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는 두 길손이 우연히 새벽길을 함께 가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늙은이였고 한 사람은 젊은이였습니다.
그들이 산고개를 넘으니 큰 기와집 옆에 초라한 초가 집 한 채가 내려다보였습니다.
늙은이가 젊은이에게 물었습니다.
“여보시오, 젊은이, 저 큰 기와집과 그 옆에 작은 초가집 가운데 어느 쪽이 부잣집 같소?”
“늙은이의 물음에 젊은이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하였습니다.”
“그야 물론, 큰 기와집이 부자겠지요.”
“바로 맞추었습니다.”
젊은이는 늙은이를 참 싱거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늙은이는 기와집과 초가집의 굴뚝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저 기와집 굴꾹에선 이른 새벽부터 밥 짓는 연기가 부지런히 피어 오르는데, 게으른 저 초가집은 아직 잠에서조차 깨어나지 않은 모양이구려.”
젊은이는 늙은이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흥, 굴뚝 연기가 어쨌다는 거야? 알 수 없는 말만하는 저 늙은이는 아마 망령이 든 사람인지도 몰라.’
그들은 하루 종일 걸어서 저녁 늦게야 하룻밤 잘 곳을 찾아보았습니다.
그 곳에도 큰 기와집과 작은 초가집이 있었습니다.
기와집은 이미 불이 꺼져 있었고 초가집에서는 막 저녁을 짓고 있었습니다.
“여보시오, 젊은이, 이왕이면 살림이 넉넉한 집에 가서 하룻밤 자고 갑시다. 저 쪽 큰 기와집과 바로 앞에 있는 작은 초가집 가운데 어느 집이 더 넉넉해 보이오?”
“영감님, 저를 바보로 여기십니까? 오늘 새벽에도 똑 같은 물으시더니. 보갓집이 더 넉넉한 것은 뻔한 이치가 아닙니까?“
젊은이는 볼멘 소리로 대꾸했습니다.
”이번에는 바로 맞추지 못했습니다.“
”뭐라고요?“
”이 초가집은 저 기와집보다 알부자랍니다.“
”거참, 얼토당토않은 말씀도 다 하십니다그려. 어째서 초가집이 기와집보다 알부자란 말씀입니까?“
”지금은 비록 겉으로 보기엔 저 초가집이 가난해 보이지만 착실히 저축한 돈으로 멀지 않아 저 기와집을 살 것입니다. 저 기와집은 지금 비록 겉으로는 부잣집처럼 보이지만 빚에 쪼들려 가난하게 될 것입니다.“
”아니, 영감님은 점쟁이십니까? 어떻게 남의 속사정도 모르시고 그렇게 아는 체를 하십니까?“
”한 집안이 잘되고 못됨을 알려면 그 집안의 식사 시간을 보고 알 수 있다오. 대개가 흥하는 집의 아침 밥은 이르며 저녁밥은 늦는 것이 보통이지요. 그만큼 일하는 시간이 길다 보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지 않겠소?“
늙은이의 말에 젊은이는 비로소 자기의 우둔함을 께닫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어르신네. 저의 집안을 일으키는 방법을 가르쳐 주셔서••••••.“
집으로 돌아온 젊은이는 집안을 다스림에 있어서 온식구가 시간을 아껴 부지런히 일하여 큰 부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침 저녁의 이르고 늦음을 봄으로써 그 사람의 집이 잘 되고 못됨을 판단할 수 있다.
예림당) 이야기 명심보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