인 어제, 그리고 오늘은 나의 기억 속에 소중한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어 남을 것이다.
첫댓글 구영명 선배님과
두분 동기 선배님들은 야유회를 두배로 즐기셨네요
국문학도 답게 가 아닌 전국 1등하신 선배님답게 뭐라도 한가지 예사로이 넘기지 않으시고 짚어 주시는 꼼꼼함 덕분에 또 한글자를 익히게 되네요 저도 지금껏 "갯펄" 인줄 알고 있었거든요
가을 소풍 웃고 즐기시는 선배님들 모습에 덩달아 웃음이 묻어나네요
재학생분들이 많이 오셔서 무척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가까이서 만나 같이 노래도 부르고 즐거운 시간이었지요. 참, 개펄이나 갯벌은 고유어로 된 합성어(개-벌)입니다. '개-벌'을 읽으면 뒷 단어 '벌'이 된소리인 '뻘'로 소리가 납니다. 그래서 두 단어 사이에 사이시옷이 들어가 '갯벌'이라고 표기를 하지요. '갯펄'은 뒷 단어인 '펄'의 초성이 격음이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넣지 않고 그냥 '개펄'이 되는 것으로 보시면 될 겁니다.
선배님은 도랑 치고 개재 잡고 두 가지 다 하셨네요
우리 3학년은 무에 그리 바쁘게 사는지 ...
아니 마음이 분주하여 여유가 없었던 거 같습니다.
여유 없이 팍팍한 시간을 쪼개어 사는 일상을 벗어날 나이도 되었는데 좀 아쉽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추억을 남길만한 시간들이었지요.
선배님들의 포근함이 우리들도 본받는 후배들의 내림 사랑이 되길 바래봅니다.
저도 재학생일 때는 학업의 중압감으로 마음에 여유가 없었지요. 나이 들어 뭣 하는 짓일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더군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정신없이 집중해서 공부하고 시간이 부족해서 허덕였을 때가 도리어 행복했던 때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꾸뻑 인사드립니다
창작력 대단해요
감사합니다.
동문 선배님들과 재학생들이 함께 어울리며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치 20대의 대학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은 느낌도 좋았습니다.
이 모임을 위해 애써주신 동문 선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이광옥 회장님 덕분에 재학생과 동문들이 어울렸네요. 고맙습니다.
주변에서 선배님 강의가 훌륭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던터라 궁금했어요.
오셔서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했고 반가웠습니다^^
저도 반가웠습니다. 글에 댓글을 자주 올리는 분이 누구실까 싶어서요. 이번 모임이 재학생과 동문과의 소통의 자리여서 참 좋았습니다.
구영명 선배님은 그날 일하러 안가시고 일찌감치 소래로 가셨군요.
꿩도 먹고 알도 먹었네요. ㅋㅋㅋ
그 맛이 어떠셨어요?
그런데 하룻밤도 안 자고 그냥가셨더군요.
가는 줄 몰라서 인사 못드렸어요. 그날 수고하셨어요.
마침 영흥도 가는 길에 소래습지생태공원에 들렀습니다. 8년 전 자리에서 물러나 쓸쓸한 마음을 이기지 못 하여 그곳에 처음 갔는데 10월 하순이라서 그랬는지 누런 갈대를 보니 무척 쓸쓸했습니다. 이번에는 그런 마음이 들지 않더군요. 아마 은퇴 후의 삶에 익숙해져서 그랬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