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모사에 대한 오해(최종욱)
흔히 이름 때문에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원앙을 부부애의 상징처럼 여겨 원앙금침이라는 말을 쓰는 것인데, 원앙 알을 조사해 보면 다양한 수컷 유전자가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암수 모두 쌍으로 동거는 하지만 몰래 바람을 피운다는 증거다.
살모사(살무사) 역시 마찬가지다. 이름 그대로 하면 어미를 죽이는 뱀 혹은 어미를 죽이고 나오는 뱀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문헌이나 사육사인 내 경험에 비춰봐도 살모사 새끼는 어미를 죽이지 않는다. 다만 한 여름에 번식하는 살모사의 특성상 새끼를 낳느라 너무 힘쓰다 보니 축 늘어져 있고 갓 낳은 새끼들이 그 주변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걸 보고 누군가 지은 이름이 그대로 아무 비판 없이 계속 이어져 내려 온 것 같다.
외국에서는 방울뱀을 비롯한 살모사류를 ‘viper’라고 하며 살모사란 의미는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살모사류의 독특한 특징이 ‘난태생’이라는 번식법. 알을 몸 안에서 품고 새끼를 낳아 몸 밖으로 내보내는 것으로, 새끼들은 그 후로 바로 독립생활을 하기 때문에 새끼 때부터 맹독을 가지고 있다. 또 적을 만나면 꼬리를 흔들어 위협적인 소리를 내면서 공격할 듯한 자세를 취한다. 이 독의 양은 사람한테는 그리 치명적이지 않지만 쥐 정도는 충분히 죽일 수 있다고 한다.
2007년 06월 11일(월) 19:23
최종욱 <광주우치동물원 수의사> lovna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