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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 | [흑백광장] 잇단 바둑영화 개봉, 반가움과 아쉬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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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362 | 꼬리말:16 | |||
잇단 바둑영화 개봉, 반가움과
아쉬움
세계 최초의 바둑영화 1-2호 중국 톈좡좡(田壯壯)이 연출한 ‘The Go Master’가 그간 대표적
바둑영화로 꼽혀왔지만 극영화라기보다는 우칭위안(吳淸源)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에 가깝다는 평을 들었다. ‘뷰티풀 마인드’, ‘미완의 대국’,
‘미운 오리새끼’, ‘π(파이)’ 등에 바둑이 등장했지만 바둑이 주제는 아니었다. 정말 바둑영화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은 사실상 없었던
셈이다. 이번 여름 국내 상영관에 걸릴 2편은 저마다 본격 바둑영화를 표방하고 있다.
개봉 시점에 따라 세계 영화사상 1, 2호 바둑영화가 거의 동시에 쏟아지는 셈이다. 두 작품의 개봉일이 몰리게 된 것도 ‘최초’를 의식해
서둘다가 벌어진 결과로 전해진다. ‘스톤’은 지난 연초 작업을 마치고도 배급사 및 개봉관 수를 놓고 ‘장고’하다가 ‘신의 한 수’가 곧 스크린을
탄다는 소식에 서둘러 개봉키로 했다는 후문이다. 먼저 완성했던 입장에선 ‘최초’를 내주기 싫었을 것이다. 바둑인들이 함께 완성해 낸 리얼리티 ‘스톤’은 조세래의 연출 데뷔작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조감독은 영화를 완성한
후 개봉을 못 보고 지난 해 지병(持病)에 굴복, 57세의 아까운 나이에 타계했다. 그는 ‘역수(驛水·1997)’, ‘승부(2002)’ 등
바둑소설을 썼던 작가 출신이다. 1993년 영화 ‘하얀 전쟁’으로 대종상 각색상을 탄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했다. 영화 못지않게 그가 평생 사랑했던 것이 바둑이었다. 영화 속에서 여러 장면
등장하는 내기 바둑꾼의 모습은 젊은 날 조세래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는 “하룻밤에 500만원을 잃어 보기도 했다”고 필자에게 고백하기도
했다. 30년 전의 500만원이면 번듯한 집 한 채 값이었다. 그는 자신의 굴곡진 바둑 인생을 시나리오로 집필, 2년 만에 탈고했고 감독 역할도
직접 맡았다. 1년 여 만에 작품을 완성했으나 막상 극장 개봉은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스톤’은 우리 바둑계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업은 작품이란 점에서도 뜻이
있다. 특히 프로 시니어 바둑 대회로 인기 높은 대주배의 스폰서이기도 한 TM마린 김대욱 사장이 큰 힘을 보탰다. 고교 동창생의 친구인 조세래
감독에게 그는 기획 단계부터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이세돌 김영삼 등 프로기사, 아마바둑계 황제 조민수 등이 카메오로 출연하고
한국기원과 명지대 바둑학과 학생들이 제작을 도왔다. 총 제작은 샤인픽쳐스가 맡았지만 바둑계 전체가 팔을 걷어붙이고 함께 만든 영화인
셈이다. 자타 공인의 연기파 배우 김뢰하, 충무로의 유망 신인 조동인, 박원상 등이
탄탄한 연기를 펼친다. 리얼리티(실제감)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조세래는 어설픈 착점(着點) 신이 등장하는 것을 병적으로 두려워해 바둑을 진짜로 잘
두는 배우를 물색, 주연으로 발탁했다. 바로 인터넷 4단 실력의 조동인이다. 조세래는 심지어 내기 바둑꾼 역할을 진짜 내기 바둑꾼 출신에게 맡길
만큼 리얼리티에 매달렸다. 최고 캐스팅 바둑범죄 액션극 이번엔 '신의 한수'를 보자. 메이스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이 작품은 ‘바둑범죄
액션극‘을 표방하고 있다. 최근 걸린 예고 포스터가 인상적이다. 톱스타 정우성의 날카로운 눈매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에 빨려들어갈 것 같다.
정우성만이 아니다. 안성기 이범수 김인권 안길강 최진혁 이시영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급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근자에 보기 드물었던
호화판 캐스팅이다. 정우성이 복수에 목숨을 건 전직 프로바둑기사로, ‘국민배우’ 안성기는
맹인바둑의 고수로, 김인권은 ‘생활형’ 내기바둑꾼으로 각각 나온다. 내기바둑계의 외팔이 기술자 안길강, 정우성에 맞서 격돌하는 이범수,
내기바둑계의 꽃 역할을 맡은 이시영, 승부조작전문 브로커 최진혁 등이 팬들과 만날 차비를 끝냈다.
‘스톤’과 ‘신의 한 수’ 모두 재미와 작품성을 겸비한 훌륭한 영화로 보인다.
위기에 놓인 바둑이 이들 바둑영화를 돌파구삼아 재도약하게 된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사실 바둑만큼 좋은 영화 소재가 또 있을까. 2천 여 년에
이르는 장구한 역사성과 신비스러움으로 가득찬 바둑에 영화계가 이제야 눈을 돌린 것이 아쉽지만, 늦게라도 바둑을 스크린에 올려 준 두 작품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폭력-도박-복수 일변도에서 탈피해야
바둑을 도덕 교과서나 계몽영화 소재로만 대접해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지나친
외설이나 엽기를 앞세우지만 않는다면 어떤 것도 영화의 주제가 될 수 있으며 당연히 바둑도 포함된다. 그러나 딱 2편 나온 ‘바둑영화’가
약속이라도 한 듯 암흑세계의 거친 면만 노출하다 보니 걱정스러워진 것이다. 이렇게 나가다 보면 사람들은 바둑하면 도박 폭력 살인 복수…를
연상하게 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이 경우 바둑은 영화를 통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게 된다. 바둑은 인류 지혜의 보고(寶庫)라고까지 불린다. 밝고 긍정적인 측면이 무수히
많다. 외화 ‘뷰티풀 마인드’만 해도 바둑을 최고의 지적(知的) 게임으로 그리고 있다. 선계(仙界)나 도(道), 몽환적 승부 등 ‘노다지’가
즐비한데 그대로 묻혀두고 있다. 이것은 음악 미술 건축 무용 등 다른 예술 장르나 서구의 어떤 문명도 흉내 낼 수 없는 바둑만의 자산이다.
바둑은 원래 밝고 현묘하고 신비스러운 것이며 어둡고 음습하고 음모적인 이미지가 아니다. 바둑의 그윽하고 사유(思惟)적이며 탐미적인 요소를 밑바닥에 잘 깐다면 드라마로서 바둑의 활용범위는 훨씬 더 넓어진다. 다음번엔 바둑이 중심축이 된 애잔한 멜로물이나 차분한 두뇌 경쟁, 예술적 성취 과정 등 잔잔하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 폭력과 도박 주제는 일단 이것으로 마감했으면 한다. 모처럼 시장에 걸린 두 편 ‘바둑영화’의 선전을 기대하며 둘 모두 흥행에 성공하길 충심으로 기원한다.
김훈종 PD님도 바둑 좋아하신다고 했었는데..저도 바둑팬 입장으로 좋은 자료 같아 퍼옵니다~ 미생도 영화화 되려나.. |
첫댓글 바둑관전이 재미있으려면 학습이 꽤 필요한데 영화로 어찌 그렸을지 기대 됩니다
뚝방전설과 퀵이 주목할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