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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클 제922차 제7기 신곡 지옥편 총정리(42) 2022-11-05
[서평] 신곡의 세계로 떠나는 노(老) 교수의 강의 여행
김태연 선생
1. 2022년 6월 18일(현재시간) 미국 텍사스 포트워스에서 개최되었던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의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우승을 차지했다. 그의 우승은 즉시 언론의 화제가 됐다. 약관 18세의 젊은 나이로 우승을 했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무엇보다 그의 열정 가득한 뛰어난 피아노 솜씨가 세계 음악 애호인들의 감동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었다. 임윤찬의 놀라운 피아노 솜씨는 그와의 협연 연주를 지휘했던 여성 지휘자 마린 알솝을 눈물짓게 할 정도였다.
임윤찬의 음악 솜씨뿐 아니라 진솔한 인터뷰 내용 역시 많은 이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그는 자신이 ‘산에 들어가서 피아노만 연주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한 콩쿠르에 참가한 동기는 자신의 음악이 얼마나 성숙했는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며 여전히 공부할 것이 많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임윤찬은 인터뷰를 통해 또 다른 흥미로운 모습을 내비쳤는데 바로 다독가로서의 모습이다. 임윤찬은 단테의 <신곡(神曲)>을 가장 즐겨 읽는다고 말했다. 리스트의 <단테 소나타>를 깊게 이해하기 위해 <신곡>을 접하게 됐다는 그는 여러 국내 출판사에서 나온 <신곡> 번역판을 두루 섭렵했다고 고백했다. '임윤찬' 효과에 힘 입어 7월 들어 대형 서점에서의 <신곡>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신곡>을 탐독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그의 뛰어난 피아노 솜씨만큼이나 눈여겨 볼 만하다. 솔직히 <신곡>은 전공자들조차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문학 텍스트로 정평이 나 있다. 책의 분량도 전화번호부를 연상케 할 만큼 두터울 뿐 아니라 그 내용 역시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 사상 그리고 저작자 단테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 없이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
사실 본 서평의 대상으로 단테의 <신곡> 대신 일본의 철학자이자 저술가인 이마미치 도모노부(今道友信) 교수가 저술한 <단테 신곡 강의>를 선택한 이유도 위에 언급한 설명과 연관이 있다. 비록 <신곡>이 대표적 고전 중의 하나이지만 그 분량과 난이도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선뜻 권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단테 신곡 강의>는 제목에서 이미 나타나듯이 저자 이마미치 교수가 강의의 형식으로 <신곡>을 자상히 안내하고 있어서 접근과 이해가 비교적 용이하다. 또 하나 장점은 <단테 신곡 강의>가 단지 <신곡>을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신곡>과 관련하여 그리스로부터 르네상스에 이르는 서양 문화사에 대한 해설까지 덧붙이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훌륭한 서양문화사 텍스트로 읽힐 수 있다는 점이다. 요컨대 <단테 신곡 강의>를 읽은 후 굳이 <신곡>을 읽지 않는다고 해서 헛된 독서는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는 이미 <신곡>이라는 문화적 아이콘을 중심 소재로 삼은 뛰어난 서양문화사를 한 권 읽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2. <단테 신곡 강의>는 저자 이마미치 도모노부 교수가 책 머리말에서 설명한 대로 1997년 3월~1998년 7월까지,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행한 자신의 단테 <산곡> 강의(총 15회) 및 강의 후의 질문과 대답을 기록한 것이다.
<신곡>은 원래 구성적으로는 서곡 1편을 포함한 지옥편 34편, 연옥편, 천국편의 경우 각 33편 총 10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적 구조로 있어서는 지옥편은 9층(혹은 9원), 연옥편은 카톨릭의 7죄악(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색욕)에서 모티브를 삼아 7층, 천국편은 월성천에서 지고천에 이르는 10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참고로 작중에서 단테는 지옥과 연옥에서 각 3일씩 머물지만 천국에서는 1일밖에 머물지 않는다.
<단테 신곡 강의>에서 저자는 <신곡>의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을 서술하는데 있어, 각 단계별로 9층, 7층, 10영역을 일일이 세세하게 나누어 설명하는 방식은 지양하고 있다. 그 대신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이 저마다 지니고 있는 큰 흐름 상의 의미와 그와 관련된 종교, 철학, 사회, 문화적 배경에 관심을 두고 설명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나무보다는 숲 전체를 조망하는 방식으로 <신곡>의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세세한 부분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저자 자신의 시각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의 경우는 작품 상 분량이 짧다고 해도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여 상술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즉 <단테 신곡 강의>는 어디까지나 소개서의 차원일 뿐이며, <신곡>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다면 단연코 소개서가 아닌 본편을 읽어나가야 한다는 의도가 드러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술한 바처럼, <단테 신곡 강의>가 결코 단순한 소개서의 차원에만 머물고 있지는 않다. 책의 시작을 그리스의 호메로스로부터 시작하여 로마의 키케로, 베르길리우스를 소개하고, 그리스도교에 대해서도 <신곡>과 관련하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부분만 보아도 이 책은 이미 한 권의 훌륭한 서양 문화 안내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저자는 <단테 신곡 강의>를 통해 단테가 지옥에서 연옥을 거쳐 천국에 이르는 과정을 우리 삶의 깨달음의 과정과 동일시하고 있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지옥과 연옥으로 상징되는 삶의 고통과 어려움을 거쳐야만 비로소 우리가 성숙해지고 천국의 길, 즉 삶의 구원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신곡>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결국 <신곡>은 올바른 생의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어 줄 수 있는 뛰어난 삶의 지침서 성격도 지니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3. 저자는 <신곡> 지옥편의 1행에서 3행까지의 구절을 세밀하게 분석한다.
<신곡>의 유명한 첫 3행은 다음과 같다.
“나, 올바른 길 잃고, 인생 나그네 길 반 고비에 어두운 수풀에 있었노라.”
(지옥편, 1곡, 1행~3행)
1265년 피렌체에서 태어난 단테 알레기에리는 6인 행정장관의 고위직에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1300년 정적들에 의해 추방된 후 죽을 때까지 피렌체로 돌아가지 못하고, 끝내 라벤나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신곡>은 추방 생활 속에서 이탈리아 각지를 떠돌아다닐 때 쓴 작품이다. 따라서 위 시 구절의 올바른 길을 잃은 ‘나’는 추방자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단테 자신을 지칭한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나’는 삶 속에서 너무나 쉽게 제 갈 길을 망각하는 우리들 인간을 상징하기도 한다. 따라서 어두운 수풀은 우리들로 하여금 올바른 길을 잃도록 만드는 힘겹고 괴로운 삶의 고통을 은유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신곡>에서 지옥, 연옥, 천국으로 향하는 단테의 7일 간의 여로는 우리들이 삶 속에서 겪어가는 삶의 행로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단테는 고국 피렌체에서 정적들로부터 추방을 당한 후 도망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필생의 대작인 [신곡]을 완성했다. 그러나 그는 끝내 피렌체로 돌아가지 못하고 죽었다.
단테는 고국 피렌체에서 정적들로부터 숙청을 당한 후 추방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필생의 대작인 [신곡]을 완성했다. 그러나 그는 끝내 피렌체로 돌아가지 못하고 타지에서 죽었다.
수풀 속에서 제 갈 길을 잃은 단테를 인도해주는 이는 로마의 대표적 시인 베르길리우스이다. 그 둘은 지옥문을 거쳐 지옥으로 들어가게 된다. <신곡>의 뛰어난 문학성은 이 부분에도 있다. 단테를 인도해주는 이가 그리스의 신도, 기독교의 성인도 아닌 로마의 위대한 시인이라는 부분 자체가 인본주의를 상징하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베르길리우스는 그의 대표시 <아이네이스>의 첫 구절을 ‘전쟁과 영웅에 대해 내가 노래한다’ 라고 썼다. 이는 호메로스가 지은 <일리아스>와 분명히 차이가 난다.
<일리아스>의 첫 구절은 ‘분노를 노래하소서, 시의 여신이여’라고 되어있다. 즉 호메로스의 시대 때만 해도 ‘뮤즈’의 영감을 떠올리게 하는 대상이 신적 존재였다면, 이미 로마의 전성 시기에 이르면 그 대상이 시인 자신이 되어있다. 요컨대 <신곡>은 베르길리우스의 출현을 통해 신적 존재가 아닌 ‘인간’ 존재 그 자체가 지닌 존엄과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신곡>이 르네상스 서막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는 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연옥편에서 예리한 관점으로 연옥의 진정한 의미를 파헤쳐 간다. 저자의 생각에 따르면 연옥은 천국과 지옥의 중간 지역으로서 지옥에 갈 정도로 사악한 이들도, 천국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이들도 아닌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다. 그들은 모두 그리스도의 길을 제대로 따르지 못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연옥편 초반 부분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그리하여 두 번째 왕국을 노래하노니, 이곳은 인간의 영혼이 씻기어 하늘로 오르게 하는 곳이더라.” (연옥편, 1곡, 4~6행)
저자는 이 구절이 연옥의 정의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인간의 영혼이 하늘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저자의 설명을 살펴보자.
“연옥에는 혼이 씻길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어쩌면 천국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희망이 있다는 점이 지옥과는 완전히 다르다.”
“연옥과 지옥의 근본적인 차이는 ‘절망’과 ‘희망’이다.”
저자는 지옥편 제3곡에서 ‘별 없는 드넓은 하늘에’ 라는 표현을 중요시한다. 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연옥의 하늘에는 ‘사랑에로 충동하는 아름다운 별’인 금성이 보인다. 금성은 별이기에 곧 희망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뛰어난 통찰을 보여준다. 즉 지옥이란 유황불과 가시밭길로 뒤덮인 곳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희망을 잃어버렸을 때 그때가 바로 지옥이 된다. 우리가 희망 없이 낙심 속에서만 살아간다면 우리는 영원히 지옥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것이다.
단 희망만으로 연옥을 빠져나올 수는 없다. 근원적인 반성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성스러운 문의 문짝을 밀어젖히고 이르기를, 자 들어가시오. 하나, 그대들 내 경고를 들을지어다. 뒤돌아보는 자는 모두 밖으로 되돌아가리라.”
(연옥편, 9곡, 130~132행)
저자에 따르면 그 반성이란,
“자신이 과거에 대하여 무엇을 했는가를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의 반성으로는 ‘밖으로 되돌아가게 되리니’ (중략) 진정으로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은 과거를 끊어내야 한다.”
“연옥 안에서는 단순히 자기가 과거에 무엇을 했던가를 반성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무엇이었던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즉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거울을 바라보듯이 비추어보고 거짓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반성해야 하는 것이다. 연옥의 마지막 30곡에서는 이제까지 그를 이끌었던 베르길리우스와 작별한다. 베르길리우스가 상징하는 학문과 예술의 힘만으로는 인간이 천국에 이를 수 없기 때문이다. 진실한 믿음과 사랑만이 우리를 천국으로 이끌어준다. 그 진실한 믿음과 사랑을 상징하는 존재가 베아트리체이다. 생전 단지 두 번의 만남으로 단테의 영원한 여성상이 되었으나 24살의 젊은 나이에 병사했던 그녀는 <신곡> 연옥편 30곡에서 베르길리우스가 사라진 직후 등장한다. 단테는 베아트리체에 이끌려 비로소 천국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천국에는 성문이 없다. 저자에 따르면 천국은 이 세상의 공명심 같은 것이 영향을 미치는 곳이 아닌, 내면이 순수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사실 천국편은 기행문 형식으로 상상이 주(主)가 되는 지옥편, 연옥편과는 그 구조가 조금 다르다. 저자는 천국편은 구조적으로는 당시 자연과학을 따르고 있으며 내용은 신학과 철학에 의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천국편은 천국의 의미 그 자체에 대해 신학적, 철학적 차원에서 설명하는 담론 형식의 문구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그렇기에 지옥편, 연옥편보다는 접근하기가 보다 어렵다. 하지만 내용상 접근이 쉽지 않다고 해도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분명하다. 우선 ‘신’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신’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은 ‘믿음’을 상징한다. 천국의 공간 중 하나인 항성천에서 단테는 베드로에게 진정한 믿음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체이며 아직 오지 않은 것의 확증입니다. 이것이 신앙의 본질이겠지요.” (천국편 24곡 64~66행)
또한 소망 역시 소중하다. 성 야고보가 단테에게 소망에 대해 질문했을 때,
“소망은 미래의 영광을 확고한 믿음으로 기대하는 것, 은총과 공덕이 낳은 것입니다.” (천국편 25곡 67~69행)
마지막으로 요한이 사랑에 대하여 물을 때,
“신이 선으로 이해되면 이내 사랑에 불을 붙입니다. 선이 클수록 사랑도 큽니다.” (천국편, 26곡, 28~30행)
물론 여기서의 사랑이 개인적 차원에 머무는 사랑일 수는 없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폭풍우 일어, 고물을 뱃머리 쪽으로 돌리고 곧이어 선단(船團)이 직항하면 꽃이 핀 뒤에는 열매가 맺히겠지요.” (천국편. 27곡, 145~148행)
저자는 '선단'의 의미를 흥미롭게 해석한다. '선단'은 결코 한 개인의 움직임을 지칭할 수 없다. '선단'은 한 척의 배가 아닌 여러 배들이 모인 구성체이기 때문이다. 즉 '선단'의 의미는 모든 인류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인류가 인류애의 마음을 품고 고물을 뱃머리 쪽으로 돌리며 인류사적인 대전환을 이루어 낼 때 비로소 우리는 천국이 가닿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저자가 <신곡>을 바라보는 관점을 정리한다면, 희망을 잃어 저 마다의 지옥에 갇혀 있는 인간들이 구원받기 위해서는 다시 희망을 마음에 품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자세로 자신을 개선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구원을 위해서는 그 구원의 범위가 개인 혹은 개체의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 위에서의 희생을 통해 확장된 사랑 즉 에로스적인 차원을 벗어나 보편적인 인류애에 입각한 신적 사랑의 뜻을 진심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모두 타자(他者)에의 관계성을 지향하는 존재가 될 때 천국의 문은 비로소 열릴 것이다. 이와 같은 사유의 연장선상에서 저자는 강의의 끝부분을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결론짓는다.
”인간은 신의 무한한 사랑을 담는 그릇으로 창조되었다. 그 점을 잊지 말자.“
프랑스의 조각가 로뎅의 명작 [생각하는 사람]이 [신곡]의 지옥문을 테마로 하여 조각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생각하는 사람]은 인간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비로소 지옥의 고통 속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지 고뇌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프랑스의 조각가 로뎅의 명작 [생각하는 사람]이 [신곡]의 지옥문을 테마로 하여 조각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생각하는 사람]은 인간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비로소 삶이라는 지옥의 고통 속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지 실존적인 고뇌에 잠겨있는 모습 같다.
4. 단테의 <신곡> 자체가 온전한 독해를 위해서 방대한 관련 지식을 필요로 하는 저작이다 보니 일종의 안내서인 <단테 신곡 강의> 조차 마냥 쉽게 접근하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나름 만만치 않은 서평 작업이었다, 하지만 작업 기간 중에 얻은 작은 기쁨도 있었다. 오랫동안 품절 상태로 시중에서 쉽게 구입하기 어려웠던 <단테 신곡 강의>가 재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
한 권의 양서가 재출간되어 일반 독자들이 그 알찬 내용을 다시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단테 신곡 강의>를 읽고 <신곡>에 도전하고자 마음먹게 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여로(旅路)이겠으나, 아무쪼록 많은 것을 성취해 가실 수 있는 뜻깊은 경험이 되기를 희망한다.
지옥편
1. 개요
2. 줄거리
2.1. 지옥의 문
2.2. 아케론 강
2.3. 제1층: 림보(변옥, Limbo)
2.4. 제2층: 음욕 지옥
2.5. 제3층: 식탐 지옥
2.6. 제4층: 탐욕 지옥
2.7. 제5층: 분노 지옥 (스틱스강)
2.8. 제6층: 이단 지옥
2.9. 제7층: 폭력 지옥
2.10. 제8층: 사기 지옥 (말레볼제(Malebolge))
2.11. 제9층: 배신 지옥 (코퀴토스 호수)
1. 개요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 1부인 지옥편에 대한 서술. 단테의 지옥이라고도 불린다. 신곡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부분이자 지옥을 소재로 한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 불교의 지옥도하고도 묘사가 비슷한 편. 사실상 이 작품 이후 지옥, 특히 기독교의 지옥을 다루는 모든 창작물은 크든 작든 이 지옥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지옥에는 단테가 개인적으로 싫어하던 사람이나 그의 정치적 라이벌도 많이 들어있다(…). 심지어 이 글을 쓸 당시에는 아직 살아 있었는데도 영혼은 이미 지옥에 있다고 묘사하기도 한다. 단테가 지옥의 몇몇 죄인들에게 동정심을 보이는 것도 특징이고 반대로 몇몇 죄인들에겐 꼴 좋다는 식으로 비웃어주기도 한다.
지옥의 최하층에는 마왕 루키페르가 파묻혀 있다. 루키페르의 몸을 타고 올라가 지옥을 빠져나가고 나면 연옥산이 있다. 잘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는데, 루키페르의 몸이 지구 한 가운데에 있어서 아래 방향이 바뀌는 것으로 나온다. 작중 단테도 이 부분에서 약간 헷갈려한다. 연옥산을 오르는 내용이 연옥편이다. 연옥산을 오른 다음에는 베르길리우스와 헤어지고 대신 베아트리체를 만나 그녀와 함께 천국을 여행하게 된다.
지옥의 구조는 다음과 같으며 역피라미드의 원추형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아래에서는 각 지옥을 "층"이라 표현했는데, 사실 원문 cerchio는 "원"에 가깝다. 즉 1원은 림보, 8원은 말레볼제 이런 식이다. 각 지옥마다 문지기가 존재한다.
그림으로 본 지옥 구조도
2. 줄거리
2.1.지옥의 문
단테가 35세 때 밤날에 길을 걷다 산짐승들에게 위협당할 때 베르길리우스가 나타나 단테를 구해주고[1] 그를 지옥으로 인도해준다. 지옥의 뱃사공 카론이 꾸물거리는 죄인들을 노로 후려차며 배에 태우고 있다.
이후 단테는 그를 지나서 지옥의 문과 거기에 새겨진 글귀를 보게 된다.[2] 가장 유명한 구절인 제3곡 첫 번째 부분은 마지막의 'Lasciate ogni speranza, voi ch'entrate(라샤떼 오녜 스페란자, 보이 낀뜨라떼: 모든 희망을 버려라, 들어오는 그대들이여)'.[3]
2.2. 아케론 강
이승과 지옥의 경계인 강, 즉 삼도천. 뱃사공 카론이 죄인들을 강너머 지옥으로 실어나른다.[5]
강주변에는 악에 침묵하며 생전에 어느 편에도 가담하려들지 않았던 기회주의자들이 생전의 죄과에 대한 업보로 말벌, 말파리등 독충, 해충들에게 마구 쏘이며 한 폭의 깃발 뒤를 우르르 쫓아다니는 벌을 받고 있다. 천국에서도, 지옥에서도 이런 자들은 받아들여주지 않는다나. 존 F. 케네디가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은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약되어 있다'라고 한 말은 이걸 잘못 읽은 것으로 보인다.
등장인물: 이들 중 '겁을 먹고 큰 지위를 버린 사람'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해설에 의하면 이 사람이 교황 첼레스티노 5세라고 한다.[6]
2.3. 제1층: 림보(변옥, Limbo)
고대인이나 타종교인, 아기 등 세례성사는 받지 않은 선한 자가 가는 곳으로 어떠한 형벌도 받지 않고 고급대우를 받으나 대신에 하느님을 볼 수 없다.
일단은 지옥의 일부지만 죄를 짓지 않은 아기, 또는 현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매우 평화로운 분위기이고, 대강 그리스 신화의 엘리시온같은 느낌으로 풀밭이 펼쳐져 있다고 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인물들은 일곱겹의 벽[7]으로 둘러싸인 성에서 산다.
지옥 안의 천국이나 낙원 같은 느낌이지만, 굳이 벌이라면 림보의 영혼들은 가장 유일한 희망이 하느님을 보고 천국에 가는 꿈이라는 점에 한해서 희망이 없는 셈인지라 하나같이 탄식을 한다. 다만 운이 아주 아주 좋으면 연옥이나 천국에 갈 수는 있는 듯 하다.[8] 그리고 이 중 구약 인물들은 예수가 죽었다 살아났을 때 데려갔다고 한다. 사도신경 참조.
등장인물: 고대 그리스/로마 철학자 대부분(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소크라테스, 디오게네스, 아낙사고라스, 데모크리토스, 탈레스, 엠페도클레스, 헤라클레이토스, 제논, 디오스코리데스, 오르페우스, 유클리드, 프톨레마이오스, 히포크라테스, 리노스, 키케로, 세네카, 갈레노스 등등. 에피쿠로스 양반은 6층으로 낙오되셨다. 안습.), 엘렉트라, 카밀라, 펜테실레이아, 라티누스 왕과 라비니아 공주[9], 유니우스 브루투스[10], 루크레티아[11], 율리아, 마르차[12], 코르넬리아[13], 율리우스 카이사르, 살라흐 앗 딘, 이븐 루시드#, 이븐 시나@ 등. 그 외에도 아이네이아스, 헥토르 등의 트로이 측 인물들[14], 위대한 다섯 시인 중 4명(호메로스, 호라티우스, 오비디우스, 루카누스)[15]
미노스의 심판 - 여기서부터는 진짜 죄인들이 떨어지는 지옥으로 꼬리 달린 괴물 미노스가 망자의 죄를 판단해 그 꼬리로 자신의 몸을 감는 횟수대로 그에 해당하는 층으로 떨어져간다.
2.4. 제2층: 음욕 지옥
색욕에 빠져 간통 등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파멸로 몰아놓은 자들이 가는 곳으로 시도 때도 없이 폭풍에 휩쓸려야 한다. 주체 없이 휘말리는 색욕을 상징한다고 한다.
등장인물: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또는 프란체스카 다 플렌타)와 그녀의 남편의 동생이자 연인인 파올로 말라테스타[16], 세미라미스, 디도, 클레오파트라, 헬레나와 파리스, 아킬레우스, 트리스탄.
2.5. 제3층: 식탐 지옥
폭음폭식과 중독에 빠진 자가 가는 곳. 죄인들이 더럽고 차가운 비를 맞으며 역겨운 흙탕물에 누워 신음하고 있다. 거기에 케르베로스가 시도 때도 없이 죄인들을 물어뜯는다.[17]
등장인물: '치아코'[18]라는 별명을 쓰는 피렌체 출신 남자.
2.6. 제4층: 탐욕 지옥
탐욕 지옥으로 내려가는 길에 늑대의 모습을 한 그리스 신화에서 부(富)의 신이었던 '플루투스'[19]가 짖어댔지만 베르길리우스의 일갈에 깨갱한다.
4층은 재물에 집착하여 죄를 지은 죄인들이 가는 곳. 낭비가 심했던 자들과 인색했던 자들이 반대 방향으로 가슴으로 생전 자신들이 모아두었던 재산을 상징하는 짐을 굴리면서 서로 몸이 부딪히면 서로의 죄를 탓한다. 재물이라는 굴레에 얽매여 살았기 때문. 성직자들도 여기에 많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단테가 알 만한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이미 얼굴이 시커멓게 칠해진 상태라 알아볼 수가 없다.[20]
2.7. 제5층: 분노 지옥 (스틱스강)
분노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죄를 저지른 자들이 가는 곳. 남을 미워하고 헐뜯다 살다 간 사람들이 여기 간다. 스틱스강[21]이 주변을 두르고 있으며 중심부에는 디스의 성벽이 있다. 분노에 찬 자들은 늪 같은 흙탕물에서 서로를 물어뜯으며 허우적대고 있으며 침울한 자들은 강 밑에 쳐박혀 있다.
등장인물: 플레기아스[22] 필리포 아르젠티[23]
제6층부터 시작되는 지옥의 하부는 특별히 '디스 시'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디스 시에 진입하려 할 때 악마들이 단테 일행을 방해하나[24], 천사의 도움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 위의 지옥들이 절제를 못하고 간접적으로 남들에게 피해를 끼친 죄인들이 간 곳이라면 이곳부터는 직접 악의로 피해를 끼친 사람들이 간다.
2.8. 제6층: 이단 지옥
해로운 사상을 믿고 퍼트린 이단자들이 가는 곳. 죄인들은 뜨거운 무덤 속에서 신음하며, 죄악의 정도에 따라 열의 세기가 심해진다. 최후의 심판이 시작되면 무덤의 뚜껑이 영원히 닫힐 것이라고.
등장인물: 에피쿠로스[25], 파리나타 델리 우베르티[26], 카발칸테 데이 카발칸티[27], 프리드리히 2세[28], 이름 모를 추기경[29], 교황 아나스타시오 2세[30]#
6옥에서 7옥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미노타우로스가 막고 있지만 역시 베르길리우스의 일갈로 물리친다.
이 미노타우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황소의 머리에 사람의 몸을 지닌게 아니라 반대로 사람의 머리에 황소의 몸통을 가진 것으로 나온다.
이는 단테가 미노타우로스의 존재는 알았지만 정작 미노타우로스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2.9. 제7층: 폭력 지옥
폭력을 휘두른 자들이 가는 곳으로 타인에게 해를 끼친 자, 자신에게 해를 끼친 자, 하느님과 자연에게 해를 끼친 자로 나뉘어져 고통받고 있다. 폭력을 타인에게 휘두른 자가 지옥에 가는 건 당연한 거고, 자살자는 당대 기독교에서 범죄로 취급되었다.
제1원 플레게톤강 - 타인에게 폭력을 가한 자들이 있는 곳. 폭군과 독재자들도 여기에 있다. 죄인들은 끓고 있는 피의 강에서 고통받고 있으며, 죄악의 정도에 따라 다른 깊이에 놓여진다. 강에서 빠져나오려 하는 자들은 켄타우르스가 화살로 쏘아 맞춘다.
등장인물: 알렉산드로스 대왕[31], 디오니시우스 1세[32], 에첼리노 다 로마노[33], 오피초 다 에스테[34], 구이도 드 몽포르[35], 아틸라, 피로스 1세, 섹스투스 폼페이우스[36], 리니에르 다 모르네토/리니에르 파초[37] 그리고 켄타우로스인 케이론, 네소스[38], 폴루스[39]
제2원 자살자의 숲 - 자신에게 폭력을 가한 자들(자살자들과 재산 탕진자들)이 가는 곳. 자신의 육신을 저버린 죄로 움직일 수 없는 나무가 되어 고통받고 있으며 때때로 하피들이 와서 쫀다. 이들은 스스로 육신을 버렸기에 최후의 심판 후에도 몸을 되찾지 못하고 나무가 된 자신들에 스스로의 육신을 매달게 된다. 그래도 그냥 자살자는 몸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끝이지만 재산 탕진자들은 숲속에서 괴물 개들에게 쫓긴다. 다만 신념에 따라 자살한 사람들은 예외. 예를 들어 로마 시대 카이사르에 맞서 공화정을 옹호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카토. 단테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자살한 카토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는지, 그를 림보도 아니고 연옥의 섬을 지키는 수호자로 묘사하였다. 그러나 다른 망자들과는 달리 연옥의 산을 올라갈 수는 없다고.
제3원 - 가증의 사막: 하느님과 자연 순리에 해를 끼친 자들이 가는 곳. 죄인들은 뜨거운 사막 위에서 불의 비를 맞으며 고통받고 있다. 신성모독자들은 누워 있고 동성애자[40]/이상성애자는 원으로 뛰어다니며, 고리대금업자[41]들은 움추린 채 울부짖는다.[42]
2.10. 제8층: 사기 지옥 (말레볼제(Malebolge)
사기로 주변 사람들을 파멸으로 몰아놓은 자가 10겹의 구덩이에서 10종류의 벌을 받고 있는 곳이다.
제1원 - 남을 성적으로 착취한 인신매매자/뚜쟁이들 등이 악마들에게 채찍을 맞으며 고통스러워한다.
등장인물: 이아손[43]
제2원 - 아첨꾼들은 오물에 처박혀 역한 냄새를 맡고 오염된 손으로 자신의 몸을 긁으며 신음하고 있다.
제3원 - 성직 매매자들, 즉 종교를 상업적으로 이용해 먹은 자들은 거꾸로 처박히고 발에 불이 붙으며 괴로워하고 있다. 다음 대상자가 이 지옥에 떨어지면 현재 벌받는 죄인은 밑으로 떨어진다.[44]
등장인물: 교황 니콜라오 3세, 교황 보니파시오 8세[45], 교황 클레멘스 5세 [46]
제4원 - 마법사, 점쟁이, 거짓 예언가들, 즉 미신을 이용해 먹은 자들은 머리가 뒤로 뒤틀린 상태로 걷고 있다.[47]
제5원 - 탐관오리(부패한 정치인들)들은 끓는 역청 속에 빠진다. 빠져나오려고 하면 악마들이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악마들은 인간인 단테를 잡으려고 하지만 악마의 대장이 그들을 막으며, 단테와 베르길리우스 일행을 에스코트 할 열 명의 악마를 뽑는다. 여기서 악마들을 따돌리고 빛의 속도로 도망치는 용자스러운 죄인이 하나 등장하는데, 그를 잡으려다가 놓쳐서 알리키노라는 악마와 칼카브리나라는 악마가 지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다가 역청에 빠져 버린다.[48] 다른 악마들이 재빨리 갈퀴로 건저내지만 이미 속까지 까맣게 타버렸다. 단테 일행은 이 광경을 보고 악마들을 내버려둔 채 자기들끼리 갈 길을 간다.
제6원 - 위선자들은 겉은 금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속은 납으로 이루어진 무거운 옷을 입고 계속해서 걸어야 한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팔아먹은 유대인 제사장[49]은 땅바닥에 못박힌 채로 다른 죄인들한테 끊임없이 밟혀야 한다. 제5원에서 한참 깎아지른 절벽으로 내려가면 나오는 구역. 악마들은 단테 일행을 추격하지만, 베르길리우스는 단테를 안고 절벽 밑을 미끄러지듯 뛰어내려간다.[50] 그러나 제6원의 한 죄인이 베르길리우스에게 제5원과 6원을 잇는 다리는 끊어져 있다고 말하자 베르길리우스는 악마들이 자신을 속였다고 분노한다. 그리고 단테와 함께 맨몸으로 절벽을 올라 7원으로 건너간다. 지친 단테에게 여기에 있을 시간이 없다고 독촉하는 베르길리우스는 덤.
제7원 - 도둑들은 뱀과 도마뱀 같은 파충류들에게 물리고 있으며 자신들도 끊임없이 뱀과 도마뱀으로 변한다.[51]
등장인물: 반니 푸치[52], 카쿠스[53]
제8원 - 잘못된 조언으로 타인의 악행을 부추긴 자들, 즉 교사범들은 화염에 휩싸여 괴로워한다. 묘사를 보면 화염 자체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등장인물: 오디세우스와 그의 친구인 디오메데스[54], 구이도 다 몬테펠트로[55]
제9원 - 사회에 분열 및 불화를 조장한 자들은 구역을 끝없이 돌며 악마들에게 칼로 썰리고 재생하길 반복한다.
등장인물: 무함마드와 그 사촌 알리 이븐 아비 탈리브[56], 가이우스 스크리보니우스 쿠리오.
제10원 - 위조범들은 온갖 종류의 질병에 시달리며 괴로워한다. 예를 들어서 연금술사[57]들은 몸에 발진이 생기고, 사칭꾼들은 정신병에 시달리며[58], 화폐위조꾼들은 배에 부종이 생겨 고통받고, 위증죄를 저지른 자들은 결핵에 시달린다.
등장인물: 아다모[59], 보디발의 아내[60], 시논[61], 스미르나[62]
현존하는 최악의 프로그래밍 언어로 유명한 Malbolge의 이름이 여기서 왔다.
2.11. 제9층: 배신 지옥 (코퀴토스 호수)
지옥 가장 깊숙히 있는 곳. 지옥의 강들이 마지막으로 고이는 코키투스라는 얼음 호수[63]다. 국가, 가족, 친구, 스승, 은인 등을 배신한 배신자들이 가는 곳으로 영원히 차가운 얼음 속에 쳐박혀 신음해야 한다. 루시퍼가 머물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제1구역 '카이나'[64] - 가족과 친족들을 배반한 자들, 즉 패륜아들이 가는 곳. 죄인들은 어깨까지 얼음 속에 갇혀있다.
등장인물: 모드레드
제2구역 '안테노라' - 조국이나 단체를 배반한 자들, 즉 매국노/역적들이 가는 곳. 죄인들은 목까지 얼음 속에 갇혀있다.
등장인물: 보카 델리 아바티
제3구역 '프톨로메아' - 손님을 배신한, 정확히 말하자면 스스로가 안전을 보장한 자들을 해한 자들이 가는 곳. 이곳의 죄인들은 얼굴만 뺀 채로 얼음 속에 누워 갇혀 있다.[65] 손님을 해한 자들은 그 즉시 영혼이 지옥에 떨어지고, 지상에 남은 육신은 남은 일생 동안 악마가 차지해 살아간다는 식으로 묘사된다. 왜 손님을 배신한 죄가 따로 있는지는 접대의 관습 참조.
제4구역 '주데카'[66] - 자기 은인을 배신한, 즉 배은망덕한 자들이 가는 곳. 이곳의 죄인들은 몸 전체가 얼음 속에 쳐박혀 있다. 그래서 말도 못 건다(..) 지옥의 가장 밑바닥으로, 루시퍼가 얼음 속에 앉아 있는 곳이다. 지구의 중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루시퍼의 하체 쪽으로 내려가면 남반구[67]의 연옥섬으로 갈 수 있다.
등장인물: 이스카리옷 유다, 마르쿠스 브루투스, 가이우스 카시우스 롱기누스.[68], 루시퍼[69]
그림으로 본 연옥 구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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