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 그들은 어디로 가야하나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김모(57·춘천)씨는 요즘 들어 근심이 많다. 수십 년을 함께 일한 동료들이 하나 둘씩 명예퇴직을 이유로 직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김씨는 어느새 자신도 은퇴에 직면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그는 “무엇보다 자녀들의 교육비와 결혼비용에 대한 걱정이 크다”면서 “어떻게 은퇴를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한민국 은퇴 보고서
대한민국은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특히 고령인구(65세 이상)의 증가속도가 매우 빠르다. 지난 9일 산업연구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의 인구구조를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의 고령인구 비중은 12.2%로 30위에 머물렀지만 증가속도는 1위를 기록했다.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된 만큼 고령인구의 증가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은퇴러시를 이룰 이들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 대책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부모 부양, 자식 교육 등으로 노후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데다 예상보다 빨리 은퇴로 내몰리고 있지만 재취업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의 2009년 보고서에 따르면 은퇴자들의 실제은퇴연령은 평균 56.3세로 정년규정(60.4세)이나 희망은퇴연령(63.0세)보다 훨씬 낮았다. 은퇴자들의 61%는 은퇴준비 부족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15%만 생활에 부족함이 없었다. 많은 이들이 갑작스런 은퇴와 부족한 노후 준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발표한 ‘경계세대의 3대 부작용과 생활유지 은퇴비용’이라는 보고서에서 은퇴 후에도 기존 생활수준을 유지하려면 월 258만원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보장수준이 낮기 때문에 은퇴 후 재취업에 성공하지 못하면 대부분 은퇴자들의 수입은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은퇴준비 교육 확대해야
강릉원주대 평생교육원에서는 강원 지역 40~60대 은퇴 준비자들을 대상으로 ‘시니어 레인보우 스쿨-제2기 인생설계 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은퇴 준비자가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은퇴 후의 삶을 역동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전문가 초청 강의 등을 통해 지원한다. 하지만 이 같은 은퇴 관련 교육 프로그램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은퇴자들의 40% 가량은 은퇴 관련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희망하는 교육내용으로는 ‘은퇴자금 마련’ ‘은퇴 후 심리적 적응’ ‘재취업 관련 교육’ 등을 답한 이들이 많았다. 은퇴 후 소득이 낮을수록 ‘은퇴자금 마련’과 ‘재취업 관련 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소득이 높을수록 ‘심리적 적응’이나 ‘여가시간 관리’에 대한 교육을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은퇴준비교육을 경험한 이들 가운데 70% 가량은 은퇴 후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하지만 은퇴준비교육을 경험한 사람은 조사대상자의 3%에 불과했다.
도의 은퇴자 재취업 및 창업 지원 노력 중요
최문순 도지사는 선거운동 때 ‘청·장년 일자리보조금 확대’ 공약을 내걸었다. 만 34세 이하와 55~65세 일자리를 각각 연간 1500여개씩 만들어 고용률을 전국 평균(64.2%)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또한 18개 시군에 인생이모작지원센터를 설립해 베이비붐세대가 자신의 경력을 살려 재취업이나 창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약대로 실행 된다면 은퇴자들에게는 적지않은 도움이 될 수 있다.
2012년에 설립돼 퇴직자나 퇴직예정자들이 재취업이나 창업 등 '인생 이모작'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원주의 강원전직지원센터가 그 예다. 이곳은 1대1 컨설팅과 상담, 면접 준비 등 개인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창업 및 재취업 정보를 제공한다.
강원전직지원센터 관계자는 “맞춤형 정보 제공과 지속적인 관리, 기업과 연계 등을 통해 많은 분들이 취업했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표. 연령대별 은퇴준비 정보 획득 경로. 출처=미래에셋은퇴연구소
표. 50대 취업률. 출처 =강원발전연구원