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회사원이 1억 원을 모으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직장 들어가자마자 시작한다고 가정합니다. 한 달 일백만 원을 저축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기를 쓰고 그렇게 한다 치고 시작하면 연간 1,200만 원입니다. 그러니 최소한 8년은 기다려야 하겠지요. 그 사이 승진도 하고 봉급도 오르고 할 것이니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일은 안 생기나요? 때로는 여가도 즐겨야 하고 연애도 하고 혹시 결혼까지 할 수도 있습니다. 상황이 좋게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저런 경우를 다 이겨내고 결혼도 미루고 일단 1억을 마련하자 버티면 8년입니다. 그런데 누구는 집 한 채 사두었는데 1년 만에 1억이 올랐답니다. 기분이 어떨까요?
십 년 넘게 고생하여 내 집 마련을 하였습니다. ‘내 집’ 얼마나 기분이 좋습니까? 과장하여 ‘하늘을 날 듯한 기분입니다.’ 그렇게 다가구주택 빌라에 들어왔습니다. 아파트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내 집’이라는 생각에 가장으로서 뿌듯합니다. 장마철 이사를 하였지만 시간이 문제될 것도 없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들어오고 싶었을 것입니다. 자신의 바람이요 온 가족의 희망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들 녀석이 구슬을 가지고 놀면서 발견한 이상한 일, 그리고 이어지는 별난 상황들이 마음을 불안하게 합니다. 그래도 별 일 있겠는가 싶겠지요.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집들이 축하하러 왔습니다. 늦은 밤 몇은 돌아가고 몇은 남아 밤을 지냅니다.
우리가 살면서 당할 수 있는 재난이 있습니다. 자연재해도 있고 사람의 잘못으로 발생하는 소위 인재도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이 이야기의 소재가 됩니다. 이미 많은 영화들이 나왔습니다. 지진과 화산폭발, 홍수나 산불, 전염병이나 화학물질 누출사고, 원전 폭발이나 건물 붕괴,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인한 재난 등등, 하늘에서 땅에서 그리고 바다에서 또는 지하에서 재난은 여기저기 우리가 사는 모든 곳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자연적 재앙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의 탐욕으로 인한 사고나 방심으로 인한 사고 등등 한 해에도 여기저기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아무리 주의를 하고 경계를 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지나면 다시 무뎌지는 것 같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근간 국내 곳곳에서 지반이 무너지고 내려앉는 사고가 빈번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또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재난영화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가족애, 동료애, 인간애입니다. 그리고 보태면 소위 사명감과 자신의 임무수행에 대한 책임감이 빛을 발하기도 합니다. 그 모두가 우리의 감동을 자아냅니다. 평소에 무심히 지나던 사람들이나 일들이 어떤 극단의 상황에서 특이하게 나타나는 것이지요. 물론 어쩌면 평소의 삶에 대한 자세나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 나타나는 것이기도 합니다. 특별한 상황에서 특별하게 비춰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목숨이 걸린 상황이기에 절박하기도 합니다. 나중에 이야기로 다시 들으면 감동을 줍니다.
아침 이미 출근한 사람도 있고 일보려 외출한 사람도 있고 5층 빌라에 남아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커다란 소리가 나면서 집이 흔들리고 땅이 갈라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빌라가 통째로 땅 아래로 들어갑니다. 물론 수직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기우뚱하면서 흔들흔들 푹 떨어졌다가 중간에 걸렸다가 다시 푹 들어가고를 반복합니다. 어디까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집안의 사람들이 갑자기 당하는 이 놀라운 재난에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그렇다고 어떻게 적당한 대응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그냥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면서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떨어지다 집이 땅속 어딘가에 걸려있는 셈입니다.
한편 신고를 받고 119 구조대가 출동합니다. 장마철, 폭우도 예보되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까지 내리면, 그것도 적지 않은 비가 내리면 구조 활동은 더욱 어려워지겠지요. 어느 만치 침하가 되었는지, 사람들이 몇이나 있는지, 그들이 누구인지, 구조가 가능한지, 혹 부상자나 사망자가 있는지 등등 조사도 이루어집니다. 밖에 남아있던 가족들이 몰려와 안절부절, 이 황당한 사건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이름을 부르며, 가족을 찾으며 아우성만 지릅니다. 너무 깊이 빠졌습니다. 그리고 폭우 속에 구조는 더욱 어려워지고 더뎌집니다. 땅속에서는 남은 사람들이 살아남아 지상으로 돌아가려 필사의 노력(?)을 합니다. 구조를 기다리면서도 일단 먹고 살아야 합니다.
재난 이야기입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여러 가지 경우를 보아왔습니다. 그 재난 속에서 빛을 발하는 주제도 알고 있지만 과정 속에서 이야기를 따라가다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태 해오던 방법과 조금은 다른 형식을 취하려 합니다. 무거운 이야기지만 보다 편하게 접하도록 유도하는 듯합니다. 시작부터 그렇게 전개됩니다. 그들이 재난 속에서도 그런 일상을 표현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극적인 전환은 없습니다. 그만큼 감동은 삭감됩니다. 대신 우리가 일반적으로 재난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살고 있음을 느끼게 해줄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동은 없어도 사람들의 오가는 이야기 속에 재미는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들의 현실을 보고 있는 것 같아 공감도 갑니다. 영화 ‘씽크홀’(Sinkhole)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