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의는 공자, 맹자, 장사, 순자라는 동양의 대표 철학자 네 사람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삶의 방향을 모색하는 인문학 대중 강연입니다. 급변하는 시대, 기술과 속도에 휩쓸린 삶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자주 질문하게 됩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강의는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외부가 아닌 ‘내 안의 철학’에서 찾도록 돕습니다. 공자의 관계 철학, 맹자의 도덕적 용기, 장자의 자유 정신, 순자의 교육과 훈련 철학은 자기다운 삶을 고민하는 현대인에게 깊은 사유의 토대를 제공합니다. 동양철학은 고루한 옛글이 아니라, 지금-여기의 문제를 해석하는 생생한 지혜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이 강의는 철학을 통해 나와 세상을 새롭게 마주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시간입니다."
이는 강의를 앞두고 강사가 귀쫑에 보내온 ‘강의 개요’입니다. 귀쫑의 안내 포스터에는 이를 잘 요약해서 아래와 같이 적었습니다.
"급변하는 시대, 우리는 자주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공자, 맹자, 장자, 순자의 사상을 통해 그 답을 찾아보자. 동양철학을 삶 속에서 실천하며 ‘나다운 삶’을 찾는 인문학 여정을 떠나 봅니다."
충분히 관심을 끌만 한 강의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의 개요에 적힌 대로 강의가 진행되기만 한다면 누구든지 들어볼 만하다고 느낄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강의 개요대로라면 다루는 범위가 너무 넓어서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생겼습니다.
실제 강의는 불필요하게 긴 서론에 이어, 강사 자신에 대한 청중의 신뢰를 구축하기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선 자기 자랑 조의 신변 이야기가 빈번하게 등장하였으며, 맹자와 순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고, 공자와 장자의 간략한 비교 후에 <장자> 원전에 나오는 우화 두어 개를 소개하는 데 그쳤습니다.
당초에 제가 강사 섭외를 했을 때 선택한 주제어가 ‘장자’였고, 강사가 직접 정해 준 강의 제목은 “장자로 행복을 찾자”였습니다. 그래서 지난달 강좌 “쇼펜하우어 행복론”에 이어 “장자 행복론”을 비교하여 듣는 좋은 기회라고 여겼는데, 강의 포스터를 보니 강의 제목이 “동양 철학, 내 삶을 묻다”로 바뀌었더군요. 다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강의를 들어보니 강사가 준비한 자료는 ‘동양 철학’이 아니고, ‘장자’도 짤막한 맛보기 정도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이번 강의에서 제가 취한 핵심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새로울 것은 없지만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는 계기는 되었습니다.
*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나답게 살자 (오리의 짧은 다리와 학의 긴 다리 비유)
* 폭넓은 독서로 정신건강도 지키고 아집과 편견을 깨트리자 (우물안 개구리 비유)
* AI 시대에는 질문력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이번 강의는 청중을 심심하지 않게 하는 엔터테인먼트 면에서는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으나, 불필요한 얘기를 줄이고 ‘장자’라는 매력적인 사상에 조금 더 집중하였더라면 훨씬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 강의였습니다.
첫댓글 후기에 감사드립니다.
강연이 다양한 청중을 위해 때로는 쉽게, 때로는 깊이 있게 펼쳐지기를 바랍니다.
혹여 실무를 겸한 대학 교수가 오신다면, 철학의 깊이와 높이를 함께 맛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여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