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 때 그러니까 하늘은 끝간데 모르게 높고 푸르르고
감나무 잎이 노랗고 빠알갛게 물들 때 즈음이면 나는 괜히 마음이 덜뜬다.
곶감쟁이들의 일년농사가 시작되는 계절,
감을 따서 말릴 때가 된 것이다.
지난 해는 지리산 지역에 100년만의 감 대풍이었는데
올해는 80년만의 가뭄이 들어 감농사가 흉작이다.
내가 사는 엄천골 여기저기 고목나무에 달린 감들을 서둘러 수확한 뒤
부족한 감을 보충하기위해 씨없는 반시감을 밭떼기로 사서
수확하게 되었다.
감은 고목에 달린 것이 달고 맛있기 때문에 수확하기에 힘은 들지만
올해도 고목을 사서 수확을 했다.
내가 곶감쟁이가 되기 훨씬 전에 하동에서 감이 엄청 달린 감나무 밭을
본적이 있다. 이렇게 높은 나무에 가득달린 저 많은 감을 누가 다 따갈까
궁금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나같은 곶감쟁이들이 얼씨구나하고
털어간 것이다.
예전에는 대나무 장대끝에 감나무 가는 가지를 끼워 꺽어 내렸는데
요즘은 손오공의 여의봉처럼 길이가 마음먹은대로 조절되는
전지가위가 있어 한결 감따기가 쉬워졌다.
전지가위가 닿는 높이의 감은 땅위에서 손쉽게 감을 따 내린다.
오랫동안 하다보면 목도 아프고 손목도 아프지만 참고 계속하다보면
근육이 풀려 목도 훽훽 잘 돌아가고 할 만하다.
곶감쟁이에게 이런 정도의 감따기는 물속에서 땀 닦기인 것이다.
문제는 손오공의 여의봉으로도 닿지않는 진짜 고목의 감따기이다.
까치가 마음 턱 놓고 집을 지을만큼높은 나무의 감을 털기 위해서는
직접 손오공이 되는 것 외 다른 방법이 없다.
원숭이처럼 나무에 뽈뽈 기어 올라가서 손으로 감을 따서
아래에 펼쳐놓은 그물에 감을 던지는 것이다.
나무에 올라가서 손에 닿는 감은 모두 따서 던지고
가는 가지 킅에 달린 것은 다시 여의봉을 늘린다.
길어져라...길어져라...
감나무 곁가지에 기댄채 여의봉을 사용할 경지까지 올라간
고수는 엄천골에도 몇 되지 않는다.
엄천골의 춘길이 어르신과 레드햇 봉대 행님은
아마 전국 감따기 경연대회를 열면 금메달 은메달을 딸 만한
고수들이다.
손에도 닿지않고 여의봉에도 닿지않는 고목의 가는 꼭대기에
달린 감까지 흔들어서 다 털어 내리는 고수들은
예외없이 이곳에서 나고 자란 텃줏대감들이다.
나무에 올라가서 헛 손질 해대고 점심 때 밥만 많이 먹는
나 같은 하수와는 내공이 다른 것이다.
이렇게 해서 감이 박스에 가득 담겨있다.
감이 박스에 담기기까지 손을 세번 거쳤는데
이 감들이 달콤한 곶감이 되어 사람의 입에 쏘옥 들어가기까지
곶감쟁이들의 손을 몇번 더 거쳐야할까?
다섯번? 열번? 아니다. 적어도 스물 다섯 번은
더 곶감쟁이의 손을 거쳐야 달콤한 곶감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왜 스물 다섯번이지?
궁금한 사람은 곶감쟁이의 다음 일기를 기다려보시라.ㅋㅋ
첫댓글 와우~수고 한참을 많이하셔야겠네요//밀양에도 올해 가뭄으로 인해 단감 사이즈가 큰것들이 많이 없나보더라구요.//다음 일기도 고대하겠습니다,재밌게 읽고갑니다.
보는것은 즐겁습니다. 따시는 손길은?
다음 일기도 기다려지고 쉐어그린님 곶감도 기다려 집니다
고귀한 먹거리 정말 힘드는 작업이네요.--인스턴트 식품을 먹이는 어머님들이 체험해야될것 같습니다.
쉐어그린님의 글은 언제나 기다려집니다 마치 한편의 동화를 읽는듯해요 얼른 담 일기부탁드립니다^^
감을보니 고향생각 납니다 제친정동네도 감고장이예요
고생하면서도 뿌듯했겠어요. 그런데 정말 감따는 일을 고개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쉐어그린님의 일기 자체가 고향의 구수한 맛이 베어나오는 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고생은 되시겠지만 보람도 있으시겠어요. 희소망님 말씀대로 동화를 읽는기분이였습니다.^^
다음일기가 기다려 집니다.
요즘 곶감이야기가 방송을 많이 타길래 쉐어그린 님 생각이 났더랬죠, 그 많은 감을 곶감으로 만들자면...대단한 수고를 들여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