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는 태풍에도 서핑을 하러 나가는 종족들이 있다. 그런 서퍼들을 구경하고 싶었던 제주도민 한희가 있다. 태풍이 섬 전체를 날려버릴 것만 같은 날, 한희는 겁도 없이 바닷가로 나섰다.
“우와! 진짜 멋있다.”
한희는 거센 바람에 힘겹게 몸을 지탱하며 서퍼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때!
“으아아악, 살려 줘!!!”
태풍에 휘말린 한희는 의식을 잃고 말았고, 눈을 떴을 땐 이상한 동물 둘이서 자신을 구경 중이었다.
“야, 저거 사람이야?”
“사람은 하늘에서 떨어질 수 있는 건가?”
“이거 뭐... 건국 신화 그런 거 아니야???”
한희는 놀라 자빠졌다.
“동물이 말한다!!!!”
“으악, 사람이 말한다!!!!!”
“야야야야, 도망가”
한희는 도망가는 동물들을 바로 쫓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다시 돌아가려는 그때, 아까 자신을 구경하던 강아지가 벌벌 떠는 것이 보였다.
“미안. 죽이지만 말아 줘....”
강아지는 계속 겁에 질려 있었다.
“너 이름이 뭐야?”
“내 이름은 이내야.”
“아하… 여기는 뭐 하는 곳이야?”
“여… 여기는 생태계를 위해 세운 나라인데....”
이내는 이곳이 특이한 동물들이 인간을 피해 살고 있는 나라라고 했다.
”나가는 방법은 없어?“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궁전으로 가면 방법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 궁전으로 가자! 길이 어디야?”
“그건 나도 모르는데…”
“내가 알려 줄게!”
그때, 갑자기 아까 이내와 함께 한희를 구경하던 이상한 동물이 나타났다.
“뭐야?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나는 투명 카멜레온이야. 이름은 윤하.“
윤하는 몸 색을 바꾸는 카멜레온과 달리,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숨으려고 하다 보니 각성해서 투명해질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 투명 카멜레온이었다. 한희는 너무 놀라웠지만 조급한 마음에 말했다.
“빨리 궁전으로 출발하자.”
셋은 윤하를 따라 궁전으로 출발했다. 그 자리에는 한희가 날아올 때부터 셋을 지켜보고 있던 의심 많은 늑대, 금조가 있었다.
‘저 생명체는 뭐지? 인간? 인간은 출입이 불가하지 않나? 그럼 윤하 누나랑 이내 누나는 우리를 배신한 건가?’
금조는 셋이 나라를 망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건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불안해. 안 되겠어. 세 명을 쫓아가 보자!’
한희, 이내, 윤하 셋이 궁전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굵은 나무들이 울창하게 서 있었다. 그때, 나무 뒤에서 하얀 괴물이 나타났다. 하얀 괴물은 외지인인 한희를 향해 경계심을 품고 있었다.
“뭐야, 북극곰이잖아?”
나타난 하얀 생명체는 괴물이 아니라 이족보행 하는 북극곰이었다.
‘여기 애들은 다 왜 이래??’
이내와 윤하가 북극곰의 경계심을 늦추려 말했다.
“동혁아, 괜찮아. 우리 해치러 온 사람은 아니야.”
얼떨결에 넷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동혁은 북극에서 형제들과 함께 지내던 중에 지구온난화로 점점 좁아지는 빙판에서 살아남으려 이족보행을 연습했다고 한다. 동혁은 처음 보는 사람을 신기해했고 궁전까지 함께 가기로 했다.
‘뭐야? 동혁이 형이잖아! 형이 어떻게 우리를 배신할 수가 있어! 거짓말... 저 사람은 사기꾼이 분명해!’
아무도 금조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한 채였다.
한희와 동물 삼인방이 발걸음을 옮기던 중,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사람은 뭐야?”
“으악! 뭐야, 어디서 난 소리야?”
“어, 정하 형이다. 형 오랜만이야.”
한희는 두리번거렸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또 투명 카멜레온인가? 생각했다.
“안녕. 내 이름은 정하, 나는 생각만 존재해.”
정하는 원래 보노보라는 가장 똑똑한 동물이었다고 한다. 인간들에게 언어학습 실험을 받다,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몸이 사라지고 생각 자체로 변해버렸다고 한다.
“정하야, 궁전으로 가면 다시 몸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좋은 생각이다! 나도 같이 갈래.”
다시 궁전으로 향하려는 때, 전갈이 나타났다.
“으악, 전갈이다!!!! 독침에 맞으면 죽는 거 아니야?”
한희는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바로 뒤에 있던 투명 카멜레온에 부딪혀 넘어졌다.
“어? 주환이도 있었네?”
“Hi.”
한희는 무섭고 걱정되었지만 이내, 윤하, 동혁 모두 평온해 보였다. 이름이 주환이라는 전갈은 데스스토커라는 종, 벌 정도의 약한 독을 가진 대부분 전갈과 달리 전갈치고는 치명적인 맹독성 전갈이었다. 한희는 다시 도망가려고 했지만, 윤하가 한희를 다시 앉히고는 더 들어 보라고 했다.
“나는 독침이 없어졌어.”
궁전으로 가면 새로운 독침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정하의 생각에 주환도 함께 궁전으로 향했다.
걷는데 뒤에서 자꾸만 꽥꽥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인가 하고 뒤돌아보니 오리가 있었다.
“하린이도 왔구나!”
“얘는 친구를 엄청 좋아해서 이렇게 자주 따라다녀. 특별한 점은 없지만, 우리가 다 같이 이 나라로 떠난다 했을 때 가지 말라며 울다가 결국 같이 왔어.”
“꽥꽥”
태풍을 타고 날아온 한희, 겁쟁이 강아지 이내, 투명 카멜레온 윤하, 이족보행 북극곰 동혁, 생각이 된 보노보 정하, 독침 잃은 전갈 주환, 오리 하린은 궁전에 거의 다다랐다.
“근데 금조는 언제까지 숨어 있을 거야?”
정하가 말했다. 그들을 몰래 지켜보고 있던 의심 많은 늑대 금조는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았지...?’
금조는 한희를 의심하고 계속 따라왔지만, 오는 길에 한희가 나라를 망치러 온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처음 봤을 때 나쁜 사람인 줄 알고 의심돼서 몰래 따라왔어...”
“바보야, 너는 의심이 너무 많아. 너도 같이 궁전으로 가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여쭤보자!”
정하의 말에 금조는 같이 궁전에 가기로 했다. 궁전 대문이 코앞이었다. 동혁이 궁전 대문에 노크를 했다.
“아악! 아프잖아. 좀 살살해.”
여덟 명(마리?) 모두 얼어붙었다. 이게 뭐지??
“너희 어떻게 온 거야?”
“으악 대문이 말한다!!!!!!!”
모두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궁전 대문 현서는 ‘말 좀 할 수도 있지...’ 하며 억울해했다. 현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단풍나무였는데, 도끼에 맞을 때 입은 잘리지 않아서 말을 할 수 있었다. 한 번만이라도 다시 단풍 옷을 입고 단풍을 내리는 것이 소원이라고 한다.
“우리도 각자 사정이 있어서 여기까지 왔어. 왕에게 부탁할 거야.”
“좋아, 대문을 열어 줄게. 대신 나도 같이 갈래. 저 나사 좀 풀어 줘.”
한희와 동물들은 현서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풀어 준 뒤, 모두 궁전 안으로 들어갔다. 궁전 안에는 왕이 벌벌 떨고 있었다.
‘뭐지?’
왕이 뒤를 돌아보자 몇 동물들은 경악했다. 바로 자신들에게 해를 끼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말을 꺼낸 건 하린이었다.
“저 사람이 내 털로 옷을 만들었어!”
다음은 이내
“전에 저 사람이 나를 이상한 곳에 가뒀어!!”
다음은 윤하
“저 사람이 나를 계속 추궁해서 자꾸만 도망치고 싶었어!”
다음에는 정하가
“나한테 언어실험을 했던 사람이 저 사람이야!”
그리고 주환이
“저 사람이 내 독침을 뺏어갔어!”
금조
“내가 의심이 는 건 저 사람이 나한테 자꾸 거짓말하고 사기 치려고 해서 그래!”
마지막으로 현서.
“저 사람이 나를 베서 대문으로 만들었어!”
그리고 정적이었다. 한희는 너무 당황했다. 일 초가 몇 시간처럼 느껴졌다. 몇 분 지났을까. 다시 정적을 깬 건 하린이었다.
“네가 겨울을 따뜻하게 보냈으면 나는 괜찮아.”
주환이도 말을 꺼냈다.
“독침이 없어서 친구도 사귀고 누군가를 공격하지 않을 수 있었어. 고마워.”
하나둘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덕분에 겁을 이겨낼 기회가 생겼어.”
“나도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아.”
“투명해지는 능력은 오히려 유용하게 쓰고 있어.”
“나조차 의심하게 되어서 힘들었는데, 이겨내기까지 많은 걸 배웠어.”
“대문이 되어서 움직여 보기도 하고... 여러 동물을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어.”
“두 발로 서 있을 수 있다는 건 참 좋아. 나머지 두 발은 이렇게나 자유롭잖아!”
왕은 미안함과 동시에 감동을 받았고, 원하는 걸 하나 들어준다고 했다.
“이 친구가 태풍에 휩쓸려서 여기까지 날아왔어.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 줘.”
한희는 어리둥절했다. 동물 친구들 덕에 얻은 기회인데 이걸 왜 나한테 쓰지?
“네가 날아와서 일어난 일이니까. 우리 고민이 해결됐으니 이제 너도 집으로 돌아가야지.”
“그렇군... 그럼 너를 다시 날리겠다. 꽉 잡아!”
(퍽)
한희는 그렇게 왕의 주먹을 맞고 다시 제주도로 날아갔다.
“이거 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