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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삼척, 그 깊은 시골 산중의 삼무곡 마을에서 정하가 살고 있었어요. 정하는 학교에서 모범생이었으나 그것은 꾸며진 모습이었고, 실재론 지칠 대로 지쳐있었죠. 정하는 자신을 이렇게나 힘들도록 하는 인간관계가 끔찍이도 싫었어요. 가능하기만 하다면 사람은 단 한 명도 살지 않는 그런 세상으로 확 떠나버리고 싶어 했죠. 하지만 정하는 진심으로 그러길 바랬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바램이라고 생각했기에 마음 한구석에 접어둔 채로 지내야 했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정하는 간밤에 책을 읽던 도중 그만 잠에 들었습니다. 마치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깊은 잠이었지요. 그렇게 잠이 든 정하의 옆에는 정하가 읽던 책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그 책의 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죠.
‘오즈의 마법사’
정하는 낯선 풍경 속에서 눈을 떴어요. 푸릇하고 우거진 산중, 한 가운데에서 정하는 몸을 일으켰습니다.
“으……. 여기가 어디지?”
정하는 일어나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분명 삼무곡과 같이 산중 풍경이었지만, 그렇다기에는 묘하게 다른 풍경이었지요. 그러나 이내 정하는 그보다 더 이상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왜 눈높이가 많이 낮아진 것 같지?”
분명 몸을 일으켰음에도 여전히 누워있을 때와 별로 다르지 않은 눈높이에 정하는 당황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의 짧은 팔을 보았어요.
“아……. 나 거북이구나.”
그렇게 거북이 정하는 주위를 둘러보던 중, 나무에 걸려 있는 현판을 발견했습니다.
‘응봉산 삼무채’
“삼무채? 산채라면 산적들 근거지일 텐데?”
거북은 덜컥 겁에 질렸지만, 당장 갈 곳이 없었기에 느릿느릿 삼무채라 써진 방향으로 기어갔습니다.
그렇게 느릿느릿 나아가기를 한참, 갑자기 사납게 생긴 개 한 마리가 나타나서 길을 가로막고 섰습니다.
개가 소리쳤습니다.
“바다의 거북이가 산에는 왠 일이냐!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 산의 주인. 훗날 산적왕이 될 남자다!”
거북은 순간 당황했으나, 이내 개를 살펴보고는 이렇게 말했어요.
“뭐야, 동혁이잖아? 강아지 동혁이네?”
사납게 짖어 대던 개는 깜짝 놀라 이렇게 소리쳤어요.
“무, 무슨 소리야?! 강아지라니! 나는 다 큰 개라고!”
여전히 사납게 짖어 대는 개였지만, 거북은 놀라지 않았어요.
반대로 이렇게 대꾸했지요.
“뭐래, 너 아직 강아지잖아. 그리고 난 바다거북이 아니라 땅거북이거든? 자그마한 강아지가 어디서 자꾸 큰 소리야!”
거북이 큰 소리 치자 개는 결국 꼬리를 내렸어요. 그러곤 사과를 하였습니다.
“미안해. 낯선 거북이가 나타나서 놀라서 그랬어. 나는 강아지라고 해. 친하게 지내자.”
그렇게 거북은 강아지와 친구가 되었어요.
둘은 다시 길을 걸어갔어요. 강아지는 제법 빠르게 달릴 수 있었지만, 거북이 느렸기에 천천히 걸어갔어요. 둘은 친구니까요. 둘은 길을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되었답니다.
두 친구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시 한참을 걸어가다 보니, 길가 한 가운데에 거대한 덤불이 놓여 있는 것이었어요.
강아지가 거북에게 으쓱하며 말했어요.
“내가 재빠르게 덤불 치우는 걸 잘 봐.”
이렇게 말하고는 강아지가 재빠르게 덤불을 향해 달려들었어요. 그러나 큰소리친 와중에 그만 덤불에 부딪히더니 나가떨어져 버리는 거였어요.
“으악!”
“무슨 일이야……?”
덤불이 말했어요.
거북과 강아지는 말하는 덤불에 깜짝 놀랐어요. 그러나 이내 강아지가 덤불을 알아보고는 이렇게 말했어요.
“어? 나무늘보잖아? 너 꼴이 왜 그래?”
그러자 덤불이 움직이더니 고개를 돌렸습니다.
거북이 말했어요.
“어? 한희잖아?”
나무늘보가 말했어요.
“안녕……, 강아지야. 덤불 사이를 지나다가 그만 잠에 들어 버려서 이렇게 됐어……. 그보다 옆에 거북이 있네?”
“아, 내가 새로 사귄 친구야. 나랑 같이 길을 가고 있어.”
강아지가 말했어요.
그렇게 거북과 나무늘보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셋은 나란히 길을 나섰어요. 강아지는 빨랐고, 나무늘보는 엄청 느렸지만, 그보다 거북이 더 느렸기에 세 친구는 나란히 거북의 속도에 맞춰 걸어갔어요.
나무늘보는 삼무채에 대해서도 말해줬어요.
“삼무채는 산양 어르신이 산에 사는……. 쿠울……. 동물들을 위해 만든 곳이지. 우리는 산적이 아니야. 그냥 산에서 지내는 동물들이지.”
“그러면 왜 채라고 부르는 거야?”
“그건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이야. 사람들은 자기가 모르는 건 모두 안 좋은 거로 생각하지…….”
그러던 중 지금 삼무채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까지 듣게 되었어요.
“우리는 지금 삼무채의 큰 어른이신……. 쿨, 산양이 준 화두를 가지고 걷고 있는 거야……. 산양은 ‘다투지 않는 것이 실력이다’는 말만 남기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버리셨지. 우리는 각자 문제를 가지고 숨 쉬는 땅에 있는 산양 께…… 가는 중이야……. 산양은 신통해서 동물들의 고민을 잘 해결해 주거든…….”
나무늘보의 말은 느릿느릿 했어요. 그리고 말하는 도중에도 자꾸 졸 정도로 잠이 많았어요. 거북은 그런 나무늘보를 보고 스스로 입 하나만큼은 약삭빠른 것에 감사했지요.
거북이 말했어요.
“그러면 너희는 모두 각자만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거야?”
“응. 나는 항상 성질 때문에 일을 망칠 때가 많아. 그래서 나는 마음에 강 같은 평화를 가지고 싶어.”
“나는 항상 산양의 수업을 듣고 싶은데도 잠이 많고 속도가 느려서 수업을 듣지 못했지. 지금도 몸이 느려서 길을 거의 가질 못했어……. 쿠울……. 그래서 나는 맑은 정신을 가지고 싶어.”
강아지와 나무늘보가 말했어요.
그렇게 세 친구는 열심히 길을 걸었습니다. 셋이 되니까 둘일 때보다 더 즐거웠어요. 세 친구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더욱 가까워졌어요.
세 친구들은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잠이 든 토끼를 만났어요. 토끼는 아주 곤히 잠들어 있었죠. 그런 토끼를 나무늘보가 깨웠어요.
“토끼야……. 일어나……. 산양한테 가야지.”
“으웅……, 나무늘보구나. 벌써 여기까지 왔네.”
“내가 많이 온 게 아니라 네가 조금 온 거야 토끼야.”
이 말에 갑자기 잠을 자던 토끼가 벌떡 일어서더니, 대뜸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어요.
“뭐래, 내가 마음만 먹으면 이미 진작에 산양 께 도착했을 거거든? 야, 거기 거북이. 너 같은 건 내가 다리 몇 번만 튀기면 금세 제칠 수 있어. 그러니까 잠깐 쉬고 있는 것 뿐이야!”
자기를 무시하는 듯한 토끼의 말에 거북은 마음에 상처를 입었어요. 그러나 지지 않고 이렇게 대꾸했죠.
“흥, 딱 보니까 토끼 주제에 별로 빨라 보이지도 않는데, 네가 그렇게 빠르면 나랑 달리기 경주를 하자!”
토끼는 큰 소리 치는 거북이에 당황했어요. 그러나 절대 지지 않았지요.
“흥, 그래 봤자 거북이 주제에. 좋아, 붙어보자!”
그렇게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가 시작되었습니다.
강아지가 심판이 돼서 시작을 해줬어요.
“준비, 땅!”
강아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북이는 온 힘을 다해 달려 나갔어요. 정말 열심히 기어갔지만, 사실 거북은 마음 한편으로 알고 있었어요. 실제로 거북이는 토끼의 달리기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을요. 그래서 슬픈 마음으로 달려 나가기를 한참. 문득 거북이는 이상함을 느꼈어요. 여전히 어마어마하게 느린 자신보다, 오히려 토끼가 더 뒤에서 달려오고 있는 것이었어요.
토끼는 그만 달리다 말고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어요.
“엉엉, 사실 나는 다른 토끼들보다 다리가 짧아서 달리기를 잘 하지 못해……. 그치만 내가 느린 토끼라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살면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달려본 적이 없어, 엉엉엉…….”
그렇게 경주의 승자는 거북이가 되었어요. 그렇지만 거북은 경주에서 이겼음에도 기뻐하지 않고, 슬퍼하는 토끼를 위로해 줬어요. 그렇게 거북이와 토끼는 친구가 되었어요.
다시 네 친구는 열심히 길을 걸었습니다. 넷이 되니까 셋일 때보다 더 즐거웠어요. 네 친구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더욱 가까워졌어요.
네 친구가 길을 걸어가던 와중, 수풀 속에 숨겨진 계곡을 발견했어요. 이에 강아지가 날아갈 듯이 기뻐하며 곧장 계곡물로 풍덩 뛰어들었죠. 다른 친구들도 뒤뚱뒤뚱 걸어가서 계곡물에 몸을 담갔어요. 거북은 물을 몹시 좋아했고, 나무늘보는 물 위에 둥둥 떠다녔으며, 토끼는 물에 발만 담그고 있었어요. 그렇게 다 함께 하하 호호 웃으며 놀고 있을 때였어요.
“어? 저기 고양이가 지나간다!”
토끼의 말에 모두 토끼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봤어요. 그러자 정말 고양이의 모습이 수풀 사이로 보이는 것이었어요.
“우와, 산에도 고양이가 사는구나.”
거북이 그렇게 놀라 하던 와중, 고양이가 수풀을 걷고 모습이 잘 보이는 곳으로 나왔어요. 그러나 제대로 살펴보니 고양이가 아니라 수달이었어요.
수달이 친구들에게 말했어요.
“안녕 얘들아. 나도 같이 놀아도 되겠니?”
동물 친구들은 고양이의 정체에 깜짝 놀랐어요.
그러나 이내 강아지가 이렇게 말했어요.
“물론이지 수달아. 어서 들어와! 같이 놀자!”
동물 친구들은 새 친구를 반겼어요. 그러나 왜인지 수달은 주춤하는 것이었어요.
수달이 말했어요.
“난……. 사실 수영을 하지 못하는 수달이야.”
동물 친구들은 다시 한번 깜짝 놀랐어요.
토끼가 말했어요.
“세상에 수영 못하는 수달이 어딨어? 어서 들어와!”
“……난 물이 너무 무서워. 그래서 수달 친구들이 물에서 수영하고 놀 때도 나는 물에 들어가지 못했어…….”
여전히 수달이 주춤하자, 동물 친구들은 할 말을 찾을 수 없었어요.
그러다가 이내 토끼가 이렇게 말했어요.
“물을 무서워 할 필요 없어. 사실은 나도 너와 같이 다리가 짧아서 토끼 친구들과 같이 달려보지 못했는데, 그래서 나는 남 신경 안 쓰고 달려보는 게 소원이야. 너는?”
“……나도 두려움을 이겨낼 용기를 가지고 싶어.”
“좋아, 그러면 내가 같이 들어가 줄게. 위험하면 친구들이 널 도와줄 거야.”
토끼가 이렇게 말하자, 수달은 용기를 내서 토끼와 함께 물로 뛰어들었어요. 처음에는 토끼와 수달 모두 허우적거렸지만, 옆에서 거북과 강아지가 잘 잡아주자 금세 신나서 놀기 시작했어요. 특히 수달은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물 만난 수달이 되어서 정말 신나게 놀았습니다. 이렇게 거북과 수달은 친구가 되었어요.
그렇게 다섯 친구는 열심히 길을 걸었습니다. 다섯이 되니까 넷일 때보다 더 즐거웠어요. 다섯 친구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더욱 가까워졌어요.
다섯 친구는 한참 동안 길을 걸었습니다. 모두 무리에서 가장 느린 거북이의 발걸음에 맞춰 걸어주었어요. 그래서 거북은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었어요.
그렇게 제법 먼 길을 걸어왔을 때, 문득 우거진 수풀에서 동물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산양 같았죠. 이에 친구들은 드디어 산양 께 도착했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드디어 숨 쉬는 땅에 도착했나 봐!”
“이제 소원을 이룰 수 있겠어!”
파스스스스스스.
푸드득 푸득 푸드드드득.
친구들이 한참 동안 좋아하는 와중에도 수풀은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수풀에서 동물이 튀어나왔습니다. 큰 덩치에 기다란 목을 가진 동물. 그러나 다섯 친구들의 기대와는 달리, 수풀에서 모습을 들어낸 동물은 고라니였어요.
“어?”
“고라니네.”
친구들은 아쉬워했어요. 마침내 산양 께 도착한 줄 알고 좋아했는데, 뜬금없이 왠 고라니가 나타났으니 말이에요.
그러나 자신을 보고 아쉬워하는 친구들의 모습에, 그만 고라니는 상처를 받아서 이렇게 소리쳤어요.
“감히 이 몸이 등장했는데 아쉬워해?! 하나 같이 자그마한 것들이.”
자기들을 몰아붙이는 고라니의 말에, 친구들은 입을 모아 고라니를 공격하는 말들을 내뱉었어요.
“네가 뭔데 잘난 척이야?!”
“콱 물어버릴 테다!”
“너만 성격 사납냐?”
여섯 친구들의 사나운 말에 고라니는 주춤했어요. 그러나 지지 않고 소리쳤어요.
“흥, 내가 제일 세!”
그렇게 친구들이 자꾸만 나쁜 말들을 주고받자, 보다 못한 거북이가 친구들을 말렸어요.
“그만해. 어차피 우리 모두 각자 문제를 가지고 산양 께 가는 길이잖아. 서로가 서로의 문제를 공격해서 좋을 것 없다고 생각해.”
““알겠어.””
그렇게 잠시 다투었던 친구들은 서로 화해했어요. 그러고는 다툰 사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금방 친하게 지내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여섯 친구는 열심히 길을 걸었습니다. 여섯이 되니까 다섯일 때보다 더 즐거웠어요. 여섯 친구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더욱 가까워졌어요.
여섯 친구들이 길을 걷고 있었어요. 어느새 주변에는 거대한 밤나무들이 가득했어요.
토끼가 말했어요.
“우와! 여기 밤이 많이 떨어져 있어. 어서 주워먹자!”
마침 철이 맞아 숲에는 잘 익은 밤톨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고, 덕분에 동물 친구들은 맛있는 밤을 주워 먹으며 하하호호 웃고 떠들고 있었어요.
그런데 문득, 맛있게 밤을 주워먹고 있던 수달이 비명을 지르는 것이었어요.
“으악!”
동물 친구들은 깜짝 놀라 먹던 밤을 던져두고 수달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어요.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여기…… 이 나무가 말을 해.”
그러면서 수달은 한 나무를 가리켰어요. 친구들이 수달이 가리킨 방향을 살피자, 놀랍게도 그곳에는 얼굴이 파여있는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것이었어요.
나무가 동물 친구들에게 인사를 건냈어요.
“안녕? 만나서 반가워. 나는 밤나무라고 해.”
친구들은 당황했으나, 인사를 받았기 때문에 마주 인사를 건냈습니다.
“안녕 밤나무야. 만나서 반가워.”
밤나무가 인사하자 친구들이 마주 인사했습니다. 그러자 밤나무는 신기하다는 듯 친구들을 쳐다봤어요. 이에 친구들도 밤나무를 신기해하며 쳐다봤죠.
거북이 물었어요.
“밤나무야. 너는 왜 얼굴이 있는 거니?”
거북이 묻자 밤나무는 신나서 대답했어요.
“원래는 나도 평범한 나무였는데, 어느 날 여길 지나가던 산양 한 마리가 항상 맛있는 밤을 줘서 고맙다며 얼굴을 깎아줬어. 그 이후로 다른 동물을 보는 건 너희가 처음이야. 되게 아름답다.”
친구들은 밤나무의 이야기를 들으며 밤나무가 말하는 산양이 산양 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때 고라니가 밤나무에게 물었어요.
“그런데 너는 몸통이 없어서 불편하지 않아?”
“맞아. 얼굴이 생겨서 볼 수도 있고, 들을 수도 있어서 좋기는 한데 몸도 생겼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가 만들어 줄게.”
이렇게 말하고 고라니는 끌과 망치를 쥐고서 밤나무의 몸을 깎아줬어요. 친구들은 주위에 둘러앉아 그 모습을 구경했어요. 고라니는 마치 자신의 몸을 깎듯이 집중해서 밤나무의 몸을 깎았습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고라니가 밤나무의 몸통을 깎아내자, 마침내 밤나무에게는 몸통이 생겼어요. 두꺼웠던 두 줄기 가지는 두 팔이 되었고, 땅속 깊숙이 박혀있던 두 뿌리는 두 다리가 되었지요.
새롭게 몸통이 생긴 밤나무는 몹시 기뻐했습니다.
“오, 나 이제 장승 됐다. 고마워 고라니.”
“아니야. 나한테도 의미 있는 일이었어. 나는 남들한테 휘둘리지 않기 위해 항상 강한 모습으로 살았었어. 그래서 나는 진짜 내 모습을 찾고 싶었는데, 장승을 깎는 동안에는 분명 진짜 내 모습으로 깎았던 것 같아. 고마워.”
“그래. 나는 그냥 너희들이랑 같이 다니고 싶어.”
그렇게 말하는 밤나무 장승에게, 거북이 답했어요.
“좋아.”
이렇게 거북과 밤나무 장승은 친구가 되었어요.
그렇게 일곱 친구는 열심히 길을 걸었습니다. 일곱이 되니까 여섯일 때보다 더 즐거웠어요. 일곱 친구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더욱 가까워졌어요.
어느 정도 더 길을 걷고 보니 이번에는 참나무 숲에 들어섰어요.
나무늘보가 말했어요.
“우와……. 여기는 다람쥐들이 참 많구나.”
나무늘보의 말대로 참나무 숲에는 다람쥐들이 정말 많이 있었어요. 어딜 돌아봐도 온통 다람쥐 천지였거든요. 그런데 유독 다람쥐들이 많이 모여 있는 참나무가 한 그루 있었어요. 조그마한 다람쥐들이 나무 아래 옹기종기 모여들어 다 같이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친구들은 신기해하며 다람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어요.
가까이 다가가자, 어떤 말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어요.
거북이 귀 기울이자 내용이 들렸어요.
“……그러므로 다람쥐들아. 너희가 땅에 심은 도톨이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선 너희가 더 똑똑해져야 돼. 똑똑해야지 더 잘 살아갈 수 있단다…….”
친구들이 참나무에 가까이 다가가 말소리가 나오는 곳을 살펴보니, 그곳에는 밤나무 장승이 그랬던 것처럼 얼굴 모양이 깎여 있었습니다.
그 얼굴이 말했어요.
“음! 산양 의 제자들이군! 그래, 그대들은 무슨 일로 이 참나무 숲을 찾았어?”
이에 강아지가 놀라 물었어요.
“맞아. 우리는 산양 을 찾아 길을 걷다가 우연히 이 숲을 지나게 됐어. 그런데 우리가 누군지 어떻게 알았어?”
“오래전에 산양 이 내 얼굴을 깎아줬지. 덕분에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게 되었지만, 덩달아 생각도 많아졌어. 나는 온 산을 돌아다니는 다람쥐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마어마한 양의 지식을 쌓았어. 아마 이 산에서 가장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건 나일 테야. 그러나 정작 지혜가 뭔지는 모르겠더군. 그러니 내 몸을 깎아줘. 나도 너희를 따라 산양 께 찾아가서 묻고 싶어. 지혜가 뭔지 말이야.”
그렇게 고라니가 참나무의 몸을 깎아줬고, 참나무는 장승이 되어 새로운 친구가 되었어요. 참나무 장승은 산에 대한 지식이 많았기 때문에, 참나무 장승이 들려주는 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즐거웠답니다.
그렇게 여덟 친구는 열심히 길을 걸었습니다. 여덟이 되니까 일곱일 때보다 더 즐거웠어요. 여덟 친구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더욱 가까워졌어요.
여덟 친구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길을 걷고 있으니, 어느새 해가 지고 어둑어둑한 밤이 찾아왔어요. 모든 삼짐승들이 잠에 들 밤이 찾아왔으니, 동물 친구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잘 자리를 찾아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그때, 심장이 철렁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울음소리가 들려왔어요. 잠에 든 산 전체가 깜짝 놀랄 정도의 우렁찬 울림이었죠. 이에 잘 준비를 하던 동물 친구들도 깜짝 놀라서 벌벌 떨었어요.
토끼가 말했어요.
“호…… 호랑이 울음이야!”
토끼가 겁에 질려 소리치자 덩달아 동물 친구들도 더욱 겁에 질렸어요.
그렇게 여덟 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들어 주변 어둠에서 눈을 때지 않고 있던 그때, 저 멀리 어둠에서 성큼성큼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어요. 조용하지만 기운찬, 잘 갈무리되어 있는 포식자의 발자국 소리였어요.
동물 친구들은 더더욱 겁에 질려 모여들었어요. 천천히 다가오는 소리의 주인이 이윽고 어둠에서 나타났을 때, 맙소사! 정말 거대한 크기의 호랑이가 모습을 드러냈어요. 무시무시하고, 포악하게 생긴 호랑이는 여덟 친구들을 발견하고 서서히 몸을 일으키더니, 이내 어흥! 무시무시한 울음소리를 토해내고는 이렇게 말했어요.
“음,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동물들이군. 그런데 한 녀석이면 오늘 저녁 식사는 충분히 배부를 듯한데, 내가 특별히 기회를 주지. 너희들 중 한 녀석만 희생한다면 다른 녀석들은 모두 살려주지. 만약 한 녀석도 내주지 않는다면 내가 너희들을 모조리 잡아 먹어버릴 테다!”
호랑이의 무시무시한 소리에 친구들은 서로를 돌아보았어요. 눈앞의 호랑이가 너무나도 무서웠지만, 소중한 친구를 호랑이의 먹이로 줄 수는 없었거든요.
그때, 참나무 장승이 꾀를 내었어요. 참나무 장승은 호랑이가 몹시 무서웠지만, 그래도 자신의 소중한 친구들을 위해 용기를 내어 앞으로 섰어요.
그러고는 참나무 장승이 호랑이에게 말했어요.
“호랑아, 대신 우리와 내기를 하나 하자꾸나. 네가 정말 포식자라면 뭐든지 잡아먹을 수 있겠지?”
참나무 장승의 물음에 호랑이가 답했어요.
“음, 물론이지. 내가 잡아먹지 못하는 건 없어.”
“좋아. 그러면 우리가 한 명을 내어줄게. 대신, 네가 그 한 명을 잡아먹지 못한다면 우리를 모두 보내줘. 만약 네가 잡아먹는다면 우리 모두가 제 발로 네 밥이 되어줄게.”
“음, 좋아. 나로선 손해볼 게 없구나. 왜냐면 무조건 내가 잡아먹을 테니까!”
기세등등한 호랑이의 모습에 동물 친구들은 두려움에 떨었어요. 그러나 친구인 참나무 장승을 믿었어요.
그렇게 내기가 시작되었고, 참나무 장승은 호랑이에게 자기 자신을 먹이로 내어줬어요. 호랑이는 단단해 보이는 참나무 장승의 모습에 당황했으나 이내 힘찬 울음을 토해내며 기세 좋게 참나무 장승을 깨물었어요.
“어흥!”
그러나 튼튼한 참나무 장승은 상처 하나 나지 않았고, 오히려 기세 좋던 호랑이의 이빨들이 모두 빠져버렸어요.
후두두둑!
“아야!”
호랑이가 비명을 질렀어요. 이빨이 모두 빠져버리니 너무나 아팠거든요.
그러나 자신의 소중한 이빨이 모두 빠진 것에 분노하여, 정정당당한 내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리쳤어요.
“어흥! 그냥 너희들을 다 잡아 먹어버릴 테다!”
그러고는 대뜸 동물 친구들에게 달려드는 것이었어요. 이에 동물 친구들은 놀라서 벌벌 떨었지만, 그래도 굴하지 않고 호랑이에게 맞서 싸웠어요.
그렇게 동물 친구들이 다 같이 호랑이에게 맞서 싸우자, 산만하던 호랑이가 이내 울음을 터트렸어요.
“엉엉엉! 그만, 그만 때려! 아파!”
쩌렁쩌렁 눈물을 터트리는 호랑이의 모습에 동물 친구들은 당황해서 공격을 멈췄어요. 그리고 호랑이에게서 떨어지니까, 이내 호랑이가 훌쩍거리며 말했어요.
“흑, 흑. 사실은 너흴 잡아먹을 생각 같은 건 없었어…….”
갑작스러운 소리에 토끼가 소리쳤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우릴 잡아먹으려고 달려들어 놓고선, 이제 와서 잡아먹을 생각이 없었다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진짜야……. 난 누굴 헤칠 만큼 용기가 있지도 않다고……. 한밤중에 갑자기 너희들이 내 구역에 들어와서 나도 무서워서 그런 거야…….”
동물 친구들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어요. 집채만 한 호랑이가 사실은 겁쟁이라니. 동물 친구들이 어이 없어 하던 와중, 거북이가 먼저 나서서 호랑이에게 말했어요.
“호랑아, 그러면 우리랑 같이 숨 쉬는 땅에 가지 않을래? 우리는 무슨 문제든 해결해 주시는 산양 께 가고 있어. 어쩌면 네 문제도 산양 선생님께서 해결해 주실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흑……. 흑……. 정말 같이 가도 돼?”
호랑이의 물음에 친구들이 다 같이 대답했다.
“당연하지!”
그렇게 거북이와 호랑이는 친구가 되었어요. 덩치가 집채만 하고 무시무시한 친구였지만, 거북은 그런 호랑이에게도 말을 걸고 금세 친해졌어요. 덕분에 호랑이도 어려움 없이 금방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었어요.
그렇게 아홉 친구는 열심히 길을 걸었습니다. 아홉이 되니까 여덟일 때보다 더 즐거웠어요. 아홉 친구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더욱 가까워졌어요.
그 후로도 아홉 친구들은 오랫동안 길을 걸어, 마침내 숨 쉬는 땅에 도착했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를 모험 끝에 도착하였기에, 친구들은 즐거웠던 모험이 끝난 것에 마음 한구석으로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지요.
아홉 친구들은 산양 이 머무르고 계실 숨 쉬는 땅의 중앙에 있는 꿈 꾸는 집에 들어갔어요.
문 앞에 선 거북은 심호흡한 후, 문을 세 번 두들겼어요.
똑……. 똑……. 똑…….
그러나 문을 두드리고 한참 기다렸음에도 문은 열리지 않았어요.
강아지가 말했어요.
“안에 아무도 없는 거 아니야?”
그러고 강아지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문은 잠겨 있지 않았고, 강아지의 말대로 꿈꾸는 집 안에는 아무도 있지 않았어요. 이에 친구들은 모두 당황했어요.
“뭐야?”
“산양이 어디 가셨지?”
모두가 당황해 우왕좌왕하는 사이, 거북이 말했어요.
“얘들아 일단 기다려 보자.”
그렇게 친구들은 꿈꾸는 집 중앙에 둘러앉아 산양 을 기다리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가만히 앉아 기다리기엔 지루했기에, 친구들은 잡담을 떨며 시간을 보냈어요. 모험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듣기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친구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며 말이에요.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산양 이 돌아왔어요.
이 꿈꾸는 집 안으로 들어오자, 친구들이 일어서서 을 반겼어요. 산양은 친구들의 인사를 일일이 받아주시고는, 모두 자리에 앉히고 물었어요.
“잘 왔구나. 그래, 각자 묻고 싶은 게 있을 테지. 먼저 거북부터 물어봐라.”
산양의 말을 듣고 보니, 문득 정하는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래서 정하는 자신의 순서를 뒤로 밀었어요.
산양은 강아지에게 물었어요.
“너는 무엇이 묻고 싶냐.”
“어떻게 하면 마음에 안정을 얻을 수 있을까요?”
그 이후론 모두 자신의 물음을 여쭈었다.
“어떻게 하면 맑은 정신을 가질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남 신경 안 쓰고 달릴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두려움을 이겨낼 용기를 얻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요?”
“난 그냥 재밌었다.”
“어떻게 하면 진정한 지혜를 얻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친구들과 마음 놓고 지낼 수 있을까요?”
그렇게 모든 친구들이 자신의 물음을 물었고, 산양은 이에 대하 답을 들려주셨다.
“너희들은 모두 모험을 잘 해왔다. 아마 너희들의 물음에 대한 대답은 각자 모험 중에 얻었을 거야. 강아지는 모험을 통해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고, 나무늘보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모험 동안 한 번도 잠들지 않고 즐기며 왔어. 토끼는 기꺼이 수달을 도와줬고, 수달은 용기 내서 계곡물에 뛰어들었고, 고라니는 장승을 깎으면서 자신의 순수한 모습을 발견했어. 밤나무 장승은…… 잘했다! 그리고 참나무 장승은 친구들을 위해 너의 지식을 사용했고, 호랑이는 좋은 친구들을 만나 포식자가 아니라 친구로서 사람 사귀는 법을 배웠어. 응, 모두 잘 했다. 아무래도 진짜 다투지 않는 실력을 깨우친 듯하구나.”
이렇게 산양이 말을 마치고 나자, 친구들이 모두 웃고 있었어요. 그리고 웃음이 끝날 즈음에 산양은 거북을 바라보며 말했어요.
“그리고 거북은 무엇을 묻고 싶으냐?"
거북이 물었어요.
"……사람은 왜 사나요?"
이제 동물 친구는 모두 거북과 산양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모두가 정하의 물음을 듣고, 이제 산양 의 대답에 귀 기울이고 있었죠. 거북은 덩달아 긴장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과연 산양이 뭐라고 답할지, 몹시 궁금했어요.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산양은 입을 열었어요.
"사람이 사는 이유는……."
정하는 잠에서 깨어났어요. 매일 아침 눈을 뜨던 침상, 삼무곡 청소년 마을의 자신에 자리였어요. 정하는 부스스한 몸을 일으켜, 지난밤에 꾼 꿈에 대해 떠올려 보았어요. 왜인지 몸은 피곤했으나 머리는 맑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렇게 아침을 맞이하던 와중, 정하는 문득 침상 한구석에 널브러져 있는 책을 발견했어요.
‘오즈의 마법사’
정하가 잠에 들기 전까지 읽고 있던 책이었어요. 정하는 다시 지난밤에 꾸었던 꿈을 떠올리며, 마지막으로 산양 선생님이 거북에게 물었던 것을 생각했어요. 분명 꿈속에서 자신은 거북이 되어서 모험을 떠났지만, 정작 산양 이 거북의 질문에 답했던 내용을 떠올릴 수 없었어요.
문득 정하는 자신이 일어난 현실 세상을 떠올렸어요. 자신이 싫어하는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 매일 같이 인간관계에 치이며 살아가야 하고, 무엇보다 그 관계 속에서 모자란 모습으로 있는 나를 마주해야 하는 세상. 정하에게 현실 세상은 그리 반가운 세상이 아니었어요. 그랬기에 정하는 꿈속에서 사귄 동물 친구들이 그리웠어요.
그렇게 아쉬움에 젖어있던 와중, 문득 정하가 시간을 살펴보자 10시 30분이었어요. 정하는 깜짝 놀라 재빨리 이불을 걷어 양말을 신고, 안경을 끼고, 외투를 입고서 방 밖으로 뛰쳐나왔어요. 그러고 본관으로 달려갔죠. 그러면서도 이런 상황에 영 불만을 품고 있었어요. 10시 30분에 일어난 상황과,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다급히 본관으로 달려가는 자신에 대한 불만.
그렇게 정하가 본관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익숙한 풍경이 정하를 반겼어요. 매일 보는 친구들, 현곡쌤.
“죄송합니다.”
정하는 누구에게 건내는지도 모를 사과를 건내고 자기 자리로 갔어요. 자리로 가고 있는 정하를 보고서 웃는 사람도 있었고, 아무 말 안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사실 정하는 알고 있었어요. 동물만 나온 꿈을 꾼 건 자신이 그러기 바랬기 때문이고, 그곳에서 모두가 행복한 것은 꿈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요. 그렇기 때문에 꿈의 마지막에서 거북이 산양에게 물었던 질문에 대한 대답도, 원래 들을 수 없었다는 걸 정하는 잘 알았어요.
정하는 자리에 앉으며 자신의 평범한 일상에 합석했어요. 그러곤 흐릿흐릿한 현실 세계를 살아가기 시작했어요. 언제나 그랬듯. 길었던 꿈 또한 평범한 매일 밤의 꿈 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죠.
그러던 중, 정하는 문득 이런 일상의 풍경을 눈에 담았어요. 햇살이 드는 본관과, 앞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현곡. 그런 현곡의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과, 딴짓하는 아이들. 그리고 이런 풍경을 살펴보는 나의 마음까지. 이런 일상의 풍경을 눈에 담으며, 정하는 거북의 물음에 대한 산양의 대답이 과연 무엇이었을지 알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 대답은, 모두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답니다.
거북 : 정하
개 : 동혁
나무늘보 : 한희
토끼 : 윤하
수달 : 하린
고라니 : 금조
밤나무 장승 : 주환
참나무 장승 : 현서
호랑이 : 이내
산양 : 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