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한 삐걱거림
나의 요즘을 그리 결론짓는다.
그 대표적 증상으로는 게으름과 약간의 갈등
멍 때리기와 무뇌충으로 살기
또는
몰아 쓰기와 몰아 먹기, 몰아 자기 등...
이에 따른 약간의 바람이 있다면
비 온 뒤 땅 굳히기 같은 것이었으면 하는..
"배철수"가 목 놓아 부르던 노래 중 "이 빠진 동그라미"라는 곡이 생각나는 요즘
내가 딱 그 모양이다.
잃어 버린 조각 찾아 데굴데굴 길 떠나듯 발걸음 멈추지 않고 마냥 걷는다.
* 25주 교리
지난 목요일 저녁,
비는 구질구질 내리고 꿉꿉한 옷차림 그대로 성당엘 갔다.
우산을 받쳐 쓰기도 귀찮을 지경의 날씨. 바람도 불었다.
이제는 성모님 앞에 머리를 조아릴 줄도 안다.
성당에 들어서면 시선이 먼저 가는 곳,
오늘도 저 분은 날 반기신다.
비를 맞고 계신다.
추울 것이다.
우산을 받쳐드린다면...
내 목도리를 해 드린다면...
더 추운 계절이 올 텐데 옷 한 벌로 네 계절을 보내시는 분,
예수님이 나를 대신해 목숨 바치셨다는 말보다는
날 반기시느라 한 데서 저리 비 맞고 떨고 계시는 분이 더욱 그립곤 하다.
닮아 갈게요. 성모님.
목요반에서 교리를 받는 예비신자 인원이 적어 주일반과 합반하기로 했다.
다행이다,
나도 이제 주일 아침이면 남편에게 큰소리로 "성당 다녀 올게"라고 말 할 수 있어서...
감사할 일이다.
* 26주 교리
교리 공부의 마지막 날이다.
다음 주부터는 성당 활동의 실기(?)를 공부하게 된단다.
이제 어느 정도는 세례자가 정해진 듯하다.
대모님을 정했고
세례명을 정했다.
영원한 삶을 믿습니다.
영생이란다.
영원히 살게 된단다.
믿을 수 없는 말이다.
어떻게?
하루살이와 메뚜기가 함께 놀았다. 저녁이 되어 메뚜기가 하루살이에게 "내일 또 놀자" 했다.
하루살이는 "내일"을 모른다.
메뚜기가 개구리와 함께 놀았다. 가을이 되자 개구리는 메뚜기에게 "내년에 또 놀자" 했다.
메뚜기는 "내년"을 모른다.
그렇듯, 나는 영생을 모른다.
영생?
영생과 윤회는 다른 것이겠지?
천국과 연옥과 지옥이 있다. 단테의 "신곡"을 읽으며 이미 익혔던 단어들이었으나
"연도"는 처음으로 배웠다.
죽어 연옥 문 앞에 서성이는 자가 있다.
그를 위해 우리가 기도함으로 천국으로 가실 수 있단다.
"신부님과 수녀님은 천국을 가실 테니 연도가 필요없으시겠네요?"
아.. 그거,
신부님과 수녀님도 천국에 간다는 보장은 없다신다.
그 공평한 거..
자영업을 하는 남편이 종종 그런 말을 해 왔다.
"난 미래가 늘 불안해.
벌어 놓은 돈이 있길 하나. 그렇다고 연금이 나오길 하나..."
그 때마다 난 똑 같은 말을 했다.
"미래가 보장돼 있는 사람이 어딨어?
대통령은 안 죽는대? 이건희는 안 아퍼?"
그거.. 그 공평한 거..
난 천국보다는 연옥에 가고 싶다.
지옥은 응당 싫다.
천국에 이르지 못할 거라는 건 확연하기에 연옥도 좋다.
모든 게 갖춰진 행복하기만 한 천국보다는
내 노력과 바지런으로 "희망"을 갖게 되는 곳이라면 난 연옥이 좋다.
늘 뛸 테니까...
* 26주 미사
신부님의 복장이 하얀 색이다. 축일이 되는 주일이다.
이번 주까지 연중시기 마지막 주가 끝났고
다음 주부터는 보라색의 대림시기가 시작될 것이다.
가톨릭에서는 1년의 마지막 주간이라 했다.
강론으로
금관 쓴 왕과 가시관 쓴 왕을 말씀하신다.
"끝"을 말씀하신다.
안 그래도 요즘 그 "끝"이 늘 께림칙하기만 한데...
자꾸만 뒤 돌아 보며 걸음은 느리기만 한데...
집에 오니 남편은 내가 오기만을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지지난 주부터 뒤안을 치워준답시고 잔뜩 어질러 놓고는 그것은 손도 안 대고 바깥나들이 갈 생각만 하고 있다.
"저거 언제 치워 줘?"
"뭐가 잘 안 된다."
"나 이제 슬슬 김장해야 하는데 어쩌라고?"
"그러지 말고 어디 놀러나 가자."
순간이 영원이 된다.
마치 영원토록 어질러 놓기라도 한 양,
목소리 톤이 높아지며 퀘퀘 묵은 옛일을 꺼내며 궁시렁 거린다.
"@#$%^&&*("
되돌아 오는 소리도 만만찮다
"^&&*(^%$#"
언제부터 "남의 편"이 된 남편은 내 하는 일에 아랑곳 않갰다는 듯 무심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화딱지가 난 나는 마당과 뒤꼍을 오가며 바쁜 척했다.
"내 이노무 인간을!!" 속으로 옹알거리며 화가 나도 참는 척했다.
그리고는...
슬쩍슬쩍 가재미 눈으로 살폈다.
내 눈치를 슬슬 보기 시작하는 남자를 보게 되었다.
안절부절 못 하고 똥 마려운 강아지 마냥 애가 타는 듯하다.
이쯤에서 슬며시 빠져 줘야겠다.
상황은 역전되어.
치우다 만 것들 그대로 놓고 난 방으로 들어와 지금 이러고 있고...
가시관 쓴 우리의 일그러진 왕은
마당에서 지금 낮게 낮게 자리를 옮겨 가고 있다.
이 것은 현실이다.
지난 주 교리 시간에
"그리스도인의 가정생활"을 열심히 공부한 예비신자의 생활이다.
분명 난 천국에 못 갈 것이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오늘 욱~하고는 후회하고 있습니다.
천국가긴 글렀습니다.
잠시 머물다 갑니다
밖은 춥습니다.
들어 오세요.
@조복희 오늘은 아까 떠올린 생각 때문인지 세상이 온통 숯가마네요~ 무지 덥습니다.
여기는 사하라, 저는 어느 낙타의 하찮은 입김으로 사하, 사라집니다~
글 속에 이미 충분히 오래 머물렀네요. 다만 덧글로 풀어내지 못할 생각들로 다녀가 봅니다
@조복희 김선우 시인을 아까 언급하셔서 지난 날을 떠올려 보네요.
대학 다닐 때, 김선우 시인이 은은하게 뿜어내는 모성성에 이끌려 흠뻑 시인으로 좋아했습니다.
도화 아래 잠들다 라는 시집을 한 권을 다 목차 하나 빼놓지 않고 필사 했었습니다.
그렇게 해설까지 필사한 작은 노트 몇권을 들고 인터넷을 뒤져 알고 있던 시인의 집으로 부칩니다.
제 이름, 전화 번호도 없이, 그래서 수신은 확인할 길이 아직 없지만 닿았을 거라 믿어 보고 있습니다.
@조복희 김행숙 시인은 특강 때 보았지만 1번인 김선우 시인은 못 뵈었네요. 당시 강화도에 살던 함민복 시인은 강화도 까지 찾아가 쪽지 한 장 대문에 넘겨두고 뵙지 못했네요..
동네 할아버지께 함민복 시인댁을 여쭈었더니 쯧쯧 혀를 차며 저기라고 가르쳐 주던 기억이 나네요.
분명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가슴에 남네요.
매년 현대시와 시사사가 송년회를 같이 하는데
올해는 누구랑 마주 앉게 될까 궁금해집니다.
시로 보는 시인과 사람으로 만나게 되는 시인이 서로 달라서 꿰맞추는 재미도 있거든요.
@조복희 시사사는 낯선데요.. 한자리에 모여 볼 수 있다니 왠지 좋을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